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시간] 바닷속으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건, 한 사람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by 오션뷰

보다. 두 눈 가득 바다를 담아본다. 두 눈 가득 서로를 담아본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하기 위해 눈이 움직이는 대로 발을 움직인다. 아무리 먼 곳에서 바라보더라도 가장 빛나고 있는 그 지점을 향해서, 아무리 시야를 가리는 것들이 많더라도 모든 것을 헤치고 닿을 수 있다는 듯이, 아무리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것들이 거침없이 끼어든다 하여도 그런 것쯤 금방 지나갈 거라는 듯이. 눈으로 바라본 바다가 가슴에 가득 채워지는 기분은 그 어떤 것보다 짜릿하다. 두 눈에 서로의 모습만을 채우는 기분은 이미 모든 것을 가져서 정말이지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을 것만 같다.


만지다. 서로의 온도를 나누어 본다. 조심스레 발끝을 담그고 조심스레 손끝을 닿아본다. 바다가 품은 온도가 발끝에서부터 피어오른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각에 모든 신경이 곤두선다. 어느새 온몸이 바다의 색을 닮아 파래지고, 모든 바다를 다 끌어안을 수 있다는 듯이 성큼성큼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거칠지만 부드럽게 그 안에 나를 맡기고, 모든 것을 안는다. 어느새 서로의 온도가 적절히 섞이고 나면, 우리는 서로 닮아 있었다. 서로가 지나온 모든 시간도 아름다운 눈빛 속에 거짓말처럼 스며들었고, 기꺼이 서로의 과거가 되고 현재가 되었다. 서로가 담아온 모든 것을 가슴 깊이 끌어안고 전부 가졌다.


섞이다. 서로가 가진 모든 질감이 섞여 든다. 바다는 지금껏 온통 나를 향해서만 달려왔을 것이고, 나는 그런 바다를 향해 먼 길도 멀지 않은 길처럼 달려온 것이다. 서로를 데려다준 것에게 감사하며, 더 이상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섞여 든다. 바다가 나를 싣고 또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해서 흘러갈 것 같다. 우리도 그랬다. 서로가 가진 모든 육체와 감정이 섞여 들었다. 서로를 만나기 위해서 존재했기에, 서로에게 서로를 이끌어준 모든 것들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다음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없기에 지금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 모든 힘을 다해 섞여 들었다.



말하다. 우리가 함께 나눈 언어들. 언어는 바다의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마음과 다른 방향으로 출렁거린다. 설령, 모든 뜻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작은 의도조차도 엇갈릴 수가 있다. 말하고자 하는 바대로 뜻을 전할 수 없어, 밀려오는 파도에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쓸려 가기도 한다. 넘어지고 일어나 분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그게 나의 언어가 되고, 어느새 밀물은 썰물이 되어 저만큼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 이미 벌어진 만큼 벌어진 간격이 무서워 내뱉은 몇 마디의 말들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어 흔적이 된다. 목적지에 닿지 못한 언어에게 해가 지는 시간은 시리도록 아프다..


기억하다. 얼마나 바닷속에 있었을까. 어둠이 깔리고 밤이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 짙게 깔리면, 파도를 타고 바다 밖으로 나간다. 바다를 빠져나가는 몸이 무겁다. 바다를 빠져나가는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온몸에 가득했던 물기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후드득. 또 후드득. 발끝으로 떨어지는 바다 한 조각을 담고, 더 이상 함께 덮지 못할 이불을 매만지며 우리의 한 조각을 담는다.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귓바퀴에 잠겨 있는 바다 한 조각을 기억하고, 가슴에 아프게 맺혀있는 우리가 만들어 낸 문장을 기억한다. 두 눈 가득 담았던 바다 다시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릴지언정 마지막 한 조각 다시 붙잡고, 온 마음을 채웠던 서로가 차갑게 식어 내릴지언정 함께 만들었던 미소 하나 붙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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