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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Sep 21. 2023

8.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나에게 배우는 학생 중에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들이 몇몇 있다. 이 중 한 아이는 특히 수업 중에 내 설명을 듣고 난 뒤,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면 손을 번쩍 든다. 그리고 발표할 기회를 얻은 뒤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한다. 때로는 이렇게 이야기를 다 들어주다 보면 진도를 못 나가는 때도 가끔 있다.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나도 모르게 손뼉을 칠 정도로 설명을 잘하고 기본 개념을 잘 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아이의 말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모두에게 허무맹랑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잠시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아이가 단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이 아이가 발음을 이상하게 하면서 단어를 외우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영단어 deserve(디저ㄹ브)를 ‘데세르베’라고 읽으며 철자를 외웠다. 또한, friend(프렌드)를 ‘프리엔드’로, build(빌드)를 ‘뷰일드’로 읽으면서 말이다. 마치 오래전에 어느 개그맨이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를 ‘마데 인 코리아’라고 말하였듯이.      

  이 아이 말인즉, 이렇게 해야 철자를 정확하게 외울 수 있다고 한다. 어찌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이해는 되었다. 사실 영단어를 말할 때 파닉스 규칙대로 발음하는 것은 전체 단어의 20 ∼ 30% 밖에 안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철자가 가진 음가대로 발음하지 않는 단어가 많아서 익히기가 어려우니 이 아이는 철자의 음가대로 읽으면서 외우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가 단어를 외우는 방식이 철자를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전 세계인이 공통으로 하는 발음과는 너무도 달라서 회화를 할 때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이 아이에게 정확하게 발음을 들려주고 발음을 따라 말하게 한 후 철자를 익히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 아이는 철자를 정확하게 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면서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가 공부하는 방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먼저 설명한 후 이렇게 조언을 하였다.   

   

  “너의 창의성은 아주 뛰어나다. 그리고 창의성은 너무도 소중한 가치이고 따라서 누구나 발전시켜야 하지. 여기에 더하여, 창의성에는 반드시 비판적 사고가 뒤따라야 한단다. 모든 창의적인 생각이 다 도움이 되거나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이 들 때는 너의 그 생각이 개념에서 벗어나지는 않는지, 실제 적용 가능한지 등을 잠깐만이라도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목적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로 소통하는 것인데, 너의 발음이 다른 사람들의 발음과 다르다면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아이는 그제야 단어를 공책에 쓰고 동시에 정확하게 발음을 하면서 공부하였다.     


비판적 사고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말 또 는 생각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따져보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창의성에서 나온 생각이 효과가 있는지 또는 실현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유튜브 또는 인터넷 기사를 볼 때, 그것이 진짜 뉴스(Fact)인지 가짜 뉴스(Fake news)인지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창의성을 키우는 활동의 좋은 사례로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이 있다. 브레인스토밍 후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바로 비판적 사고인데, 비판적 사고는 창의성 넘치는 생각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오류를 줄여준다. 그리고 중요도와 긴급성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비판적 사고는 필요한 과정이다. 물론 비판적 사고 역시 여럿이 함께 협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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