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기술의 딜레마
최근 자율주행 업계는 거대한 전략적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2021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던진 질문, "구글과 아마존은 잘못된 기술에 베팅했는가?"라는 화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합니다.
오늘은 자율주행 개발 전략의 두 흐름과 구글의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는 크게 두 가지 진영이 존재합니다.
* Top-Down 전략 (Waymo, Zoox): 처음부터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합니다. 핸들과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를 지향하며, 기술적 완결성이 담보될 때까지 시장 출시를 늦추는 방식입니다.
* Bottom-Up 전략 (Tesla, Mobileye): 현재의 ADAS(주행 보조 시스템)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며 점진적으로 자율주행에 다가갑니다. 실제 판매된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며 기술을 연마합니다.
구글(웨이모)이 왜 '점진적 발전'이 아닌 '완전 자율주행'으로 직행했는지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Dogfooding' 실험을 주목해야 합니다.
※ Dogfooding 이란?
"Eat your own dog food(자신이 만든 개 사료를 직접 먹어보다)"에서 유래한 용어로, 자사 제품을 정식 출시하기 전 직원들이 직접 사용하며 결함을 찾아내는 내부 테스트 과정을 의미합니다.
2013년, 구글은 자율주행 초기 모델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출퇴근길에 사용하게 하는 Dogfooding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시스템은 레벨 3(필요시 인간이 개입) 수준이었습니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시스템이 안정화될수록 직원들은 운전석에서 잠을 자거나, 화장을 하고, 노트북을 사용하는 등 전방 주시를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위급 상황에서 시스템이 제어권을 넘기려 해도, 인간이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이 'Dogfooding'의 결과로 래리 페이지와 구글 경영진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설픈 중간 단계(레벨 3)는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인간의 개입이 아예 필요 없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확고한 'Moonshot' 사고방식이 있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 리더였던 크리스 엄슨은 래리 페이지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대변했습니다.
"기존의 방식은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개선하다 보면 언젠가 자율주행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열심히 점프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하늘을 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점프'라는 근육의 움직임이 아니라, '양력'이라는 전혀 다른 물리 법칙을 이용하는 비행기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FT 기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구글의 방식은 기술적으로는 옳을지 모르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데이터의 양: 테슬라는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점진적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구글은 제한된 지역의 테스트 차량에 의존합니다.
* 수익성: Bottom-Up 진영은 이미 ADAS 소프트웨어를 팔아 수익을 내고 있지만, Top-Down 진영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태우며 '완성'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거나 정책을 연구할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 인간의 주의력 한계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가? (Dogfooding의 교훈)
* 혁신은 점진적인 개선의 끝에 오는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설계에서 오는가? (래리 페이지의 비유)
현재 자율주행 시장은 이 두 철학의 거대한 실험장과 같습니다. 여러분의 기술은 '비행기'를 지향하나요, 아니면 '더 높이 뛰는 점프'를 지향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