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실리와 중국의 야망

자율주행 레벨 3의 엇갈린 행보

by 조성우


최근 자율주행 시장은 거대한 두 물줄기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한쪽은 기술의 완성도와 법적 리스크 사이에서 현실적인 실리를 택했고, 다른 한쪽은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고 표준과 책임의 영역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와 중국 자동차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벤츠의 전략 : 자존심보다 사용자 경험이 우선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주력 모델인 S클래스와 EQS의 페이스리프트에서 레벨 3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을 일시적으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MB.Drive Assist Pro라 불리는 레벨 2++ 단계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레벨 3는 고가의 라이다 센서가 필수적이고 가격도 매우 비싸지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습니다.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만 겨우 눈을 뗄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레벨 2++는 책임은 운전자가 지지만, 도심과 고속도로 어디서든 안정적인 주행 보조를 제공합니다. 구독 모델을 통해 가격 부담을 낮춘 것도 소비자에게는 훨씬 매력적인 제안이 됩니다.


운전 중에 딱 10분만 휴대폰을 보고 싶다는 마음과 사고 시 책임에 대한 불안함 사이에서 갈등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벤츠는 그 불안함의 비용을 제조사가 지기보다, 당장 운전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현실적인 동반자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중국의 정면 돌파: 법적 책임과 인프라 연동


벤츠가 숨을 고르는 사이, 중국은 베이징과 충칭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의 레벨 3 전용 번호판을 발부하며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창안자동차와 북기자동차가 그 주인공입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에 따르면 중국 신차 승용차의 60% 이상이 레벨 2 시스템인 운전 보조 기능을 갖추는 등 지능형 커넥티드 차량을 위한 포괄적인 산업 시스템을 구축한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중국이 정책적 차원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처음으로 정식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도록 허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범 운영을 통해 상업적 적용을 탐색하고 있다고 합이다.

이번 중국의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고 발생 시 제조사와 시스템 공급업체가 책임을 진다는 점을 명문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 국가가 정책적으로 판을 깔아준 결과입니다. 또한 중국은 차량 단독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도로 인프라와 차량,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통합 전략을 통해 자율주행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가진 강력한 인프라 통제력을 자율주행 경쟁력으로 치환한 사례입니다.

중국은 테슬라 방식의 '순수 비전(Camera-only)'과 '라이다(LiDAR)'를 혼용한 방식 모두를 장려하며 어떤 기술이 승리할지 시장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시나리오 데이터는 향후 글로벌 표준 전쟁에서 중국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1퍼센트의 장벽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CEO가 언급한 롱테일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99퍼센트는 이미 완성되었을지 모르지만, 사고를 결정짓는 것은 아주 희귀한 마지막 1퍼센트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벤츠가 레벨 2++로 돌아선 것은 이 1퍼센트에 대한 안전 검증과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중국은 이 1퍼센트를 실제 도로 데이터 수집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하려 합니다.


레벨 3의 책임 소재 이슈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아실 것입니다.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는 데이터 확보에는 유리하겠지만, 향후 발생할 사고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제조사의 결함 입증 책임이 미래 모빌리티 정책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자율주행의 주도권은 어디로?


결국 자율주행은 누가 더 안전한가를 넘어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벤츠의 실리적인 사용자 중심 접근과 중국의 과감한 제도 중심 접근 중 어느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까요? 확실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 이제 연구실을 완전히 떠나 법정과 보험사, 그리고 우리 일상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https://www.electrive.com/2026/01/12/mercedes-pauses-level-3-driving-assistance-for-now/ ​(접속일 : 2026.01.15)
https://www.chinadaily.com.cn/a/202601/13/WS6965a405a310d6866eb33613_2.html ​ (접속일 : 202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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