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네가 술래야" (폴 T. 메이슨 / 랜디 크리거)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과 태어나서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며 살겠지만, 간극이 그렇게나 크다니 놀랍지 않은가.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 특징을 조금 더 과장되고 극적으로 보여준다. 섬북동에서 활동하는 여러 멤버들은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 중 어떤 선까지는 이해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용납할 수 없다고 느낄까? 그런 얘기를 함께 나눠 보았다.
'잡았다, 네가 술래야'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이_이전부터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었고, 스터디도 했다.
박_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많이 들었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아니지만 정신병원에 갇힌 여자가 탈출하는 '써커 펀치'라는 유명한 영화를 재밌게 봤다. 그때 좀 찾아봤다.
권_용어는 처음 알게 됐다. 책을 읽고도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분이 모호하고 잘 모르겠다.
주_책을 통해서 처음 용어 접했고, 안타까웠다. 최근 본 '소년심판' 인물 중에도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2. 책에 대한 소감
이_책을 읽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했다. 얇고 종류별로 나눠진 요즘 책에 비해 페이지 수가 많은 옛날 책 느낌. 경계인의 부모인 경우, 자식인 경우, 배우자인 경우까지 케이스 스터디가 많은데, 읽는 내내 내가 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같고 남편 같고 해서 너무 힘들었다.
박_외국 영화는 무조건 이런 사람이 주인공이거나 주변 사람으로 나오지 않나. 그래서 사례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이런 상황에 이렇게 대처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활용되는구나, 서로 싸울 수도 있고 표현할 수도 있구나... 그런 게 좋았다. 그런데 같은 애기 반복하고 핵심이 안 보인다는 단점도 있었다.
주_책을 읽을 때 인물에 이입이 팍팍되는 편이다. 어느 순간 내가 그 장애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어서 책을 좀 멀리하고, 다시 들어가면 내가 보호자가 되어있어서 서 또다시 멀리하고, 거리 조절이 필요했다. 이해가 너무 안 되기도 하고, 이해가 너무 되기도 하고, 혼란도 겪었다. 공감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했지만, 몰입하며 읽었다. 특히 '소년심판'을 본 후에 읽으니 더 몰입이 되더라.
권_사례가 있어서 그나마 읽을만했는데, 우울해서 진도가 안 나갔다. 다른 일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겸사겸사 공부할 겸, 주변에 그런 사람도 있어서 열심히 읽었는데 잘 모르겠다. 구분도 못하겠고 대응방법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
3. 자가 TEST를 해보니 어떤가?
주_'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에서는 동의가 됐다. 먹는 거 좋아하고, 보는 거 좋아하고, 따릉이 좋아하고, 단편적으로는 알겠는데,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 같고, 좀 복합적인 사람이고 싶어서인지 나를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 찾자면 '내편과 남편을 구분'하거나 '일시적으로 사고가 마비되는' 친구는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일단 숨 좀 쉬어볼래" 하고 나서 나중에 "이번엔 좀 선 넘는 발언 같았어" 하고 말하면 또 괜찮다.
이_이 책을 읽으며 우울했던 사람은 분명 주변에 그와 관련된 사람이 있었을 것 같다. 예전에 사회생활은 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주변 사람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애가 있었다. 그때 너무 넌더리가 나서 자기 연민이 심하고 예민하고 그런 사람을 싫어하게 됐다. 책에 나오는 대처법도 이런 애 곁에 있다 보면 자연적으로 알게 됐다. 사실 관계를 끊어야만 내가 살 수 있다. 그래서 대처법을 보며 답답했다.
그리고 '감정적일 때 이성적인 사고가 마비된다'는 나도 분명 해당된다. 누구와 같이 작업을 하다가 내가 화를 내면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기분이 나쁘더라. 하지만 그러고 나서 보니 좀 낫고, 아 이게 좋은 방법이구나 싶었다. 나머지 특성들은 경계성 성격장애 때문에 내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안 그런다.
권_일반인도 이 항목 중에 해당되는 있을 것 같다. 폭식이나, 말꼬리를 잡고 지능적으로 물고 늘어지거나, 궁지에 몰아넣는 등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은 너무 잘해서 더 헷갈리게 만들었는데, 책에 그런 내용도 있었다. 상상 속에서 연애를 하고, 내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고 히스테리를 부리던 사람도 생각났다.
'궁금한 이야기 Y'에서 횟집 사장님이 자신을 구타했다고 호소하는 사람에 대한 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횟집뿐 아니라 중고 마켓, 뉴스 등에 악성 댓글을 도배하는 사람이었다. 횟집 사장은 구인 공고를 보고 외딴곳까지 면접을 보러 온 그 사람에게 차비로 쓰라고 만원을 줬다가 택시를 타야 하니 이만 원을 달라는 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취재 요청을 받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다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고 하니 앞으로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행동을 바꾸더라.
