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막 특경부 공식 커플(4)

불의 나비 35화

by 매화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


“최이현, 내가 말했지? 무조건이라고!”


“아니, 그런 기류조차 없었잖아.”


“없기는 왜 없어. 누가 봐도 서로 좋아하는 건데, 멍청아.”


“나만 못 알아챘던 거야? 다 알아챘어? 연희 언니도?”


“응.”


“와…… 나 진짜 눈치 없나?”


“이제 알았냐?”


중간에 끼어든 연희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본부에 주도적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쌍둥이의 것이었다.


본부 앞으로 옮겨지는 나의 발걸음 소리가 짤막하게 늘어지자 순식간에 본부의 고요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는 가운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괜히 불안하게.


“아니 그럼 오빠는 지금 여자친구보다 일이 더 중요해? 어떻게 같이 출근하다 홀라당 일하러 가버리는 수가 있어!”


……?


“지금이야, 인화 누나! 빨리 울어버려서 도헌이 형을 당황시켜!”



아니, 잠시만. 뭐, 뭐? 방금, 여자친구……라 한 거야?


“아하하…….”


어색한 인화의 웃음소리 뒤에는 일시의 적막이었다. 분명 잠깐이었을 적막이 내게는 길고도 무겁게 다가왔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어라, 당황했다.”


“당황했네. 언니 아직 안 울었는데.”


인화의 표정을 보아하니 인화가 말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성공인가?”


“무미건조하게 성공.”


짝! 다소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예이, 동시에 외치는 쌍둥이의 손바닥이 맞부딪치자 이내 정신이 들었다.


또 시작이군. 어떻게든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려는 쌍둥이들의 장난스러운 심보. 내 당황해하는 모습을 대체 왜 보고 싶은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어떻게…….”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는데 누가 몰라.”


이후의 물음에 의문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커져만 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대원들이 다 아는 눈치였다.


“척하면 척.”


연희가 엄지를 들어 보이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평소랑 달라.”


간단히 업무를 보던 이준 형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넌지시 말하였다.


“네가 인화를 보는 눈빛이 다른 사람 볼 때랑 얼마나 다른데.”


“맞아. 맨날 인화 언니만 보면 웃고!”


선아 누나와 이현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치, 응 진짜로, 라는 등의 공감을 주고받았다.


“예쁜 걸 어떡해.”


이제는 주저하지도 않고 나오는 말들에 더는 놀라지 않았다. 물론 내가.


“……저거 이도헌 아닌 거 같은데.”


“맞아.”


“아니야. 내 동생은 저런 말 죽어도 못해.”


“부정해도 안 달라져, 누나. 이미 끝났어.”


“뭐야, 누구야 쟤. 이상해.”


충격을 머금은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던 선아 누나가 고개를 내저으며 방금 전에 있던 일을 잊으려 노력하는 게 눈에 확연히 보였다. 넌지시 부정하는 누나를 진우가 겨우겨우 현실에 붙잡아두었다.


맞는 말이잖나. 보고만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걸 어떡하라고. 내 여자친구님이 어지간히 예쁘셔야지.


부끄러운 듯 잔뜩 얼굴이 빨개진 인화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돌리면서도 곧이어 배시시 웃음을 품었다. 세상 그 어떤 형용사가 너를 담을 수 있을까. 한없이 사랑스러운 너를 완전히 내포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군.


“어이, 특경부의 첫 공식 커플. 사귀는 건 좋은데…… 제발 다시는 내 앞에서 꽁냥대지 마라.”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인혁이 지친 기색을 표하며 말했다.


특경부의 첫 공식 커플이라. 아마 다른 대원들은 모를 것이다. 우리가 특경부의 첫 ‘공식’ 커플은 맞겠지만, ‘첫’ 커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우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진우는 흠칫하더니 내 눈을 피해 먼 곳을 바라보았다. 다시 정신이 돌아온 선아 누나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나와 눈이 마주치고 누나가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특경부의 첫 커플은 우리가 아니라 선아 누나와 진우였다. 물론 대단하게도 아직까지 들키지 않은 것 같지만. 아주 연기 일품 할리우드 배우들이야.


난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



여유로운 주말 오후. 한 손으로 들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큰 종이가방을 든 채 도헌의 집 앞에 서서 초인종을 꾹 누르자 띵동, 짧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가 전해준 반찬을 도헌과 진우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였다.


곧이어 현관문이 열렸고 특경부 제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진우가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선아 누나?”


사복을 입은 모습은 또 오랜만이네. 괜히 반갑구만.


“무슨 일이야?”


“아, 엄마가 반찬 가져다주라고 해서. 자.”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가방을 진우에게 건넸다. 진우가 종이가방 크기에 한 번, 종이가방을 받으며 열어보고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어이쿠, 엄청 많이 주셨네. 이모한테 감사하다고 전해줘.”


“알겠어. 이도헌은 출근했어?”


진우를 따라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응. 바쁘다면서 오늘 집에 못 올 수도 있다더라.”


“또? 그러다 한순간에 몸 안 좋아질 텐데.”


공휴일에도, 주말에도 특경부는 쉴 수 없었다. 공휴일에는 평소 평일처럼 모두 정상 출근을 하고 주말에는 아직 미성년자인 쌍둥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한 번씩 돌아가며 출근을 한다. 물론 도헌은 단 한 번도, 아주 잠시도 쉬지 않고 매일 출근하며 업무를 보았다. 일이 많은 날에는 본부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잦은 철야로 자신의 몸이 상해 가는 것도 모른 채 무리해서 많은 업무를 보는 도헌을 우리가 말려보기도 해 보았지만 소용 있을 리가. 밤낮없이 일만 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커피 마실래?”


“그래.”


식탁 의자에 앉음과 동시에 진우가 여러 서랍을 열어 뒤적거리는 소리가 전해졌다. 소리가 조금씩 번잡해지더니 이내 진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랍을 닫았다. 그 행동이 서랍을 여럿 옮겨가며 몇 번 반복되자 진우의 손길에 점차 당황함이 묻어났다.


“분명 여기에 커피 믹스가 있었는데…….”


“없으면 나 안 먹어도 돼.”


“캔커피는 있는데 그거라도 마실래?”


“응, 좋아.”


진우는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하나 꺼내 한 손으로 손쉽게 캔을 타 나에게 주었다. 경쾌한 탁, 소리가 연잇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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