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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Oct 22. 2023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현수막 이야기 6

6. 인서울과 지방대의 차별이 없는 세상! 학력과 학벌 차별이...

  마지막 여섯 번째는, 교육혁신의 일차적인 목표로써 학력과 학벌 차별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그래서 개천에 용이 되지 않아도, 개구리, 송사리, 소금쟁이인 나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아니,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아냄으로써 현수막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22년 1월 9     


- 지잡대라는 말이 사라진 세상!

  학력과 학벌 차별이 없는 세상!     


  다음 문구로 어떤가요?^^                   

                                               성우쌤     

 

- 좋은데요.

                                               영지쌤


- 좋아요.^^

                                               진해쌤   

  

- 아~ 저는 조금 더 생각해 봤음 해요.

  부정적 단어는 오히려 관심을 몰아가게 해서요.

                                               재은쌤     


- 지잡대가 뭐야?

  라고 오히려 궁금증을 갖게 할 수 있어요.

  의도는 쓰지 말자고 하지만 오히려 

  더 확산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요.

  노이즈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지잡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지잡대라는 단어가 지방대생을 혐오하는 단어인데.

  공식적인 현수막에 전시한다는 게 저는 좀... 불편한 마음이에요.

                                                재은쌤     


- 재은쌤 말씀을 들으니 공감은 갑니다.

  헌데,

  이미 2030 세대들은 다 알고 있는 표현이고요.

  그리고,

  오히려 이 단어를 써서 이전에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도록 한다면 

  그것이 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알아야 안 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우쌤     


- 저는 재은쌤 생각에 좀 더 마음이 기웁니다.

  언어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거든요.

                                                정민쌤     


- 예.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지잡대라는 단어가 현수막에 실렸을 때 

  어떤 긍정, 어떤 부정의 결과를 낳을지를 

  좀 더 생각해 보죠.^^

                                               성우쌤     


- 재정임, 곽영신 강사님이 공동 저술한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를 요즘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방대와 지방대 출신자들이 받는 

  혐오와 차별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잡대, 시궁창, 백수 저장소, 쓰레기 대학 등 

  지방대를 일컫는 다양한 표현들이 SNS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체, 언론들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되었죠. 

  이미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이더군요. 불행하게도 말이죠. 

  그러니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말이 가지는 힘 또한 크기에 더욱 조심해서 써야죠. 

  일부 사람들이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알면서도 

  혹은 모른 채 마구 쓸 수도 있다는 점이 저 또한 염려됩니다.

  지잡대라는 단어가 참으로 입에 올리기 싫은 표현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피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어를 쓰지 않고서 

  어떻게 이 단어가 사라지게 할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이 지잡대라는 말이 

  혐오표현이고 사라져야 할 단어라는 걸 

  알아야 없앨 수 있다고 봅니다.

  불편하지만 꺼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어가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뜻임을 

  사람들이 알 거라고 여깁니다.^^

                                               성우쌤     


- 요즘 두 권의 다른 책들을 쓰느라 

  머리도 아프고 속도 쓰리고.     

  내일은 

  뭐라도 하나 이루어지고

  뭐라도 하나 나아지겠죠?^^

                                                성우쌤  

    

- 가끔은 정면돌파가 답이기도 합니다.

  알려줘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본질을 위해선 써야 할 때도 있어서.

  사실 저는 이번에 지잡대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요. 

  써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성우쌤 의견에 공감이 되어요.~^^      

                                               영지쌤 


- 세상엔 조심하고 피해야 하는 것도 있고,

  굳이 드러나게 해야 하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어떤 상처는 덮는다고 낫는 게 아니고,

  드러내서 다시 치료하는 게 그나마 나아지는 것처럼.

  그리고 

  선생님들의 대단한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내일은

   뭐라도 하나 이루어지고

   뭐라도 하나 나아질 거예요.]     


  이 글귀도 무슨 문구 같네요~^^

  대한민국 어딘가에 눈이 오고 있나 봐요.

  톡방에 눈이 내리네요.

