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파리의 좁은 길을 달린 진짜 속사정

규제와 센서, 두 개의 전쟁

by 조성우


2026년 새해가 밝자마자 자동차 업계가 프랑스 파리에서 들려온 소식으로 뜨겁습니다. 바로 테슬라가 파리 도심에서 진행한 FSD(완전 자율 주행) 시범 주행 때문입니다.

이 뉴스는 단순히 "기술이 발전했다"는 시승기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유럽의 단단한 규제의 벽을 넘으려는 전략과, 기술적 신념을 증명하려는 테슬라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테슬라의 파리 주행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꽁꽁 묶여있던 테슬라의 손발 (규제 전쟁)


미국 유튜브를 보면 테슬라가 혼자서 차선을 바꾸고 신호를 지키는 영상이 넘쳐나는데, 왜 유럽(그리고 한국)에서는 그 기능이 제한적일까요? 바로 유럽의 깐깐한 자동차 안전 규제 때문입니다.


* UN R79: 스티어링(조향) 기능에 대한 엄격한 제한. 핸들을 얼마나 꺾을 수 있는지까지 세세하게 규정합니다.

* UN R157: 자동 차로 유지 시스템(ALKS)에 관한 규정.

이런 규제들 때문에 테슬라는 유럽에서 자신의 장기인 FSD 기능을 봉인당한 채,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보조 기능만 제공해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슈퍼카를 가지고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로만 달려야 했던 셈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Lobbying via Demo)


그래서 지난달(2025년 12월), 테슬라는 파리, 리옹 등 대도시에서 대대적인 시범 주행을 감행했습니다. 이것은 2026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규제(DCAS) 인증을 앞두고 규제 당국(UNECE)을 향해 던지는 강력한 무력시위이자 로비입니다.

"보십시오. 당신들이 걱정하는 그 복잡한 파리의 회전교차로와 좁은 골목에서도 우리 차는 안전합니다."

테슬라는 회의실에서의 서류 논쟁 대신, 가장 복잡한 도로 위에서의 실전을 보여줌으로써 규제 완화를 압박하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이렇게 안전한데, 언제까지 낡은 규제로 막을 텐가?"라고 묻는 것이죠.



실력은 있는데 기회를 못 잡는 억울함


이 대목에서 묘한 공감과 응원의 마음이 생깁니다. 우리 일상에도 이런 순간들이 있지 않나요?

매뉴얼에 갇힌 답답함: 직장에서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데, 회사의 낡은 규정이나 고지식한 지시 때문에 "시키는 대로만 해"라는 말을 들을 때의 답답함. 테슬라가 유럽 규제 앞에서 느꼈을 감정이 딱 이렇지 않았을까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순간: 말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꽉 막힌 상황에서,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거봐, 내가 된다고 했잖아!"라고 외치며 실력을 증명해 보일 때의 그 짜릿함. 테슬라의 이번 파리 주행은 낡은 규칙에 맞서 능력을 증명하려는 모든 도전자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사람의 눈처럼 vs 박쥐의 초음파처럼


규제의 벽만큼이나 높은 또 하나의 벽은 바로 기술적 철학의 차이입니다.

테슬라의 방식 (Vision Only): "사람은 눈으로 보고 운전한다." 테슬라는 비싼 라이다(LiDAR) 센서를 제거하고, 오직 카메라(눈)와 인공지능(뇌)만으로 운전하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이번 파리 주행도 오직 카메라에만 의존했습니다.


유럽의 방식 (Sensor Fusion): "기계는 사람보다 더 안전해야 한다." 유럽 전문가들은 카메라뿐만 아니라 레이저(LiDAR), 레이더 등을 모두 사용하는 이중화(Redundancy)를 필수라고 봅니다. 카메라가 놓치면 다른 센서가 잡아줘야 한다는 안전제일주의입니다.


핵심 쟁점은 날씨입니다. 맑은 캘리포니아와 달리 비와 안개가 잦은 유럽에서, 카메라 하나만으로 로보택시 수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인증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직감형 천재 vs 꼼꼼한 모범생


이 기술 논쟁은 마치 우리 주변의 두 가지 성향을 보는 듯합니다.

직감형 천재 (테슬라): "복잡한 도구는 필요 없어. 내 눈과 감각을 믿어." 핵심에 집중하고 효율적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가끔 불안해합니다. "진짜 준비물 안 챙겨도 돼?"

꼼꼼한 모범생 (유럽): "혹시 모르니까 우산도 챙기고, 비상금도 챙기자." 돌발 상황에 대비해 플랜 B, 플랜 C를 준비합니다. 조금 느리고 무거울지라도 든든합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심플함을 추구하며 내 감각을 믿는 쪽인가요, 아니면 만약을 대비해 꼼꼼하게 보험을 들어두는 쪽인가요?



2026년, 테슬라는 에펠탑을 볼 수 있을까?


이번 시연에서 테슬라는 40분 주행 중 단 2회의 개입만을 허용하며 기술적 성숙도를 과시했습니다.

과연 유럽의 깐깐한 규제 당국은 이 실력 행사에 설득당했을까요? 그리고 테슬라의 카메라는 유럽의 빗줄기를 뚫고 안전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2026년은 규제라는 방패와 혁신이라는 창이 부딪치는 흥미진진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테슬라의 프랑스 주행은 "내 손발을 묶고 있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시위이자,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술적 자신감의 표출이었습니다.


https://www.futura-sciences.com/en/tesla-tests-autonomous-driving-in-french-cities-what-these-demos-really-reveal_22810/ ​ (접속일: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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