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디자인 뒤에 숨겨진 덫
최근 전기차나 최신형 모델을 타보신 분들이라면 손을 대면 튀어나오는 매끄러운 플러시 핸들이나 버튼식 도어 개방 장치를 보셨을 겁니다. 미래지향적인 이 디자인은 참 멋지지만, 만약 사고로 차의 전원이 완전히 끊긴 상황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이 상황이 최근 미국 내에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정조준한 SAFE Exit Act 법안 소식과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미국 현지의 상황을 정리해 드립니다.
최근 미국 민주당 Robin Kelly 의원이 발의한 SAFE Exit Act(안전한 탈출법)는 단순히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법이 아닙니다. 이 법안은 비상시 차량 내부에 직관적인 수동 탈출 장치(manual door release)를 의무화하고, 밖에서는 구조대원이 즉각 진입할 수 있는 물리적 방법을 마련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테슬라의 전자식 도어 핸들이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무려 1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외부에서 문을 열지 못해 어린아이가 차 안에 갇히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가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이미 수만 명의 시민이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안 발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첫째, 디자인 우선주의에서 세이프티 퍼스트로의 회귀입니다. 그동안 제조사들은 최근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장에서는 공기 저항을 줄이고 심미성을 높이기 위해 물리적 손잡이를 없애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아무리 멋진 기술도 물리적 안전(Mechanical Safety) 보다 앞설 수 없다는 원칙을 법적으로 못 박으려 하고 있습니다.
둘째, 직관적 설계의 의무화입니다. 사실 지금도 수동 개방 장치는 차 안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뒷좌석 바닥 카펫 아래 숨겨져 있거나 복잡한 커버를 뜯어내야 한다면 긴급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앞으로는 별도의 교육 없이도 누구나 즉각 알 수 있는 수준의 UX 설계가 강제될 것입니다.
셋째, 구조대원을 위한 접근성 확보입니다. 사고로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외부에서 구조대원이 문을 열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법안은 외부 구조를 위한 물리적 메커니즘을 명시함으로써, 모든 제조사가 통일된 방식의 비상 개방 장치를 갖추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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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언급되었듯, 이 법안의 주요 타겟은 테슬라입니다. NHTSA의 조사가 법적 기준제정으로 이어질 경우, 테슬라는 기존 모델의 설계 변경이나 대규모 리콜, 혹은 수동 개방 장치의 위치를 알리는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강요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후발 전기차 제조사들에게도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더 똑똑하고 예쁜 차를 원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언제나 안전이어야 합니다. 전자식 도어 핸들 이슈는 우리가 편리함과 미적인 부분에 취해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안전망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기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원칙, 그 당연한 사실이 법규를 통해 다시금 정의되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차량 매뉴얼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내 차의 수동 개방 장치는 어디에 있고, 밖에서는 어떻게 열 수 있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https://www.consumerreports.org/cars/car-safety/unsafe-electronic-car-door-handles-safe-exit-act-a1099298865/ (접속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