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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자율주행의 책임은 어디까지?

기술 책임 vs 운전자 책임: 배심원의 선택

by 조성우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소송 소식과 그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마이애미 연방배심원단이 테슬라에게 3억 2,9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배상을 명령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https://www.cnbc.com/amp/2025/08/01/tesla-must-pay-329-million-in-damages-in-fatal-autopilot-case.html


이번 판결은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 민사소송에서 나온 것으로, 형사소송과는 구별됩니다 . 왜 이런 구별이 중요한지, 함께 살펴볼까요?


민사소송 vs 형사소송: 핵심 차이점


이번 테슬라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핵심 차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민사소송 (Civil Lawsuit)

- 목적: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금전적 배상입니다.

- 당사자: 주로 개인 대 개인이나 기업(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대 테슬라)입니다

- 입증 기준: '우세한 증거', 즉 51% 이상만 증명하면 됩니다.

- 결과: 금전적 배상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이 주된 결과이며, 징역형은 없습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형사소송 (Criminal Prosecution)

- 목적: 특정 법률을 위반하여 사회 전체에 해롭다고 간주되는 행위에 대해 개인을 처벌하는 것입니다.

- 당사자: 국가나 정부 대 개인(검찰 대 운전자)입니다. 피해자는 주로 소송 당사자가 아닌 증인입니다.

- 입증 기준: 훨씬 엄격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입니다.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데 거의 불확실성이 없어야 하는 훨씬 더 높은 기준입니다.

- 결과: 유죄 판결 시 감옥, 벌금, 보호관찰 등 자유를 박탈하는 형사처벌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번 3억 2,900만 달러 배상 판결은 민사소송의 결과입니다.


플로리다 민사소송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된 플로리다 민사소송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피해자: 2019년 사고로 그대로 갓길에 정차한 SUV차량과 그 옆에 서 있던 22세의 Naibel Benavides Leon 씨가 사망하고 남자친구 Dillon Angulo 씨를 들이받아 중상을 입었습니다.

Leon의 유족과 Angulo는 지난해 테슬라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 사고 내용: 2019년 4월 25일 플로리다 키즈(Key Largo)에서 발생했습니다. 테슬라 모델 S 차량이 오토파일럿 작동 중 정지된 SUV에 충돌했습니다. 운전자인 George McGee 씨는 휴대전화를 줍기 위해 시선을 도로에서 떼었으며,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경고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판결: 배심원단은 테슬라에 33% 책임, 운전자에게 67% 책임을 지운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는 이 소송의 피고가 아니었기에 지불 책임은 없습니다.

- 배상액: 총 3억 2,900만 달러가 판결되었는데, 보상적 손해 1억 2,900만 달러와 징벌적 손해 2억 달러로 구성됩니다. 테슬라가 실제로 부담할 금액은 약 2억 4,300만 달러입니다. 이는 피해자 측 총 요구액 3억 4,500만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캘리포니아 형사소송 (Kevin Riad사건)


민사소송과 대비되는 형사소송의 사례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케빈 리아드(Kevin Riad) 씨의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형사소송도 있었습니다.


- 피해자: 이 사고에서는 Gilberto Alcazar Lopez 씨와 Maria Guadalupe Nieves-Lopez 씨가 사망했습니다.

- 사고 내용: 2019년 테슬라 모델 S 차량이 오토파일럿 작동 중 적신호를 무시하고 혼다 시빅에 충돌한 사고입니다.

- 형사 기소: 운전자는 중과실 차량 살인죄 2건으로 기소되었습니다.

- 판결: 운전자는 무죄를 주장했으나 보호관찰 선고와 23,000달러의 피해배상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형사 기소는 운전자 개인에 대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


이번 테슬라 사건은 자율주행 기술의 책임 소재에 대한 중요한 법적 선례를 만들었습니다.민사소송에서 테슬라가 일부 책임을 지게 되면서 향후 유사 사건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해자들의 소송 움직임에 ‘빗장이 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확장하고 -오토파일럿을 레벨2기술이라고 주장하지만- 무인 택시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일론 머스크 CEO의 계획에 중요한 시점에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 테슬라의 입장: 테슬라는 '오늘의 판결은 잘못되었으며 자동차 안전을 후퇴시킨다'라고 주장하며 항소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운전자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판결 발표 직후 테슬라 주가는 약 1.8% 하락했고, 연초 대비 약 25% 하락한 수준으로, 시장의 자율주행 안전성과 규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습니다.

- 원고 측 변호인 주장: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을 고속도로 전용으로 설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로에서 사용을 제한하지 않았으며, 일론 머스크가 '오토파일럿이 인간보다 안전하다'라고 과장 광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향후 전망 및 규제 동향


앞으로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소송과 규제는 어떻게 될까요?


- 향후 소송: 테슬라는 현재 약 12건의 유사한 오토파일럿 관련 소송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더 많은 민사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규제 동향: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467건의 오토파일럿 사고를 조사 중이며 , 2023년 12월에는 200만 대 이상에 대한 리콜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 역시 테슬라의 허위 광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론: 중대한 법적 선례


결론적으로, 이번 테슬라 오토파일럿 사건들은 민사소송에서는 피해자 배상에 초점을 맞추고, 형사소송에서는 운전자 개인의 형사책임에 집중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이번 3억 2,900만 달러 배상 판결은 민사소송의 중요한 판결로, 자율주행 기술 회사들의 제품 책임에 대한 중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전체 자율주행 기술 산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법적,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관습법(common Law)체계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명시적 상한선 없이 배심원의 판단에 따라 고액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대륙법계, 성문법주의 국가인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더라도 반드시 법률에 명문화된 근거와 상한이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미국만큼의 제재적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제품책임법, 공정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예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했지만, 그마저도 배상액의 상한(보통 3배 또는 5배)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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