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외가

by 맥락

외할머니 집 대문은 녹색 양철문이었다. 양철문 아래는 어른 발목쯤 되는 틈이 있었고, 그 사이로 동네 고양이와 개들이 오고 가다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마당 한구석에는 감나무가 있었다. 그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 주위로, 단내를 맡은 벌들이 날아다녔고, 형과 나는 순서를 정해 그 벌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누구 한 명이 벌에 쏘이거나 감을 밟고 넘어질 때까지 우리는 그걸 계속했다.


우리가 오면 외할아버지는 근처 호수로 가, 붕어를 여러 마리 잡아오셨다. 할아버지는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직접 붕어를 손질하셨다. 짧고 뭉툭한 칼로 내장을 빼내고, 뼈를 발랐다. 칼이 붕어 몸을 지날 때마다, 반짝이는 비늘이 팝콘처럼 여기저기 튀어 올랐다. 수챗구멍으로 맑고 붉은 피가 흘러내려갔다.


“절로 가그래이 야들아. 이런 거 보면 밤에 뻘건 꿈 꾼데이.”


꼭 붕어 손질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할아버지는 옆에 앉아 구경하는 우리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할아버지는 그걸 잘 구별 못했다.


할아버지는 양은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끓여 수돗가 구석구석에 뿌려댔다. 뿌연 수증기가 은은한 피 냄새를 풍기며 천천히 사라졌다. 그날 저녁 매운탕을 먹으면서 형이 갑자기 물고기 혈액형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큰 이모, 포항 이모, 엄마, 외가댁 식구들이 다 모이면 찬장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나눠 마신다. 한잔씩만 마셔도 다들 얼굴이 붉어진다. 그럼에도 마신다. 많이 닮았고, 조금씩 다른 얼굴들이 다 같이 붉은 얼굴로 웃어재낀다.


밤이 더 깊어지면, 나와 형은 외삼촌 라이터를 가지고 모기향에 불을 붙였다. 그 모기향을 코밑에다 갔다 대고 취한 척 비틀거리며 즐거워했다. 우리는 모기장 안에 들어가 먼저 잠들었고, 어른들은 늦게까지 친척들 욕을 했다.


이른 아침 오줌이 마려워 일어나면, 할머니가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고 있다. 할머니는 검고 짙은 자신의 머리를 항상 자랑처럼 여겼다.


“할매 머리 감나?”


나는 할머니 머리에 물을 부어주는 걸 좋아했다. 할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았다. 물기 먹은 머리칼을 돌돌 말아 올려, 삶아놓은 봄나물마냥 양손으로 꼭꼭 쥐어짰다. 선풍기 앞에 가 머리를 말리고, 다시 빗에다 기름을 발라 정성스럽게 내려 빗었다. 마지막으로 은비녀를 마른 천으로 닦아, 천천히 머리에 꽂았다. 할머니가 내게 웃으며 물었다.


“할매가 느그 어마이보다 에쁘제?”


나는 아니라고, 엄마가 더 예쁘다 대답했고, 그럼 할머니는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느그 엄마가 에쁘긴 에쁘다. 원래 막내이가 젤 에쁜기라.”


예쁜 걸 에쁘다고 발음하던 우리 할머니는 곧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장례식이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는 막내이라 많이 울었을 거고, 큰 이모는 정이 많아, 포항이모는 도통 속만 썩인 것 같아서, 외삼촌은 떠버리라 많이 울었을 것 같은데, 누구 하나 운 기억이 없다. 할머니가 돌아 가신 그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그날을 엄마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런 나이가 되었다.


할머니 산소는 할아버지가 붕어 낚시를 하던 호숫가에 있다. 할아버지도 그 옆에 사이좋게 계신다. 두 분이 한 번도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 지금 외갓집은 헐어져 주차장이 되었다. 지금 거기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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