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하여
최근 CES 2026의 화려한 기술 발표 이면에는 자율주행의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수천억 달러를 투자한 최첨단 AI조차 정전 상황에서 멈춰 서고, 승객이 열어둔 차 문 하나를 스스로 닫지 못해 인간을 호출합니다. 이제 자율주행은 얼마나 똑똑한가를 넘어,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전과 수익을 동시에 잡는가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의 마이클 크라시오스(Michael Kratsios) 국장은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매우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번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AI 경쟁에서의 승리는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리더보드)가 아니라, 누가 더 일상에서 AI를 잘 사용하느냐(채택 게임)에 달려 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그 기술이 실제 산업과 시민의 삶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는지가 본질적인 경쟁력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특히 자율주행과 같은 고도의 정밀 기술 분야에서 이 논리는 더욱 강력한 힘을 얻습니다.
백악관 OSTP는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 보좌관이 이끄는 핵심 기구로, 미국의 AI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을 수립합니다. 마이클 크라시오스 국장은 미국의 AI 액션 플랜을 혁신, 인프라, 그리고 글로벌 수출이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설계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채택 게임(Adoption Game)은 단순히 최신 칩을 보유하거나 시뮬레이션 수치를 높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수십 개의 주마다 제각각인 규제를 통합하여 기술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길을 터주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현재 규제라는 틀에 갇혀 있는 태생적 구속(Born in Captivity) 상태에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해방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로봇공학의 거두 로드니 브룩스는 자율주행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인간 개입률(Human Intervention Rate)을 꼽습니다. 차량 1대당 인간 1명이 필요하다면 로보택시의 경제적 이점인 인건비 절감 효과는 완전히 사라집니다. 자율주행차가 운전기사를 대체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본래의 목적이 무색해지기 때문입니다.
로드니 브룩스의 지적대로, 차량 대 인간 비율(Vehicle-to-Human ratio)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하면 사업성은 요원합니다. 한 명의 관제사가 10대, 100대의 차량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 그것이 자율주행이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돈이 되는 사업이 되는 유일한 길입니다.
비즈니스의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논의의 전제는 완벽한 안전입니다. 한국은 AI의 기술적 한계를 인프라로 보완하여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 : 자율주행의 디지털 생명선입니다. 끊김 없는 초저지연 통신으로 차량을 실시간 원격 제어함으로써,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1%의 위험 상황에서 관제사가 즉각 개입하여 사고를 원천 차단합니다.
* 고밀도 도심 관리 능력: 복잡한 도심 환경은 AI에게는 시련이지만, 관제 시스템에는 기회입니다. 한국 도로에 특화된 정밀 관제 시스템을 통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최적의 안전 경로를 제시합니다.
* 한국의 돌파구: 운영과 관제의 시너지
냉정하게 말해,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순수 자율주행 AI 데이터와 기술력에서 다소 뒤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운영과 관제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는 AI의 부족한 성능을 세계 최고의 통신 기술과 세심한 운영 역량으로 메워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 현실적인 현장 관리(O2O) 시스템화: 웨이모의 홍크(Honk) 앱처럼, 문 닫기나 청소, 급유/충전 등을 해결하는 자율주행차 전문 케어 인력을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안전한 주행 위에 쾌적한 서비스가 더해질 때 승객은 비로소 지갑을 엽니다. 특히 앞 승객이 흘린 오염물을 치우는 청소 관리는 로보택시의 상품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안전과 효율적인 운영 비율이 확보되면, 다음과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이 가능해집니다.
* CaaS(Control as a Service): 여러 자율주행 업체의 차량을 한 곳에서 통합 모니터링하고 원격 제어하는 전문 관제 사업.
* 자율주행 피트스톱(Pit-Stop): 무인 차량 전용 세차, 정밀 센서 세척, 내부 청소 및 소모품 관리를 전담하는 오프라인 거점 비즈니스.
* 인카(In-car) 플랫폼 수익: 안전이 보장된 이동 시간 동안 승객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콘텐츠 및 커머스 서비스.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은 인간의 퇴장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 재정의에 있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차가운 기술보다, 내가 위급할 때 즉시 개입해 주는 관제사와 내가 내린 뒤 차 안을 깨끗이 정리해 주는 현장 매니저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신뢰를 느낍니다.
우리는 기술 물량 공세에 좌절하기보다,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안전의 보루로 삼고, 1 대 N의 효율적인 관제 능력을 비즈니스의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First Mover'는 아니더라도, 'Best Player'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로 이기기는 힘들어도, 안전하고 경제적인 비즈니스 모델로는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한국형 자율주행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표준이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https://www.ft.com/content/ce5b7d8d-f3b7-4a82-8461-ff5c49628d62 (접속일 : 202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