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지 않게 왜 그러셔? 다 아는 삼촌, 이모들인데 긴장할 게 뭐가 있어. 거기다 이담 이모랑 태호 삼촌은…….”
그제야 인혁은 잊고 있던 무언갈 기억해 낸 듯 급히 말을 멈추었다.
“……아.”
공적으로 아버지 앞에 서는 자리였다. 나아가 아무리 이뻐해 주시는 친한 삼촌, 이모들이라 한들 엄연한 속성 대표님들이 참석하시는 자리. 조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보고를 마쳐야 한다.
“이러면서 또 막상 하면 완벽하게 해낼 거잖아. 항상 그래왔으니까.”
내 곁으로 온 인화가 머리를 조심스레 정리해 주며 말했다. 그 한 마디에 온몸을 뒤덮었던 긴장과 불안이 단숨에 녹아버렸다.
“오빠.”
인화는 핸드폰을 든 채 두 눈동자를 반짝였다.
“사진, 찍어도 돼?”
“나를?”
“응!”
“왜?”
“잘생겼으니까.”
망설임 없이 돌직구로 들어온 칭찬에 순식간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 이도헌 선수~ 박인화 선수에게 한 방 먹었나요~”
“이도헌 선수가 칭찬에 면역이 없다는 점을 박인화 선수가 명확하게 파악한 것 같네요~!”
진우와 인혁이 서로 눈빛도 교환하지 않은 채 비아냥대며 쿵짝 잘도 놀았다. 이럴 때만 잘 맞지, 이럴 때만.
“안 돼……?”
어느샌가 시무룩해진 인화의 목소리에 나는 급히 시선을 인화에게로 다시금 옮겼다. 여전히 두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반짝임이 내 눈엔 왜 이리도 귀여워 보이는 건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멋져! 잘생겼어!”
인화가 칭찬을 쏟아내며 연신 내 사진을 찍었다. 어린아이처럼 신나 하는 인화의 모습에 연잇는 셔터 소리로부터 발생된 쑥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저절로 지어진 웃음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나, 누나.”
진우의 목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리니 진우가 선아 누나의 소매를 살며시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응?”
슬쩍 나와 인화를 일별하던 진우가 기대감을 한껏 담은 눈빛을 누나에게로 보냈다. 누가 봐도 누나는 진우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챈 듯 보였으나 순순히 그의 바람대로 들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이, 우리 진우는~”
선아 누나가 크게 부픈 대망을 담은 진우를 보며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못생겼지.”
살짝 올라갔던 입꼬리와 커졌던 눈이 빛을 버리고 추락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진우의 입이 대발 튀어나왔음에도 누나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 응.”
누나의 부름에도 진우는 매몰차게 내돌린 걸음을 계속해서 옮겼다.
“진우 어디 가~ 아, 기대하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워서 한 번 놀려봤어. 미안해~”
“누나 남자친구 못생겨서 좋겠다.”
“내가 잘못했어, 응?”
제대로 삐졌나 보군. 아마 꽤나 오래갈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자기야, 여자친구 버리고 어디 가?”
순간 진우가 발을 우뚝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다시 누나에게로 걸음을 옮기기까지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누나 미워.”
한층 낮아진 목소리와는 달리 빠르게 누나의 앞으로 온 진우가 누나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아하하, 당연히 우리 자기가 제일 잘생겼지~”
누나는 진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침부터 직관하는 애정 행각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돌리려던 때였다.
“뭐야.”
옆으로 가던 눈보다 먼저 기척을 느낀 손이 더 빨랐다. 인혁이 뻔뻔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도 찍을래.”
“넌 안 돼.”
나는 어느새 내 얼굴 가까이로 슬쩍 가져다 대는 인혁의 폰을 지그시 눌렀다.
“어허, 매제. 이 형님한테 잘해야 할 텐데?”
“허, 형님 같은 소리 하고 있-”
“뭐라고~?”
나는 속으로 숨을 푹 내쉬고는 또다시 매제와 형님을 논하며 나를 놀리는 인혁을 애써 무시하였다.
그래, 참아야 한다……. 진짜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지만, 참아야지.
문득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시침이 십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협회로 갈 준비를 했다.
“회의 갔다 올게.”
대원들에게 말한 뒤 나는 협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협회장 집무실 한 층에 자리 잡고 있는 회의실 앞에서 다시 한번 옷을 정리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뒤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짧게 소리가 울리고 곧이어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머, 도헌이었구나? 일찍 왔네?”
문 앞에 서 계시는 엄마가 다정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어서 들어와.”
엄마를 따라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니 회사와 협회의 보안을 전부 맡고 계신 JI 그룹 보안팀의 팀장이자 얼음 속성의 대표, 그리고 연희의 어머니이신 천유하 팀장님과 협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플 때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찾아가는 협회의 유명한 약사이자 물 속성의 대표이신 김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계셨다.
나는 허리를 숙여 두 분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도헌이가 정장 입고 머리도 만지니까 그냥 완전 이 대표 젊었을 때 모습이군.”
미소를 지으신 채 김 선생님이 김 원장 유전자 다 어디 갔어, 라며 덧붙이셨다.
“편하게 앉아 있어.”
천 팀장님이 무심한 듯 건네시는 말씀에 짧은 대답을 했다.
“네.”
긴 탁자 옆에 놓여진 일곱 개의 의자. 주인을 기다리는 빈 의자 네 개 중 오랫동안 비어있는 그분의 자리에 가서 조심스레 앉았다. 항상 사부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는데, 사부 없이 이 자리에 직접 앉는 날이 오다니. 이런 식으로 오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헌아, 긴장돼?”
한껏 긴장해 몸이 굳은 나를 보며 엄마가 물으셨다.
“아, 네. 조금…….”
“괜찮아. 긴장 안 해도 돼.”
“그래, 잘할 수 있을 거다.”
엄마와 김 선생님의 말씀에 조금 안심이 되……기는 무슨, 금방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나를 신경 써 주시는 두 분의 말씀은 감사했으나 계속해서 난리 치는 심장은 진정할 생각조차 미량도 없어 보였다.
원래 있던 습관인 마냥 오른손이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로 향했다. 손끝에 부드럽게 쓸리며 전해지는 서늘한 온도가 심장에게까지 닿았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곧이어 최 소장님과 박 협회장님이 들어오셨다.
“어우, 깜짝이야.”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시던 박 협회장님이 나를 보시고는 몸을 흠칫 떠셨다.
“이 대표가 회춘한 줄 알았네.”
“이거…… 심각할 정도로 많이 닮았는데?”
내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으신 채 최 소장님이 자리에 앉으셨다.
“도헌이 맞지? 막 이 대표가 분장했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박 협회장님이 내 볼을 꾹꾹 누르시며 말씀하셨다. 왜 오늘따라 다들 내 볼을 못 만져서 안달인 걸까…….
“애 괴롭히지 말고 어서 자리에 앉아라.”
김 선생님의 말씀에 자리에 앉으시는 와중에도 박 협회장님은 의심을 담은 눈빛으로 나를 계속해서 빤히 바라보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까지 회의실로 들어오셨다.
아무 말씀도 없이 아버지는 자리에 앉아 손목에 차시고 계신 시계를 확인하였다. 정확히 십이 초 뒤, 아버지의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특수 속성 경호 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