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시간'입니다

by 조성우


자율주행 자동차 소식을 접할 때 우리는 흔히 '기술'에 주목합니다. 라이다(LiDAR) 센서의 성능, AI의 연산 속도, 또는 레벨 4의 안전성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최근 폭스바겐(Volkswagen)이 공개한 'Gen.Urban' 프로젝트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완성된 그 시점, "과연 사람은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오늘은 폭스바겐의 새로운 실험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외에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인간 중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동 수단에서 '제3의 생활공간'으로


폭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서는 현재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는 낯선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주행 데이터 수집이 아닙니다. 바로 탑승객의 행동 양식(Behavior)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이 차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Work), 쉬고(Rest), 노는지(Play)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근길, 운전이 사라진다면?

여러분의 아침 출근길을 떠올려보세요. 꽉 막힌 도로, 앞차와의 거리 유지, 신호 대기... 운전은 노동입니다.

하지만 운전대가 사라진다면 그 1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요?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침실, 밀린 드라마를 보는 영화관, 혹은 급한 이메일을 처리하는 움직이는 사무실.

자율주행은 단순한 '이동 혁명'이 아니라, 우리에게 하루 1~2시간의 자유 시간을 선물하는 '시간 혁명'입니다.


기술의 완성은 '신뢰'에서 온다


폭스바겐 그룹 이노베이션 책임자 니콜라이 아르데이(Nikolai Ardey) 박사는 "긍정적 고객 경험의 핵심은 신뢰 구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라도, 탑승자가 불안에 떨며 손잡이를 꽉 잡고 있다면 그건 실패한 경험입니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다음과 같은 '감각적 장치'들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 맞춤형 앰비언트(Ambient): 승객이 앱으로 실내 온도와 조명을 직접 세팅.

* 지능형 시트: 상황에 따라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자동 조절.

* 정보의 투명성: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가 현재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하는지 시각적으로 전달.



엘리베이터를 탈 때의 마음처럼

우리가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를 탈 때 추락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익숙함'과 '신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의 엘리베이터처럼 느껴지려면, 기술적 안전만큼이나 '심리적 안락함'을 주는 UX(사용자 경험)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차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 그 한 끗 차이가 기술의 성패를 가릅니다.



운전석의 재정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번 폭스바겐의 실험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 일반 참가자: 운전석에 앉음 (하지만 운전대는 없음)

* 전문 안전 요원: 조수석에 앉아 조이스틱으로 비상 상황 대비

보통 안전 요원이 운전석에 앉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이는 일반인이 가장 익숙한 '운전석'이라는 위치에 앉았을 때, 운전의 통제권을 기계에 넘기는 심리적 과정을 면밀히 살피기 위함입니다.



내가 운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운전석에 앉았지만 할 일이 없는 상황, 처음엔 어색하고 불안할 것입니다. 내 손과 발이 기억하는 감각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실험은 그 어색함이 편안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포착하려 합니다. "내가 통제하지 않아도 내 삶은 안전하게 흘러간다"는 감각. 어쩌면 자율주행 시대에 우리가 적응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기술 습득이 아니라, '내려놓음의 미학'일지도 모릅니다.



2026년,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폭스바겐은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은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탑승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느냐'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은 차갑지만, 그 기술이 담아내야 할 공간은 따뜻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운전대가 사라진 차 안에서,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https://www.fleeteurope.com/en/autonomous/europe/features/vw-trials-self-driving-car-live-traffic(접속일 : ​2025.12.31)


keyword
작가의 이전글테슬라 FSD 믿고 문자 보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