제5막 특경부 공식 커플(1)

불의 나비 32화

by 매화연

“살아 있는 거 맞아? 죽은 거 아니야?”


“와, 무슨 서류가 이렇게나 많이……, 설마 새벽 사이에 다 확인한 건 아니겠지?”


특경부 출근 시간 직전, 밀렸던 업무를 모두 끝내었다. 새벽 여명이 강하게 밀려오기 시작할 때쯤부터 급작스레 피로감이 덮쳐와 일을 다 끝내고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때였다.


“쌍둥이, 도헌이 좀 자게 조금만 조용히 하자.”


“나 도헌 오빠 자는 거 처음 봐. 오빠도 자긴 하는구나.”


부담스러운 시선과 함께 사락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애당초 잠은 잔 적 없다. 이준 형과 쌍둥이가 본부로 온 줄 알고 있었지만 독하게 쌓인 피로가 도저히 풀리지 않아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커피라도 한 잔 더 마셔야겠군.


“형 이거 봐봐. 도헌이 형 이거 새벽에 다 봤겠지?”


“도헌이 성격이라면 다 끝내지 않았을까?”


“어떻게 이걸 다 하지? 역시, 특경부 광견-”


“대체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인데.”


‘특경부 광견’이라는 말에 나는 끝내 눈을 떴다. 그러자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이현이 목소리를 내보였다.


“깼다! 살아 있었네?”


“허, 잔 적 없다.”


나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쌍둥이 학교는?”


“오늘 재량휴업일!”


이현이 검지와 중지를 펼치고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형, 이거 밤새 다 읽은 거야?”


이후의 손가락이 수북이 쌓여 있는 서류를 향하였다. 이른 아침에 받아온 십삼 년 전부터 십일 년 전까지의 모든 불법 속성 사용자 관련 서류였다. 고개를 끄덕이자 이후의 눈이 한층 더 커졌다.


“아니…… 이걸 사람이 할 수 있는 양이었어? 몇 시간 걸렸는데?”


제대로 읽기 시작한 게 여섯 시 삼십 분쯤이었으니까…….


“대략 삼십 분.”


“삼십 분?!”


“꼼꼼히 읽은 거 아니야. 그냥 대충 훑어보는 정도.”


강다온의 부모를 찾으려 했던 것이기에 자세한 내용들까지 읽을 필요는 없었다. 삼 년 간 반복되어 계속 서류가 쌓이는 사람을 찾으면 됐으니. 물론 추정자로 간추린 몇몇 사람들에 관한 서류는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겠지만.


“본부에서 밤새웠어?”


이준 형의 물음에 나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일 많았으면 말하지.”


“원래 내 업무가 밀린 건데, 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자 왜인지 순간 억누르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서류의 양을 보고는 아직도 놀라 있는 이후의 옆에 서 있던 형의 손길이 의문을 담은 채 서류를 슬쩍 넘겨 보았다.


“십삼 년 전 서류는 왜?”


“찾을 사람이 있어서.”


“누구?”


나는 간단히 강다온에 대해 형에게 설명하였다. 잔뜩 찌푸려지던 형의 인상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온 사부의 이야기에 다시금 돌아왔다. 항상 미세하게라도 올라가 있던 형의 입꼬리가 항상이라는 단어를 버리는 순간이었다. 여느 때와 달리 그 어떤 감정도 담지 않은 형은 잠시 지그시 나를 바라보다 다시금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피곤할 텐데 저기 침대 있는 방 들어가서 눈 좀 붙여.”


“괜찮아. 나 지금 커피 사러 갈 건데 형도 마실래?”


“형은 괜찮아.”


“쌍둥이는?”


“나도 괜찮아.”


“나도~”


지갑을 챙긴 뒤 사회로 향하였다.



“철야를 아주 그냥 밥 먹듯이 하고 말이야. 잘하는 짓이다, 어? 그러면서 또 잠은 안 자고 커피만 주야장천 먹고.”


하필 나온 시간대가 진우가 출근하는 시간과 겹쳤다. 망할. 본부 가서 들을 잔소리가 벌써 시작되었다.


“연락은 또 안 보지? 제발 일이 많으면 좀 시켜.”


“내 업무가 밀린 거잖아.”


