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에서는 두 가지의 텐트 타입을 고를 수 있어. 첫째, 베르베르 전통 음악과 춤이 있고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는 텐트. 두 번째는 아주 조용한 텐트.”
나는 조용한 텐트에서는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고,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조용한 텐트를 택했다.
사막에 들어가는 날까지도 후씬의 집에 손님은 나 하나였다. 비수기인 탓이라고는 했지만, 사하라에 들어가는 중에 만난 다른 가이드가 그룹 여행자를 끌고 가는 걸로 보아 후씬이 영업에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후씬의 누나가 챙겨준 저녁거리를 가지고 사하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한창 뜨거울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밥 말리라는 이름을 가진 낙타와 함께했다. 후씬은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걸었다.
“후씬, 사막에서는 방향을 어떻게 찾아? 해나 달의 위치 뭐 그런 걸로 찾는 거야? 나는 도대체 거기가 거기 같은데 말이야. 바람이 세게 불거나 하면 사구의 모양이 바뀌고 그런 거야?”
밥 말리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리드하던 후씬이 대답했다.
“전혀, 사구의 모양은 변하지 않아. 굉장히 정직한 자연이야. 아무리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사막 본래의 모양이 바뀌지는 않아. 언덕의 위치가 시시때때로 바뀐다면, 다들 텐트를 이고 다녀야 할걸?”
우리는 수십 번 모래 능선을 타고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능선 사이로 언제쯤 텐트가 보일까 연신 고개를 돌리기를 수십 번. 도저히 아무것도 나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을 때, 움푹 파인 지형에 도착했다. 그 가운데에 내가 하룻밤을 보낼 사하라의 텐트가 있었다. 죽 늘어선 모래 언덕들이 텐트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인 텐트였다. 텐트 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요리를 하는 곳, 먹는 곳, 자는 곳이 나름대로 구분되어 있었다. 튼튼해 보이진 않지만 따뜻해 보이는 침대도 있었다. 밖에서 볼일을 봐야 할 줄 알았는데 텐트 내부에 간이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후씬은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다. 후씬의 누나가 준비해 준 메뉴는 야채 타진이었다. 타진(Tajine)은 쿠스쿠스와 함께 모로코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이다. 납작한 그릇에 고기나 야채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원뿔 모양의 뚜껑을 닫아 조리한다. 타진이 요리되는 것을 보며, 무슨 음식이든 타진 냄비에 넣고 요리하면 다 맛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하라의 한가운데에서 먹는 타진이라니. 어떤 재료가 들어간다고 한들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나는 빵을 이용하여 남은 소스까지 싹 찍어 먹었다. 그릇이 아주 깨끗해졌다.
저녁 식사로 배를 채운 후에는 모래언덕 위를 올라갔다. 가까운 사구의 꼭대기를 목적지로 정하고 걸었다. 샌들과 발 사이에 모래가 무수히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발을 내딛을수록 목적지와 멀어졌다. 나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올라가고는 있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뒤로 밀려나는 것 같았다. 닿고자 하는 곳은 손에 잡힐 듯 선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나는 후씬에게 도움을 청했다.
“사하라에서는 평상시에 익숙한 잣대를 들이대면 안 돼. 많은 이들이 사하라에서 방향을 못 찾아서 힘들어하는 것보다 더 애를 먹는 건 이렇게 언덕을 오를 때야. 대부분 언덕의 정상만 보고 올라가거든.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하라에서는 그렇지 않아. 그렇게 무작정 올라가다간 결코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없어. 우리가 할 일은 그 능선을 찾는 거야. 그게 가장 먼저 할 일이야.”
후씬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가 하는 대로 발걸음을 하나씩 옮겼다. 능선을 따라 걷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텐트가 조금은 멀어진 걸 보니 어찌 됐든 올라가는 중인 건 틀림없었다. 헉헉거리며 쫓아가는 나에게 후씬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고 도착하지 않을 것 같아도, 결국은 이게 가장 빠르고 올바른 방법이야.”
높은 언덕에 올라가 보니 건너편 저 멀리 또 다른 텐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개의 텐트가 함께 모여있었다. 전구도 많이 달려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온갖 것으로 나름 화려하게 꾸며놓은 텐트였다. 캠프파이어를 하는 중인지 모닥불도 보였고, 몇 명은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어느 능선의 끝자락에 앉았다. 손도 대지 못할 만큼 뜨거웠던 사막은 어느덧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하늘은 까맸고, 사막은 하늘과 경계를 이루지 않았다. 사막의 밤은 추웠다. 기어오를 때는 잘 느껴지지 않았던 추위가 서서히 몰려왔다.
나는 모래를 파내어 구덩이를 작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두 발을 넣고 다시 모래를 덮었다. 발목까지 뒤덮은 모래의 감촉이 기분 좋게 간지러웠다. 온기를 잃었던 두 발이 금방 따뜻해졌다. 그렇게 두 발을 파묻은 채 드러누웠다. 사막 가까이에 귀가 닿았다.
사하라에서는 모든 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모래에서 모래로, 혹은 바람에 실려 온 채로, 뜨거운 낮 동안 숨겨온 소리가 한 가닥씩 피어올랐다. 지글지글 뜨거운 태양이 모래를 데우던 소리가, 저기 흥겨운 텐트에서 연주되는 베르베르 전통 악기의 멜로디가, 밥 말리의 발바닥이 콩콩 사막에 닿을 때 만들어지던 박자가, 조금 먼 곳에서 흘러 들어와 길을 잃은 이야기가 모래 능선을 따라 곱게도 퍼져 있었다.
그렇게 사막의 소리를 듣다 보니, 모래로 덮었던 발이 다시 차가워졌다. 나는 다시 다른 구덩이를 파서 발을 파묻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잘 곳이 눈에 들어왔다. 추위를 이길 수 없을 때까지 사막을 즐기다 이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두 다리 뻗고 잘 곳이 있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포근한 이불을 덮은 것 같았다. 나는 졸음이 밀려올 때까지 여러 번 모래 구덩이를 팠다.
다음 날 새벽, 일출을 보려고 핸드폰 알람도 맞춰놓고 후씬에게 꼭 깨워 달라 신신당부했지만, 결국 일출을 놓쳤다. 너무 깊이 곯아떨어진 탓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텐트 밖으로 나갔다. 해가 막 지평선을 떠난 후였다.
나는 전날 밤에 앉아있던 모래 언덕으로 올라갔다. 내가 하룻밤을 보낸 텐트를 향해 몸을 돌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 새긴 나의 발자국이 텐트까지 이어져 있었다. 옅지만 촘촘했다. 그 흔적 위로 막 뜨거워지기 시작한 아침이 가득 깔렸다. 모래 언덕의 모든 능선이 빛났다. 다시 오지 않을 사하라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