정_어린 시절에 그러지 않았나. '내가 말야, 이렇게 했잖아~'라면서 호기롭게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호르몬이 정상이 아녔던 것 같다. 나의 '최악' 혹은 '최고'라고 말하는 언어 습관이나, 사고 나서 택을 떼지도 않은 물건, 그냥 버린 음식 등이 생각났다. 하지만 성격장애까지는 아닌 것 같다.
박_예전에 모임에서 성격이 좀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인에게 전화해서 자기 지금 죽으러 한강 간다고, 수면제를 사달라고 연락을 했는데, 그 지인이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왜 나한테 그러냐고, 살인 공범자로 만들지 말고 자기 일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하고 끊었다더라. 이 책을 읽으니 그런 대처가 좋았구나 싶었다.
이_책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왜 어떤 성격장애는 범죄로 이어졌는가)'에 10가지 성격장애를 테스트할 수 있는 설문지가 있는데, 테스트해보니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결과가 다르게 나오더라. 추천***
4. 나는 비 경계인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겠다? 없겠다?(가족 관계 제외)
이_없다. 성격이 좀 이상한 언니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관계가 오래갔다. 그러다 성격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구나, 내가 고칠 수 없는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했구나 깨달았다. 경계인이 매력적이긴 하다. 잘해줄 땐 입안의 혀처럼 굴지 않는가. 그런데 거기서 벗어나면 폭발한다. 감당 못한다.
박_없다. 이 책은 비 경계인이 경계인이 해줬던 엄청 좋았던 것을 기억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책이다.
정_없다. 알코올 중독자 애인을 정말 사랑한다면 선택할 수 있겠냐는 질문과 같다. 나는 감당 못한다. 게다가 경계성 성격장애는 전염된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자기가 문제를 알고 치료할 의지가 있다면 참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권_없다. 책에 나왔던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많다.
주_절대 없다. 친구와 애인이 심하게 싸우면 위로하지 않고 헤어지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도 애인이 좋다며 만나는 친구가 이해가 안 된다.
5. 생각나는 영화나 드라마
정_'러브 액추얼리'. 몇 분에 한 번씩 전화하고 안 받으면 때리는 발달장애 오빠 때문에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디자이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주_'소년심판'. 심판받는 미성년자 중에 그런 성향이 있지 않을까. 그 시기는 호르몬 때문에 그러지 않나 싶다. 관심받고 싶어 하는 행위. '영혼 수선공' 정소민도 그런 캐릭터다.
박_ '나를 찾아줘'. 주도면밀하고 변화무쌍한 성격장애의 극단. 그러나 남편만 당하고 사회적으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_'세자매'에서 장윤주를 보면서 아주 화났다. 자기 멋대로에 수 틀리면 수시로 언니에게 전화해서 괴롭힌다. 정유정 작가가 소설에서 그런 주인공을 잘 쓴다. '완전한 행복', '7년의 밤'. 그런 여자가 우유부단한 남자와 살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여자에게 발현되면 병원에 가고 남자는 반사회성으로 발현되어 감옥에 가있는 것 같다.
박_'광기의 역사'가 그런 내용을 다룬다. 원래 동네마다 미친놈이 하나는 있어 왔는데, 지금 사회에서는 일을 안 해서 도움이 안 되니까 정신병원에 가둔다. 그런 사람이 많으니까 분류를 하고 새로운 감옥에 가두는 거다.
이_중앙일보 미주지부 딸이 하버드에 입학했다고 대서특필 된 적이 있었는데,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쇠고랑 차고 들어가지 않고 불쌍하다고 하고 말더라.
정_어디까지가 병인가. '리플리 증후군' 따위로 이름 붙이는 자체가 문제다. 일종의 핑계, 보호막을 주는 게 아닌가. 경계가 너무 흐릿하다. 그러니 이왕 물든다면 재밌고 밝고 기분 좋은 것들이 낫겠다. 그래서 요즘 그런 피드를 팔로우하고 있다. 특히 흑당이라는 고양이. 한눈에 반했다. 영혼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 팔로우한 일주일 동안 기분이 내내 좋았다. 귀여움이 지구를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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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 척 한 척은 스스로의 운명에 대해 자기 몫의 책임을 지며 등대 불빛에 안내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 등대는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이 없다. 오직 당신만이 경계인을 바꿀 수 있다는, 혹은 그래야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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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5일(토) 오전 10시 30분 줌 모임
‘잡았다, 네가 술래야’ by 폴 T. 메이슨 / 랜디 크리거
참석자: 이, 박, 권, 주, 정, 옥 (총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