카페에서 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대충 대답했다.


“특경부 업무 중에 네 업무가 아닌 게 있긴 해? 괜찮으니까 믿고 맡겨 주라. 네가 대원들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도 네 걱정 진짜 많이 한다고.”


……나도 안다. 다들 내 걱정 많이 하는 거. 하지만 사부 생각을 안 하려면 정신없이 일을 하는 것밖에 없는데 내가 여기서 뭘 어떻게 더 해야 돼.


굳이 할 필요도 없는 검토와 수정을 반복하며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그저 아버지의 완벽주의자의 성향을 똑 빼닮아 그러는 건 줄 안다. 어느 정도 맞긴 한 것 같으나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든 업무를 찾아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야지 사부가 덜 생각나니까. 잠을 안 자면 그날의 악몽을 꾸지도 않으니까.


말하지 않았다. 오 년 전 이후로 업무를 볼 때를 제외하고는 사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건 모두 그저 나 홀로 짊어져야 될 값이니까.


내 잘못이니 억울하지도 않다. 원래 그때의 운명의 칼날은 나를 향했었고, 다른 이의 간섭이 있었든 나는 운명을 거스른 격이 되니 이 정도 책임은 져야 되지 않을까.


“알겠어.”


유독 하늘에 새하얀 적운이 가득 껴있는 아침이었다.


아직 저물지 않은 봄날의 햇살이 세계를 비추고 있고 그 속에 품긴 푸르름도 남아 있는데 왜 얼어붙은 것 같은 내 서늘한 심장은 이리도 아파오는 걸까.


그때였다.


“저기요!”


아담한 키를 가지고 있는 한 여성이 손을 올려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리며 말을 걸어왔다. 여성의 뒤쪽에는 여성의 친구들로 보이는 두 명의 사람이 나와 진우를 번갈아 일별하며 무언갈 속삭였다. 대충 들리는 말로는 외모가 미쳤다느니, 잘생긴 사람끼리 끼리끼리 논다느니, 뭐라 하는 것 같은데…… 서진우는 안 들리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보나 마나 지 잘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짜증 나게 콧대가 하루 종일 높아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네?”


팔찌가 없는 걸 보니 속성 보유자는 아닌데.


“그게…….”


여성의 어깨까지 오는 갈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찰랑거렸다. 여성은 한참을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 두 눈을 꼭 감고 내게 핸드폰을 슬며시 내밀었다.


“너무 제 이상형이셔서 그런데, 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말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보다 더 놀라는, 아니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마냥 옆에 있던 진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여자친구가 있어서-”


여성의 부탁을 거절하고 있을 그때였다.


“오빠!”


멀리서 나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멀찌막이 밤새 그토록 보고 싶던 이의 모습이 보였다.


“인화야.”


인화를 보자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인화를 향해 몇 걸음 앞으로 옮겨졌다. 어린아이처럼 서둘러 달려와 인화가 내게 와락 안겼다.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딱 맞지?”


인화는 밝게 웃으며 나에게 말하고는 내 품에서 잠시 나와 멀뚱히 나와 서 있는 여성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 그, 죄송합니다!”


인화와 눈이 마주친 여성은 허리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야, 박인혁.”


“묻지 마라.”


“알고 있었냐?”


“……직관했으니까.”


“뭐?”


뭐?


직관을…… 했다고?


“아는 분이셔?”


여성이 떠나자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 인화가 말에 무심결에 들린 두 사람의 대화에 인혁에게로 가 있던 시선을 인화에게로 돌렸다.


“아니.”


“혹시…… 번호 따였어?”


“어, 뭐…….”


“대체 이게 몇 번째야. 내가 본 건만 해도 수백 번은 된 거 같아.”


인화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리 쉬었다.


“확실하게 거절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검지 손가락 등으로 인화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배시시 웃어 보이는 인화의 모습에 심장이 요동쳤다. 문득 느껴진 시선에 고개를 돌리자 진우와 인혁이 우리를 경멸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못 볼 것 봤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진짜……, 토쏠리게.”


“우욱, 속 울렁거려…….”


인혁과 진우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고는 빠르게 본부로 걸어갔다. 우리도 두 사람을 뒤따라 본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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