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살기 초보인 나는 여전히 어려움을 종종 겪고 있다. 천천히 친해지라는 경험 많은 집사들의 조언에도 대답은 참 잘 하지만,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고양이의 ‘모드’가 참 여러 개라는 것. 흔히는 아가 모드, 엄마 모드, 야생 모드, 수면 모드가 기본적으로 있다고들 한다. 우리 드니는 아무래도 수면 모드 아니면 배고픔 모드, 그리고 사냥꾼 모드가 탑재되어 있는 것 같다. 난 정말이지 드니가 사냥꾼으로 변할 때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드니의 공격 모드는 해가 지고 나면 슬슬 시작된다. 드니의 나이는 1살 하고도 3개월이 되었다. 아가도 아니고, 다 자란 어른도 아닌 나이. 그래서인지 자기주장은 센데, 뭘 원하는지 본인도 모르는 것 같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드니가 공격을 시작하려 할 때면 정말이지 나는 조금 쫄린다.
우리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드니가 내 짝꿍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나만 유독 공격했다. 예쁘다고 만져주는 게 싫어서 물며 의사표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쿨쿨 잘 때 건드렸다고 미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고 있었고, 드니는 그런 나를 표적 삼아 식탁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식탁 옆을 지나갈 때, ‘이때다!’라며 나의 종아리를 덮친 것이다.
두 앞다리로 내 다리를 잡고는 물기까지 했다.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꿱 질렀다. 사냥감이 소리를 지르자 사냥꾼도 덩달아 놀랐다. 놀란 건지, 그걸 즐기는 건지 집안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드니였다. 나는 화가 난 것 반, 놀란 것 반의 마음으로 식탁 옆에서 길을 잃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자 드니가 할퀸 곳이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했다. 손으로 쓱 하고 종아리 뒷부분을 만졌는데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맙소사, 생각보다 상처 부위가 컸다. 종아리를 두 발로 꽉 잡은 채, 죽 미끄러진 듯 발톱 자국이 길게 나있었다. 그 사이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집에는 일반 사이즈의 반창고밖에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의 편의점이 너무 그립다.) 짝꿍이 그걸 이어 붙여서 상처 위를 덮어주었다. 급히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로 덮어놨지만 그 아픔은 꽤 오래갔다. 그리고 그날 밤은 화가 나서 침실에 드니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방 문 앞에서 드니가 낑낑거려서 마음이 약해질 뻔했지만, 상처 부위가 계속해서 쓰린 것에 마음이 더 쓰였다.
다음날, 드니의 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종아리에는 여전히 반창고가 길게 붙어 있었다. 배고픔 모드인 드니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드니가 내 종아리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경계 모드가 되어 움찔했다. 그런데 드니가 반창고가 붙은 주위를 할짝할짝 핥는 것이었다.
“흥, 미안하긴 한가 봐 드니?!”
“야옹”
미안한 게 아니라, 그냥 빨리 밥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 모습을 보고 사르르 마음이 녹지 않을 수 없었다.
고양이의 집사 공격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들을 모아보았다. 아무래도 드니가 아가일 때, 사람들이 손이나 발을 이용해 놀아주었던 기억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드니는 우리의 손가락이 본인의 눈앞에서 활발히 움직이거나,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일 때마다 사냥감을 노리듯 포착하는 것 같다. 활발한 드니가 너무 좋지만, 난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드니의 이 좋지 못한 버릇을 고쳐줘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과연 고쳐질 수 있는 것일까?
요즘은 장난감을 이용해서 최대한 드니와 열심히 놀아주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드니가 놀다가 힘이 다 빠져서 사냥 모드로 변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충전을 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장난감도 준비해 두었다. 곤충처럼 생긴 것 하나, 물고기 인형 하나. 드니가 사냥 모드로 포즈를 취하면 난 장난감을 준비시킨다. 아직까진 이 방법이 효과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드니는 사냥 모드로 자주 변신한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난 내 갈길을 가는 것뿐이었는데 드니가 내 발을 공격했다.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도 피가 났다. 드니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지만 피가 나면 아프고 화가 나는 것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니는 열심히 움직이는 물고기 인형을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