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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Sep 13. 2023

6. 정직

Honesty

  어느 날,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내가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현금과 카드 등이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들어있는 채로 되찾은 이야기를 하며 대한민국이 그래도 살만한 나라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서 여러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그 지갑을 주운 사람이 현금은 가져갈 수도 있었을 텐데 지갑을 통째로 우체통에 넣은 걸 보니 참 정직한 사람이라고 했다. 또 한 사람은 요즘 거리 곳곳에 CCTV가 다 있어서 가져가더라도 결국 경찰에 잡히게 되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하여 질문을 하였다. 만일 어두운 밤에 주변에 아무도 없고 CCTV도 없는 곳에서 5만 원짜리 지폐 뭉치 수십 개가 가득 든 가방을 주우면 어떻게 하겠냐고 말이다.

  다들 웃으면서 가져가야지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고민하면서 말이다.  

   

정직은 사람의 마음이 거짓이 없고 진심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정직은 길에서 남의 지갑을 주웠을 때 근처 우체통에 넣거나 아니면 경찰에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정직은 책을 사고 남은 돈을 어머니께 다시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정직은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고또한 남을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어느 고3 수능 영어모의고사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독해지문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나는 열 살이었고 엄마와 브루클린 52번가를 걷고 있었다. 우리가 13번가로 다가갈 때 나는 우리 앞 인도에 적어도 100장의 수집가용 배트맨 카드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배트맨 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의 행운에 놀라워하면서 그것들을 탐욕스럽게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나는 누군가가 내 팔을 부드럽게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바로 엄마였다. 엄마가 말했다.     


  “네가 얼마나 그 카드를 원하는지 알지만 아마 누군가 실수로 그것들을 떨어뜨렸을 것이고 그 사람은 그것들이 없어진 것을 알면 슬퍼할 거야. 네가 그 사람이라면 그럴 것처럼.”     


  평소였다면 나는 화를 내고 억지를 부리며 불평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말이 부당하다며 항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평 대신 나는 그 카드들을 내려놓고 머리를 끄덕이며 엄마에게 말했다.     


  “예, 엄마 말이 맞아요.”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엄마가 말하는 방식, 즉 엄마의 말이 그 카드의 정당한 주인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내가 느낄 실망감에 대한 연민까지도 포함해서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큰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우선, 엄마가 아들에게 말한 방식이다. 엄마는 카드를 잃어버린 주인을 걱정하면서 동시에 아들이 잠시나마 느꼈을 기쁨을 포기해야 하는 실망감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아들은 이러한 엄마의 마음을 알았기에 기꺼이 자신의 행운을 포기할 수 있었다. 엄마와 아들은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엄마와 아들의 정직함이다. 우리는 길을 가다가 바닥에 돈이 떨어져 있으면 남이 볼세라 냉큼 집어 드는 것이 보통이다. 자녀가 옆에 있어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녀에게 이렇게 가르치면 어떨까?     


  “이 돈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중에 돈을 찾으러 왔을 때 돈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 네가 이 돈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살 때의 기쁨보다는 원래의 주인이 돈을 되찾았을 때 느낄 기쁨이 더 크지 않겠니? 그러니 돈을 그 자리에 두자꾸나.”     


  나는 중2 때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다. 어떤 과목의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나는 미리 교과서를 책상 밑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러다가 시험 중간에 모르는 게 나와서 고개를 숙이고 교과서를 조용히 꺼내 펼쳐보았다. 그리고 혹시나 시험감독 선생님이 보고 계시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었는데, 아뿔싸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그때 선생님은 조용히 눈빛으로 ‘너 그러면 안돼.’라고 주의를 주셨다. 그제야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교과서를 다시 서랍에 도로 넣어두고서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정직하지 못했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 만일 그때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공개적으로 혼을 내셨다면 아마 엄청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고 반발심에 부정행위를 계속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의 관용이 나에게 정직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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