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니..
나는 거의 근 5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다. 처음 장애를 입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건 다름 아닌 기(초)생(활)수(급자),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어릴 적 보호아동부터 자립준비청년으로 5년을 보낸 것까지 그리고 거기에 장애를 입은 것은 어쩌면 기초생활수급을 받기에 가장 적합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 기초생활수급자가 주는 물질적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5년을 유지하던 기초생활수급자를 벗어난 건, 아마 꽤나 괜찮은 Apple이라는 회사를 들어온 직후 일 것이다. 그리고 벗어나기까지 나의 나름의 노력과 그 안에 갈등을 이곳에 남기게 되었다. 고민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 혹은 중도장애인 그리고 이 제도권 안에 있는 모든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처음 자립준비청년으로 사회에 나와서, 24살까지 그리고 이후 장애를 입고, 자립준비청년과 장애라는 두 가지 카테코리 안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수급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꿈이었다. 여전히 도움을 받는 존재였지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 도움에는 심리적인 것들도 있지만, 물질적인 것들도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세금을 내고, 월 급여를 받으며 생활하는 것들을 통해, 독일 유학(이건, 나중에 더 풀어볼게요..)이라는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다.
몇 달 전 걸려온 전화.
현재 수령하시는 월 급여가 많아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되었어요..
나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항상 이 순간이 오면, 기초생활수급자를 미련 없이 벗어던질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그 전화 앞에 망설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왜? 자립준비청년들인 아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를 벗어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두렵게 만들까? 제도권 유지 때문에 단 하나의 목표 때문에, 아무런 일과 직업을 갖지 않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 마음과 불안함이 나에게도 와닿았다. 분명 기초수급자를 벗어나는 것은 좋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불안했던 것 같다.
수급자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자립준비청년들 혹은 중도장애인 그리고 현재 이 제도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취업과 수급자유지라는 갈림길에서 느끼고 있을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 7년간(조기 취업 기간 2년 빼면..) 내가 기억하는 직접적인 수급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서 보호를 받고, 회사를 다니기 전까지 시드머니로써 잘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기초생활수급! 너무나 필요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정신, 지체, 발달 등)등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사회복지라는 제도를 배우고, 석사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회복지의 분야는 더 세밀해져야 하고, 더 좁아져 정말 그 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원을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었다. 70만 원~150만 원에 돈으로 어떻게 사냐고 생각하겠지만,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아무런 발전도 하지 않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더라도, 한 달에 아무런 노력 없이 150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일을 하겠는가? 자발적으로 일을 하러 밖으로 나가겠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그렇다! 수급권이라는 제도 안에 묶여서 그 제도 안에서의 탈락이 두려워, 제도권 안에 머무르는 삶을 택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겠지만, 같이 활동하던 자립활동가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마음에 떠나지 않는다.
그냥 평생 수급자로 살래요!
수급자로 평생 살겠다!라는 말이 나를 울렸다. 그것 이상으로 나의 삶을 영위하고,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수급자로 낙인찍어 평생을 살겠다는 말이..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이 제도권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 그 고민을 3년째 하고 있다. 당연히 주어지는 돈과 도전하고 경험해서 더 많은 것을 혹은 좋은 것을 얻을지 안 좋은 것을 경험할지 모르는 그 도전에 대해서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그 아이들에게 사회에 나오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p.s 여러분들은 그런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독려할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가 있다면.. 들려주세요~(댓글로..)
나 또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당장, 수급자 자격 유지 때문에, 회사를 퇴사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수급 자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자립준비청년 활동가로써, 수급의 굴레를 벗어나, 사회인이 되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임은 틀림없었다. 여전히 자립 ON(자립준비청년의 지원제도를 정리해 둔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지원사업이 올라와 있다. 그중 인턴십 혹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자리 제도는 매우 하대를 받는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5차, 6차까지도 매일 올라오는 공고들을 본다. 제도권 안에서 머물러야곘다 혹은 내가 제도 밖으로 나가도 될까?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절대로! 너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너의 인생을 150만 원에 맞춰, 생각하지 않았으면..
너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도전하고, 응전을 통해 '경험'이라는 돈 이상의 것을 추구하길..
주변에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 혹은 보호아동이 있다면, 이 방을 꼭 소개해주세요~
정보공유와 자조모임 그리고 자립에 관련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개가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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