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 Log 24/11/03 21:06
어제부터 파주로 친구들과 차크닉과 차박을 떠났다. 파킹을 하고, 차 뒷 창문을 여니,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뷰가 펼쳐졌다. 한참 앉아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물멍을 하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주 과제는 '목차'를 꾀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목차라고 쳐봤다.
책이나 문서의 앞부분에 위치하여, 각 장(챕터)이나 주요 주제의 제목과 그 페이지 번호를 나열한 목록을 의미합니다. 독자가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책의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차다. 목차를 보면, 그 책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한없이 부둣가로 몰려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마치 파도치는 바다가 목차를 말해주는 듯했다. 잔잔한 몇 번의 파도가 연일 왔다 갔다 한 뒤, 가장 큰 파도가 몰려온다.
빌드업이라고 하는, 모든 글에는 도입-전개-절정(클라이맥스)-결말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절정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소설에서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삶에서도 그렇다. 내 인생의 가장 클라이맥스는 언제일까?
Apple 취업? 장애를 입은 날? 세월호? 아니,
내가 꼽은 클라이맥스는 중3,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이다. 달라질 수 있다면, 이때 기점이 가장 크게 내 삶에 작용했을 거 같으니 말이다. 그 직후이다. 내 삶의 기준이 만들어진 날, 그전에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어떤 방법이라도 좋으니,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게 나의 꿈이었다. 그리고 사랑받는 방법을 몰라,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을 받으려고도 했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오던 나였다.
그런 내 삶이 바뀔 수 있었다. 단 하루! 그 변화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변화는 더뎠다 아주 천천히 오래 걸렸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최근에 IBK 기업은행에 방문했었다. 강연도 좋았지만, 좋아하는 분과 점심과 티타임을 가졌다. 나는 왜 계속 아이들을 찾아다니고, 밥을 사주고, 때로는 힘들어도 이야기를 들어줄까? 변화를 실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이야기 나누던 아이들이 힘을 얻고,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거기에 중독된 듯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 묘한 마약 같았다. 누군가를 구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걸리는 여정이지만, 확실했다.
그렇게 깨달은 변화의 시작은, 처음부터였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사실 맞는지도 모른다. 시작하지 않으면, 변화도 꿈꿀 수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시작에 포인트를 둔다. 집을 나오거나, 자조모임을 나오거나, 일을 시작하거나, 그 모든 시작의 의미를 둔다. 그렇기에 시작했다면, 반드시 변화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어렵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만나고, 밥 먹고, 함께 하는 이유다.
나의 변화의 시작이 그랬고, 지금 20년 후에 삶이 바뀌었듯, 나를 만나는 누군가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나의 만남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방법과 순서는 달라질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