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첫 여정의 시작은, 준비 안된 비행과 같았다. 위태로웠다. 병원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 몸에 갇혀, 허우적 대야 했다. 내가 나이길 포기해야 했고, 더 이상,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화장실 배변이었다. 화장실에 혼자 힘으로 갈 수도 없지만, 화장실에 간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것은 산 넘어 산이었다. 휠체어에서 변기로 이동하고, 변기에 앉으면 끝이 아니다. 바지를 내리는 것, 감각이 없는 다리는 얼마나 무거운지 모른다. 그 다음은 소변은 자가 도뇨 카테터의 도움을 받아야만 용변을 처리할 수 있고, 대변은 배에 힘을 줄 수 없기에 좌약의 힘을 얻어야지 큰 볼일을 볼 수 있다. 이 3단계를 거쳐야 화장실을 독립적으로 갈 수 있다. 매일 다니던 화장실을 가고, 내 볼일을 내가 처리해야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포기해야 하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 마저도 몸이 나아지면서 시작한 것이고, 그 전에는 대소변을 모두 침상에서 해결해야 한다. 소변은 소변줄을 꼽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대변, 배에 힘을 줄 수 없어, 매주 치러야 하는 행위는, 바로 '관장', 정말 손에 꼽는 인생에 가장 수치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감각이 없기 때문에 따라오는 것은 기저귀를 차야하는 삶, 기억도 나지 않는 신생아의 경험을 다시 하는 것이다. 그 때 오는 현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제대로 씻기 어려운 상황이니, 물티슈와 물수건으로 버티다가 한 번씩 샤워를 할라치면, 진이 다 빠질 정도로 힘든 시간, 나도! 씻겨주는 간병인도! 솔직히 씻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긴 하다. 몇 일 혹은 몇 주씩 머리 안 감는 것은 기본이다. 사람의 꼴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너무 당연했던 생리현상이 다 무너지니, 일상이 무너진 것에 가깝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목욕을 하고, 씻을 정도가 되면, 병실 어른들은 "이제 사람 됐네"라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병원이라는 특성상 간호사, 의사 때로는 간병인까지 누군가가 나의 몸을 만지고, 마치 개나 돼지처럼 강제로 발가벗겨지는 것은 거의 매일 일상처럼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때는..
그래.. 아프니까,
어쩔 수 없고, 괜찮아..
그렇게 애써 나를 토닥였다. 그러나, 날 낳은 부모도, 날 키운 부모도 내가 기억하는 한 어느 누구도 나의 몸을 만졌던 기억이 없는 나는 그 순간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더 큰 수치심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수치심을 발설할 수도 없고,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냥, 환자라는 이름으로, 의학 시술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일들이 용인되는 것이 내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