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발언과 '운전의 본질'
자율주행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FSD)'은 많은 운전자에게 꿈의 기술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론 머스크의 "운전 중 문자 메시지 허용" 발언이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빠져들어도 되는 걸까요? 오늘은 이 논란을 기술, 규제,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운전 경험(Empathy)을 통해 짚어봅니다.
매일 아침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꽉 막힌 도로 위에 갇혀보신 적 있으시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루함 속에서 쏟아지는 졸음, 그리고 쉴 새 없이 울리는 업무 알림들.
"이럴 때 차가 알아서 가주고, 나는 급한 카톡이나 이메일 좀 처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입니다. 실제로 테슬라 FSD 사용자들은 복잡한 교차로를 통과하고 칼같이 주차하는 차를 보며 감탄하곤 합니다. 심지어 노년의 부모님께 이 기술을 선물하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죠. 기술이 주는 '편리함'의 유혹은 그만큼 달콤합니다.
하지만 기사에 소개된 61세의 테슬라 운전자 제프 펄만(Geoff Perlman)의 말은 현실을 자각하게 합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수천 파운드짜리 쇳덩어리 안에서 핸드폰만 쳐다보는 건, 현시점에서는 '미친 짓(Crazy)'입니다."
이런 운전자들의 불안과 달리, 일론 머스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본질적으로 운전 중 문자를 보내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FSD 사용 시 사고율이 훨씬 낮다는 자체 데이터를 근거로 말이죠.
하지만 자동차 안전 및 규제 전문가로서 바라본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여기에는 명확한 '함정'이 존재합니다.
기술적 진실 (Level 2의 한계): 현재 테슬라의 FSD(Supervised)는 기술적으로 레벨 2입니다. 시스템이 조향과 가속을 돕지만, 운전자는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하고 전방을 주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머스크의 발언은 사실상 레벨 3(시스템 책임 구간) 이상의 경험을 약속하는 것이지만, 법적/기술적 토대는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규제의 장벽 (UN R171): 테슬라는 우리나라에는 한미FTA에 따라 운행되기는 하지만, 유럽에서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려면 UN R171(DCAS) 규정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규정은 시스템이 운전자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전방 주시 태만 시 경고를 보내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자 해도 된다"는 마케팅은 글로벌 규제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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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가 있습니다.
"지금의 테슬라 FSD는 '갓 걸음마를 뗀 천재 아이'와 같습니다."
이 아이(AI)는 정말 똑똑해서 길도 잘 찾고 운전도 기가 막히게 합니다. 부모님(운전자)은 아이가 너무 대견해서 자랑하고 싶죠. 하지만 아이는 경험이 부족해 갑자기 튀어나온 공을 보고 당황하거나, 복잡한 신호를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우리 애 천재니까 알아서 할 거야"라며 딴짓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사고는 그 찰나의 순간에 발생합니다. 아이가 아무리 똑똑해도, 돌발 상황에서 아이를 잡아줄 부모의 손과 눈은 항상 아이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경쟁사 Waymo가 라이다(LiDAR)와 정밀지도를 무장하고 '안전제일'로 천천히 나아갈 때,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속도전'을 펼치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은 분명 우리를 자유롭게 할 혁신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은 모든 책임을 대신 져주는 '완벽한 대리 기사(Chauffeur)'가 아니라, 나의 운전을 도와주는 '똑똑한 부조종사(Co-pilot)'입니다.
시스템이 "괜찮다"라고 속삭여도, 운전대를 잡은 순간만큼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타인의 안전을 위해 전방을 주시하는 '세심함'을 놓지 마시길 바랍니다.
기술의 완성은 결국,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책임감에서 마침표가 찍히니까요.
https://www.bbc.com/news/articles/c783qd14zl7o (접속일 :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