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나비 41화
명확하게 열 시가 되자 회의의 시작을 여시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속성 대표님들의 시선이 오로지 나를 향했다.
“네.”
나는 심장을 차마 진정시키지 못한 채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떨지 말고. 그냥 본부에서 평소 회의하던 대로 진행하면 돼.
“안녕하십니까. 특수 속성 경호 본부, 이도헌입니다. 본 속성 회의 현 시각 열 시, 특수 속성 경호 본부가 지금까지 알아낸 한 협회장님의 행방과 실군단에 대한 정보의 현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붉은 꽃잎 사건, 진우의 납치 사건, 인혁의 훈련 도중 실군단 난입 사건부터 시작해서 실군단의 모습을 녹화본으로 남기지 못하는 CCTV와 실군단 측의 속성 사용에도 울리지 않는 본부 경보, 그리고 나의 추측을 바탕으로 알아낸 실군단의 우두머리 및 조력자들의 정보에 관해 하나도 빠짐없이 세세하고 자세히 보고하였다.
준비한 모든 보고를 마친 뒤 뒤늦게 떠오른 정보를 말했다.
“추가로, 한 협회장님께서 사라지신 날 제가 쓰러지기 직전과 서진우 대원이 쓰러지기 전에 매화향이 났다는 공통점을 발견하였습니다.”
후에 덧붙인 나의 마지막 말에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싸해진 분위기 속에서 나는 대표님들의 눈치를 살폈다.
“……우두머리의 조력자 중 팔찌를 착용한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했지?”
평소와 달리 박 협회장님의 표정이 싸하게 굳어있었다.
“네.”
“어떤 속성인지 아느냐?”
“아마 불 속성일 겁니다.”
분명 아까 전 내가 말을 늘어놓을 때만 해도 긴장하지 말라는 듯 부드럽게 지으신 미소를 어느샌가 놓으신 김 선생님이 자신의 왼쪽 눈 밑을 가리키셨다.
“혹시 왼쪽 눈 밑에 흉터가 있더냐?”
김 선생님의 말씀에 잊고 있던 진우의 말이 떠올랐다.
‘아 맞다. 그리고 그 자식 왼쪽 눈 밑에 흉터가 있었어. 칼 같은 거에 긁힌 것 같던데.’
“네. 칼 같은 흉기에 긁힌 듯한 흉터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박 협회장님은 아버지를 바라보셨다.
“매화향을 사용하는데 불 속성 보유자고, 맡으면 즉시 기절이라. 게다가 왼쪽 눈 밑에 칼에 긁힌 듯한 흉터까지. 아닌 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 안 그러냐, 이 대표?”
아버지는 깊은 고민에 빠지신 듯 무언갈 곰곰이 생각하셨다. 깊게 인상을 쓰신 최 소장님이 넌지시 말을 꺼내셨다.
“유서호가 실군단의 조력자 중 한 명이라니.”
“잘 지내나 궁금하긴 했다만 이런 소식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유서호?
“아시는 분입니까?”
내 물음에 박 협회장님은 서둘러 심각해진 표정을 푸시고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셨다.
“지금 이야기하면 길어지니까 나중에 내가 따로 자세히 말해주마.”
심각함 속에 슬며시 피어난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담은 대표님들의 반응과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은 회의실의 공기. 어쩐지 조금 찜찜했다. 그 조력자의 이름이 ‘유서호’인 건가?
“CCTV랑 경보 문제는 보안팀에서 확인하고 알려줄게.”
천 팀장님이 서류를 넘기며 말씀하셨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두머리가 협회에 대해 정확하게 무엇을,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었어?”
엄마가 내게 물으셨다. 나는 우두머리가 진우에게 했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특경부의 존재와 특경부 대원들, 속성 대표님들, 기본적인 협회의 원칙,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암묵적인 순리와 규칙까지 알고 있는 듯해 보였고 특히 협회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또한 협회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잠깐.”
갑작스레 들려온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밤하늘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뭐? 밤하늘에?”
그때, 누군가 회의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벌컥 문이 열렸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아버지의 비서이신 임태윤 형이었다.
“이 대표님. 밤하늘 탈출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밤하늘…… 탈출자?
누군가 밤하늘에서 탈출했다고?
“설명해라.”
경황망조한 상황임에도 그저 미간이 자세히 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미세하게 찌푸려지셨을 뿐 아버지는 마치 이미 다 알고 계신 것처럼 차갑고도 깊은 침착을 유지하시며 말씀하셨다.
“금일 환생할 인원을 확인하던 중 발견했습니다. 급하게 오느라 자세한 상황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혼자의 힘으로 별에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니, 아마 밤하늘에 침입자가 나타난 것으로 예측됩니다.”
밤하늘에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밤하늘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달 속성뿐. 즉, 아버지만이 밤하늘의 입구를 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버지의 달 속성 없이는 절대 진입이 불가하다. 하지만 만약,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순간이동이 가능한 실군단이라면…….
“탈출한 자는 누구지?”
“그게…….”
태윤 형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속성 대표님들, 정확히는 김 선생님의 눈치를 보고는 다시금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정세연 님…… 입니다.”
드르륵!
“뭐?”
태윤 형의 말을 들으신 김 선생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자 의자가 뒤로 빠져 바닥에 끌리면서 사나운 굉음을 발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