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지지 못한 그 이름 바다 가득 써보려는 듯이
그것은 기다림의 몸짓이었다.
오래전 해가 뜨기도 전에 출발한 배 한 척이 보내는 신호를 기다리는 몸짓,
받아본 적 없는 읽을 수 없는 편지를 기다리는 몸짓,
없을지도 모를 적절한 때를 찾는 기다림의 몸짓이었다.
몸짓은 잽싸게 돌아갔고 흠잡을 데라곤 없었다. 애타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감정을 제 옆에 잠시 접어둔 체였다. 보고 싶은 마음은 고이 넣어 두었지만,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그리움은 어찌할 줄 모르는 그런 몸짓이었다.
머물지 못한 이를 위하여 그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아무도 봐주는 이가 없는 날에도 꽤나 많은 이들이 모여들 때에도 변함없는 자세로 그는 계속해서 현란한 자세를 구현했다. 그의 뒤로 펼쳐진 바다는 고요했다. 마치 그에게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렇게. 한낮을 뒤덮었던 구름조차도 조용히 바다로 녹아내려 가벼운 파도가 되었다. 바람도 속도를 늦추어 그의 다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보드랍게 그의 머리카락 사이를 휘감았다. 오직 해 질 녘을 준비하는 태양만이 계산 없이 모든 것으로 스며들었다.
머나먼 곳으로 떠나간 이를 위하여 그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머나먼 곳에서도 바라만 보면 그가 보일 수 있도록 언제나 커다란 동작을 만들겠노라며 그는 다짐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이 아니라면, 비가 무자비하게 퍼붓는 날이 아니라면, 이 한 몸 홀로 지탱하기 힘들 만큼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 아니라면, 그는 그렇게 언제든 해변으로 나와 떠나간 이를 위한 동작을 만들겠노라고 약속했다. 그것은 마치 해소되지 않을 갈증을 잊을 방법이라도 찾은 몸짓과 같았다.
이름 하나 남기고 가지 못한 이를 위하여 그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남겨지지 못한 그 이름 바다 가득 써보려는 듯이,
차마 불려지지 못한 그 이름 하늘에 대신 새겨주듯이
따뜻한 손길 한번 느껴보지 못한 그 이름 가득 온기를 담듯 그는 계속해서 온 몸을 움직였다.
그가 반복해서 써내려 간 이름에 생명이 불어넣어지는 것을 지나가는 바람은 보았다. 그 바람이 계속해서 다른 해변에도 또 다른 해변에도 그 이름을 흘리리라. 바람에 사뿐히 올라탄 그 이름의 모서리로 유난히 해가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래야 할 때가 온다면,
정답을 알아야 할 때가 온다면,
우리에게 그래야 할 시간이 온다면
이라는 온갖 조건절을 갖다 붙여놓은 늦은 오후의 춤.
모든 찬란함이 마지막을 만난 것처럼, 더 이상은 그 이상 뽐낼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곧 저물어 갈 모든 시간이 아쉬워 멈출 수 없는 춤. 모든 것의 표면을 훑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태연한 척 구르는 그의 다리. 그의 손짓은 금방이라도 떠나간 이를 만날 것처럼 그렇게 애타지만 단단했다. 머물지 못한 얼굴을 남몰래 새기며 또다시 마주할 날을 기대하며 그렇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남겨진 약속도 남겨진 이름도 하나 없더라도, 언젠가 이루어질 만남에 가슴 뭉클해질 준비를 하듯 그렇게 그의 춤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