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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엘 Sep 20. 2024

나의 삶의 사라진 것들 1

감각

감각을 잃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감각을 잃어보니, 그 동안 감각이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해왔음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감각이 없으니, 균형 감각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 당시 나는 T6(명치 아래로 감각 없음), Asia A(완전마비, 움직이지도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는 상태, 이전에 관련하여 써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 바람)였다. 감각이 없어지니, 누워서 일어나는 것 그리고 앉아있는 행위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모든 행동을 할 때에 기술과 근력은 필수였다. 먼저 누워서 일어나기 위해서는 롤링이라는 기술을 익혀야 했다. 누워서 일어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앉아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매번 벌러덩- 벌러덩- 넘어지기 일쑤였다. 매일 앉아 있는 연습을 30분씩 해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처음엔 2분도 앉아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팔을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뻗어 나름의 감각을 익혀야 했다. 그 느낌은 마치 외발자전거에 앉아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 감각을 설명할 도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재활 Tip. 롤링 기술(척수손상환자가 누워서 앉는 방법)
 - 1단계 : 몸과 손을 교차하여, 반대방향으로 팔을 던진다. 힘을 실어서 그렇게 완벽히 몸이 90도로 돌아가야 한다.(약 10번씩)
 - 2단계 : 몸이 돌아가면, 90도로 옆을 본 자세에서 반대쪽 어깨 옆쪽에 팔을 집고, 몸을 밀면서 양손을 교차로 짚고 일어선다. (약 10번씩)
 - 3단계 : 1,2단계가 정확하고 빠르게 될 수 있게 연속동작으로 연습한다.

재활 Tip. 평형감각 익히기
 - 1단계 : 손을 양옆 90도로 짚은 후,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앉는 연습(최대 10분)
 - 2단계 : 1단계가 조금 되면, 짚은 손을 뻗어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앉는 연습(최대 20분)
 - 3단계 : 2단계 숙지 후, 손을 무릎에 올리고 앉는 연습(최대 20분)
 - 4단계 : 양반 다리로 앉는 연습(2분씩 늘려가며 천천히 연습)

그리고 다음으로 찾아온 문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 뜨거운 것, 저린 감각, 차가운 것 , 따가운 것, 아픈 것 그 모든 감각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런 상황 속에 놓이다 보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온통 나를 공격하는 무기였다. 오래 앉아 일하는 것은 물론, 뜨거운 물을 잘못 사용해 무릎에 쏟아도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즉, 나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전이 모두 무너졌다. 나는 모든 것에 곤두세워져 조심해야 했다. 병원을 옮기고 한 번은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아주 추운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병원 생활을 통해 만난 병원 동기들과 오랜만에 직접 구운 고기를 먹고 싶어서 외출을 신청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나름의 재활이 조금 되어 있던 나는, 경추 친구와 상위 흉추를 다친 언니 둘을 데리고 고깃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고기를 맛있게 먹고, 나와서 우리는 한참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조금 늦게 병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도착해서 바지를 벗으려고 보니, 바지를 벗을 수 없을 정도로 동상이 와 있는 상황이었다. 곧 이불로 꽁꽁 다리를 싸맸고, 나는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정확히 빗나갔고,  1-2시간이 지나도, 다리는 여전히 얼어 있었고, 상태를 본 간호사님과 의사 선생님도 동상에 걸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날 새벽 ‘다리가 녹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잠을 설쳐야 했다. 그 일을 겪은 뒤, 감각이 없다는 것의 무서움을, 뼈가 저리게 느끼게 된 나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세 번째, 신경의 오작동으로 인한 신경통,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다리가, 3개월이 지나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바로 *신경통! 저릿하고, 뜨겁고, 칼로 베는 듯한 느낌, 불에 타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한 통증의 양상이 일어났다. 통증 정도를 1-10까지 강도를 설정한다면, 통증의 강도는 늘 8 정도의 아픔이었다. 아플 땐 다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새벽마다 수시로 찾아오는 고통 때문에, 신음이 입가로 새어 나왔고, 어느 날은 머리를 다 쥐어뜯었다. 너무 아파서 마약성 진통제를 주사제로 맞은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움증, 속 쓰림, 구토와 구역감 등 강한 부작용으로 2-3주를  버리는 일을 겪으니, 차라리 그냥 아프자! 아픈 게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더 아픈 느낌이라서 처방받지 못했다. 느끼지도 못하는데, 아픈 것은 그대로 아프니 참, 불공평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우울감, 무력감 등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 정도가 되면, 통증 약으로 통증 관리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도 맞는 약을 찾기 어려워 여전히 나에게 맞는 약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하늘에서 뭐라도 내리는 날엔, 10의 통증이 나에게 찾아오다 보니, 아무것도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병원 침대에 누워서 아픔을 버티고 참아내야 했다.

  

   *신경통 : 척수쇼크가 풀리는 3-6주 후에 조금씩 증상이 발현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경이 담당하는 영역을 따라 나타나는 통증으로, 통증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이 자극을 받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화끈거리는 통증, 짜릿한 통증, 전기가 오는 듯한 통증, 카로 쑤시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마지막은, *경직과 강직이다. 신경통은 느끼지 못함의 문제라면, 강직과 경직은 ‘움직이지 못하는 근육들의 오작동’이다.  그 오작동은 주로, 갑작스러운 자세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긴다거나,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옮겨 앉는 등의 상황이다. 나는 강직이 심했는데, 강직 때문에 다리가 잘 굽혀지지 않거나 하는 경우에는 근육들을 풀기에 급급했다. 문제는 안쪽의 방광 근육까지 조여지다 보니, 카테테가 들어가지 않아 수차례 고생하기도 했고, 때로는 자율신경반사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나 또한 처음엔 경직으로 가볍게 떨리기 시작하다가, 강직의 형태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직과 강직이 지속되다 보니, 혼자 할 수 있었던 다양한 일들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이때 도움을 주는 것 또한 방법이 있으니, 그 방법은 다음에 나누도록 하겠다.) 잘못된 방법으로 도와주다가 오히려 상체를 다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경직과 강직 : 척수쇼크가 풀리는 3-6주 후에 조금씩 증상이 발현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근육의 긴장이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로 경직은 다리, 팔 등이 덜덜 떨리는 양상으로 나타나며, 강직은 뻗뻗하게 굳어서, 관절이 전혀 굽혀지지도 펴지지도 않는 양상을 보인다. 이 증상의 이점은 근육이 빠르게 약화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장점은 있으나, 단점으로는 관절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 관절이 변형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재활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재활을 통해서, 누워 있던 내가 앉아 있게 되는 과정들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여정이기도 하다. 처음 1분, 2분 앉아 있는 것도, 내 감각 없음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모두 다 재활이다. 이렇게 재활을 하다 보면, 필수적으로 드는 생각은, ‘다시 할 수 있을까?’, ‘전처럼..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생각은 새벽마다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재활을 위해선 운동재활은 필수이다. 앉아있기 위해서는 코어근육이 필요하며, 누워서 팔로 앉는 자세까지 오기 위해선 당연히 상지 근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활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기에, 절대 함부로 판단하고 말해서는 안 된다. 가끔은 그 옆에 묵묵히 지켜주는 것, 그리고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해냈을 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 것! 이것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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