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막 사부의 옛 제자(1)

불의 나비 54화

by 매화연

“자, 여기.”


나는 박 협회장님이 건네주시는 서류를 받았다. 서류에 ‘유서호’라는 이름 석 자가 서류 속 정보의 주인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간단한 개인 정보와 상세한 특징들이 밑으로 쭉 자리 잡고 있었다.


실군단의 정보라면 어떤 정보라도 입수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건 조력자 ‘유서호’의 정보일 뿐만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한 사람 ‘유서호’의 개인 정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개인 정보인데 제가 함부로 봐도 될까요?”


“특경부의 공적인 일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당사자에게 허락받았으니 괜찮다.”


“허락을 받았다고요?”


나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며 말했다. 불 속성 보유자인 데다 나와 나이가 같았다.


“예전에 유서호가 협회에 살았을 때 자기 개인정보는 마음대로 봐도 괜찮다고 했어.”


유서호의 말은 그 뜻이 아닌 것 같긴 하나…… 뭐, 박 협회장님이 괜찮다고 하셨으니 괜찮겠지.


나는 박 협회장님의 말씀해 주시는 정보를 들으면서 유서호의 서류를 꼼꼼히 살폈다.


“서호는 속성이 조금 특이하다. 여러 검사 결과로 명백한 불 속성임 증명했긴 하나 속성을 쓰는 고유의 능력은 맡으면 즉시 기절하는 매화의 향이 담긴 안개를 사용하는 것이고 평소에도 그저 시야 차단의 목적인 평범한 안개를 사용하거든. 불 속성에 관한 구유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기본적인 불 속성도 일체 사용하지 못하더군.”


안개를 사용하며 불 속성은 간단한 것도 다루지 못한다고?


“최 소장이 직접 검사를 진행하였으니 검사 결과가 틀렸다는 가설을 세우는 건 무의미한 시간 낭비지. 이런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그 조력자는 서호가 확실할 거다.”


“속성을 사용하는 방법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긴 하다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봅니다.”


“그렇지? 속성 대표들을 제외한 협회의 모든 사람들이 서호의 속성을 이상하고 괴이하게 생각했다. 정작 본인은 아무 관심 없었는데 말이야. 워낙 특이한 예외이니 사람들의 쓸데없는 관심은 모두 서호에게로 쏠렸고 그러다 보니 현실성 없는 소문도 만들어졌었지.”


“소문이요?”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는 듯 짧게 한숨을 쉬시며 박 협회장님이 말이 이으셨다.


“최 소장이 만든 인조인간이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돌연변이다, 근거도 없는 말들이 많이 떠돌아다녔어. 당시 서호는 많이 어렸고 이미 큰 상처가 있는 아이였다. 기껏 상처가 잘 아물고 있었는데 같잖은 소문들 탓에 완전히 아물어 새살이 돋기는커녕 상처가 더 커졌다. 그러다 서호는 아무 말도 없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협회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건 분명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더구나.”


인간이란 존재는 유독 같은 종에게 이기적이고 엄격하다. 작은 것 하나에도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시샘하며 때론 그 경쟁심에 발전을 하기도 하나 문제는 그것이 어떨 땐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지.


특별함. 티끌만 해도 상관없다. 먼지같이 작은 특별이라는 반짝임이 묻어나면 사람들의 부러움, 곧 변질되어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지는 세상 아닌가.


“그래, 많이 아팠을 테지. 기대고 싶었겠지만 혹여 자신이 짐이 될까 봐, 자신이 귀찮아질까 봐, 그래서 또 버림받을까 봐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밤이 늘었을 테고. 참, 어린 나이에 그 아이도 마음고생이 심했겠군그래.”


박 협회장님의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쓸쓸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서호가 협회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나요?”


아무리 특별한 예외라 한들 유명하지 않고서야 협회의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박 협회장님과도 특별한 관계였던 것 같다. 허나, 협회에서 유명한 사람을 내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왜인지 박 협회장님은 조금 망설이시는 기색을 보이시다 나에게 말씀하셨다.


“한 협회장의 옛 제자였다. 너처럼 한 협회장을 사부라 부르며 잘 따랐었지. 비록 지금은 한 협회장과 인연을 완전히 끊긴 했지만.”


사부의 옛 제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부와 함께 보낸 내가 사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것도 옛 제자란 사람을. 그러나 내 기억 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유서호에 대한 기억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전 유서호를 만나기는커녕 유서호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데…….”


“당연한 일이다. 서호는 절대 도헌이 네 앞에서 한 협회장과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오히려 너를 피했지. 그래서 일방적으로 서호만 너의 존재를 알았던 거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시며 박 협회장님이 덧붙이셨다.


“서호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졌어.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어야 할 존재에게 지울 수 없는 크나큰 상처를 받은 채 보육원에서 지내다 어느 날 우연히 한 협회장을 만났고, 그 뒤로 한 협회장의 집무실에 꽤 자주 놀러 왔다. 그렇게 점차 한 협회장과 가까워지며 한 협회장을 사부라 부르던 너의 모습을 따라 그 아이도 제자가 되어 한 협회장을 사부라고 부르게 된 거다.”


맑은 하늘을 노래하는 투명한 유리창에 박 협회장님의 쓴웃음이 비쳤다.


“너를 만나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야. 미안하다더구나, 너한테. 너와 한 협회장의 소중하고 유일한 시간을 자신이 뺏은 것 같아서. 한 협회장을 사부라고 부르는 것도 한 협회장의 제자도 오로지 너 하나였는데 자신이 끼어든 거 같다고 내게 말하더군.”


나는 유서호의 서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박 협회장님의 말씀만 들어보면 전혀 실군단의 조력자인 것 같지 않았다. 상처의 수와 크기에 비례하는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가 실군단과 손을 잡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뭐,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악과 그들이 생각하는 악은 분명히 다를 테지만.


“한 협회장, 그리고 나를 포함한 속성 대표들과 연을 끊은 것도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자신을 둘러싼 소문이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순간 협회장님의 씁쓸한 웃음이 텁텁한 재를 흘리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로 소문과 괴롭힘은 더욱 심해지더군.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게다. 우리 대표들 측에서 어느 정도는 제지하고 싶었으나 얼마나 은밀하던지, 서호를 향했던 모든 괴롭힘과 소문들을 최근에서야 다 알게 됐을 정도니까. 그 왼쪽 상처도 보육원 아이들의 괴롭힘 때문에 생긴 거더라. 그래서…… 성인이 되고 협회를 나갔겠지.”


“왜…… 유서호를 잡지 않으셨습니까?”


“붙잡고 싶었지.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고. 헌데, 이미 너무 늦었더군.”


이전 23화제6막 물망초(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