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 멈춰 선 죽스(Zoox)

DCAS와 원격 제어가 마주한 '엣지 케이스'의 실체

by 조성우


이번 CES 2026 기간 중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발생한 죽스(Zoox)의 교차로 고립 사건은 단순히 "차가 막혔다"는 해프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물리적 AI'의 한계를, 규제 측면에서는 향후 우리가 정립해야 할 검증 표준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차 갔는데 왜 안 가니?" 5초의 정적


사건은 라스베이거스 대로와 스프링 마운틴 로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발생했습니다. CES 기간 특유의 엄청난 교통량 속에서 무인 자율주행 셔틀 '죽스(Zoox)'가 포착되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죽스의 '반응 속도'였습니다.

5초 이상의 지연: 앞차가 출발했음에도 죽스는 5초 이상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성격 급한 운전자라면 벌써 경적을 울렸을 법한 긴 시간이죠.

라바콘(safety cone)과의 사투: 폐쇄된 차선에 들어선 죽스는 교통 통제 요원이 길을 열어주기 위해 콘을 옮겨주었음에도 선뜻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교차로 한복판의 고립: 결국 반대편에서 오던 또 다른 죽스 차량까지 교차로 중간에 멈춰 서면서, 교통 요원과 차량이 뒤엉키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본 자율주행의 3가지 핵심 쟁점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안전'과 '흐름' 사이의 딜레마

이번 죽스 차량이 보여준 5초 이상의 반응 지연(Latency)은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 첨단 운전자 제어 지원 시스템) 규제 논의에서 왜 '시스템의 가용 범위와 응답성'이 중요한지를 시사합니다.

* 기술적 난제: 센서는 라바콘(장애물)이 치워진 것을 인지했지만, 교통 요원의 수신호라는 '동적 변수'를 해석하는 데 과도한 컴퓨팅 리소스를 소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 규제의 관점: 현재 UN R157(ALKS) 규정은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제시하지만, 실제 도로에서의 '사회적 수용성'이나 '교통 흐름 저해'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회색 지대입니다. 이번 사례는 향후 DCAS 인증 시 '비정형 상황(Chaos scenario)에서의 최소 성능 기준'이 강화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2. 원격 제어(Tele-operation)와 MRM의 경계


영상을 보면 죽스 차량이 결국 스스로 혹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현장을 빠져나갑니다. 여기서 우리는 원격 제어(Tele-operation)의 개입 시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상황 판단: 시스템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교착 상태(Deadlock)'에 빠졌을 때, 얼마나 즉각적으로 원격 운영자가 개입했는지가 서비스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 MRM(Minimum Risk Maneuver): 자율주행차는 위험 시 '최소 안전 상태'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교차로 한복판에 멈추는 MRM은 오히려 2차 사고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완벽한 무인(Driverless)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원격 제어 인터페이스의 고도화가 필수적입니다.



3. '기술 인증'을 넘어 '판단력 평가'로의 전환


현재의 자율주행 면허(Licensing)는 특정 시나리오를 통과하는 '시험 성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카오스 상황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변수들로 가득합니다.

"과연 인간 DMV 시험관이
이 죽스에게 면허를 줬을까요?"


저자의 이 질문은 날카롭습니다. 향후 자율주행 인증 체계는 단순히 센서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기술 인증을 넘어, 인간 운전자와 유사한 수준의 '상황 판단력(Contextual Awareness)'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평가하는 실기 시험 형태로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자율주행에 열광하는 이유는 '편리함'과 '안전'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주저하며 흐름을 끊는 로봇을 보며 승객이 느끼는 불안감과 타 운전자의 짜증은 기술이 아직 넘지 못한 높은 벽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사고를 내지 않는 수준'을 넘어,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수준'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죽스의 이번 시행착오는 그 진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소중한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저는 특히 이번 사례가 DSSAD(자율주행 정보기록장치)에 어떻게 기록되고 분석될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관련하여 자율주행 사고 및 장애 발생 시 데이터 분석 표준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다음 포스팅에서 더 깊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viodi.com/2026/01/10/reluctant-robots-stuck-in-traffic/ ​ (접속일 : 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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