  건조주의보가 신경 쓰이는 요즘.

  비든 눈이든 좀 왔으면 좋겠네요.

  깊은 밤 모두 좋은 꿈 꾸소서.

                                                영지쌤  

   

- 선생님들! 

  저희가 여기 톡방에서 여러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우리의 생각을 더욱 성장하게 하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다시 의견 내어 봅니다.

  제 의견대로 꼭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는 것이에요.

  제가 자꾸 지적만 해서 

  성우쌤 마음이 힘드실까 죄송합니다.    

 

  이 예가 비약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수막에 바보라는 단어를 적어 전시하는 것처럼 

  저는 느껴집니다.

  지잡대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하는 의도가 

  읽는 지잡대생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우리가 능력주의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하면서도 

  느꼈지만, “그러게 좀 더 노력하지 그랬어.”라는 

  능력주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대부분의 우리에게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에요.

                                               재은쌤     


- 아! 재은쌤 말씀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에요.

  생각지 못한 부분.

                                               영지쌤


- 공감합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단 한 사람이라도 상처를 받게 된다면

  안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우쌤     


- 그리고 

  지적이라니오!

  마음이 힘들기는커녕 

  기분 좋은 토론을 하게 되어 즐겁습니다.     

  또한 새삼 드는 생각이,

  이렇게 단어 하나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혐오와 차별의 표현인 줄 알면서 

  마구 써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ㅠㅠ

                                                성우쌤    


- 사실 전 잘 모르겠어서.. 

  재은쌤 말 들으니 이쪽으로

  성우쌤 말 들으니 저쪽으로.

  어쨌든 두 분 덕분에 머리가 깨어나고 있어요.^^

                                                진해쌤    

 

- ㅎㅎ 성우쌤. 제 마음을 알아주시니 넘넘 감사합니다.

                                                재은쌤  

   

- 위에 글 쓰다가 현수막 문구로     


  [“그러게 좀 더 노력하지 그랬어!” 

   아직도 이런 말을?]     


  이 떠오르네요.

  어떨까요? 

                                                재은쌤     


- [“그러게 좀 더 노력하지 그랬어!”

   아직도 이런 말을?]     


  의미 있는 표현입니다. 

  요거 좀 다듬어서 발전시켜 보죠.     

  아울러서     


  “인서울”과 “지방대”의 차별이 없는 세상!

  학력과 학벌 차별이 없는 세상!


  요건 어떤가요?^^

                                                성우쌤


- 저는 재은쌤의 공감 능력이 부럽고, 

  제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여라도 마음 다치는 사람이 있을까 

  배려하는 마음 말이에요. 

  재은쌤! 고마워요.^^

                                                성우쌤


- 오늘 제가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 

  지방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요,


  한 친구는, 

  “야! 사회구조가 이런 데 못 바꿔. 

  자본주의사회에서 당연한 거지.” 이러더군요. 


  또 다른 한 친구는, 

  “능력이 되면 인서울하는 거고     

  안되면 지방대에 가는 거지. 

  그리고 차별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건 당연한 거 아냐?”라고 하더군요.      

  두 친구 모두 현실을 정확히 짚은 말을 하였죠.

  그래서 제가 인서울과 지방대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고 

  학벌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된다고 말했죠.


  그리고 

  모든 친구들이 학력과 학벌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더군요.

  오늘 이야기 나눈 친구들은 

  제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알고 있고 

  항상 저를 응원해 준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제가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죠. 

  그리고 꼭 바꿀 거라고도요.^^

                                                성우쌤     


- 바뀌는 과정의 처음은 보이지 않는 작은 점들이지만,

  그 수많은 점들이 선을 만들고 면을 만들고 

  방향을 이루어 입체화된다고 생각해요.

  그 방향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저의 생각과 행동들을 

  중심 잡고 나아가는 데에 선생님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영지쌤     


- 제가 몇 년 전에 지잡대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그 단어가 포함하고 있는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들보다 앞서 새로운 신조어를 하나 알게 된 것처럼 사용했어요. 

  몇 년 전의 저 같은 사람이 

  자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죠.     

  “너도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지잡대 가는 거야.~”

                                                재은쌤    

 

- 저도 지방대 출신이에요.

  그런데 저도 자녀에게 자꾸 인서울을 기대하게 돼요.

  개천에 용이 되라고.ㅠㅠ

  그런데 개천에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만 사는 게 아니더라고요. 

  다양한 민물고기로 나와 자녀와 이웃들이 

  지방 개천에서 ‘나로 충분한 존재’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수막 문구 추천.     


  「너로 충분해!

    우리는 충분해!」

                                                재은쌤     


- 저도 비슷한 내용의 문구를 추천해도 될까요?^^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서두를 필요 없어.

  반짝거릴 필요 없어.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어.

                                                혜진쌤     


- 정리를 좀 할게요.

  일단 제가 지금 만들고자 하는 것은 

  대학 차별을 없애자는 겁니다.

  요거 하나 완성하고 

  다른 문구들도 계속 만들고요.


  그래서 

  아직 가안 상태인     


  [인서울과 지방대 차별이 없는 세상!

   학력과 학벌 차별이 없는 세상!]    

 

  을 완성하고요,      


  [“그러게 좀 더 노력하지 그랬어!” 아직도 이런 말을?]     

  [너로 충분해! 우리는 충분해!]     

  [서두를 필요 없어 반짝거릴 필요 없어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어.]    

 

  위 세 개의 문구를 잘 다듬어서 새로운 하나를 만들고요.^^

                                                성우쌤     


- 좋아요.

                                                진해쌤   

  

- 저도 좋아요.

                                                영지쌤  

   

- 성우쌤의 지방대 차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집니다.ㅠㅠ

                                                재은쌤   

   

- 우리 다 같은 마음이지요.^^

                                                성우쌤     


22년 4월 2              


- [너로 충분해! 우리는 충분해!

  서두를 필요 없어. 반짝거릴 필요도 없어.]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어.]     

  이 두 개를 가지고 새로운 문구를 만들어 볼까요?^^

                                                성우쌤


- 두 개를 섞어서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어.

  너로 충분해! 우리는 충분해!

  어떤가요? 또 다른 것도 생각해 볼게요.^^

                                                영지쌤    

 

오! 좋은데요.^^

                                                성우쌤     


- 서두를 필요도 반짝거릴 필요도 없어.

  너로 충분해! 우리는 충분해!

                                                영지쌤 

    

- 이거 좋은데요.^^  1표.

                                                재은쌤     


- 저도 좋아요.^^

                                                 성우쌤      




  이번 현수막을 만들면서는 이전에 작업을 할 때보다 더 많은 토론을 벌였다. 서로 의견이 달라서 이런 주장, 저런 주장이 오갔다. 그 과정이 참 기분 좋은 소통이었다. 우리 회원들이 그렇게 오래도록 의견을 교환한 이유는 행여라도 현수막 문구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생길까 염려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또한,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나타낼 때는 상대방이 마음 상하지 않을까 배려하는 따뜻함을 보였다. 

  그리고 진심으로 ‘지잡대’라는 말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 함께 공유하였고, 이제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세상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기에 용이 아니어도 지렁이, 붕어, 개구리, 소금쟁이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함께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단톡방에서 나눈총 여섯 편의 대화 속에 두드러지는 가치가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새로운 현수막 문구를 만들기 위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두 줄로 요약하는 과정에서, 4C에 해당하는 창의성 Creativity,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소통 Communication, 협업 Collaboration이 잘 보인다. 그리고 서로 간에 공감 Empathy, 감사 Thanks, 지속적으로 배우려는 태도 Mindset of Continuous Learning가 나타난다. 또한, 현수막 활동을 4년간 지속한 기개 Grit / Unyielding Spirit가 돋보인다.


  현수막 이야기는 지금 중단된 상태이지만 건강한 가치가 살아 숨 쉬는 대구지역 등대지기 모임의 단톡방 대화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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