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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TSA 자율주행 사고 보고 명령

의무적 규제와 기록 방식의 진화

by 조성우

미국 연방 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Standing General Order"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명령은 자동 운전 시스템(ADS) 또는 SAE 레벨 2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장착된 차량이 관련된 특정 사고를 제작사 및 운영자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중요한 규제 조치입니다. 이 명령의 주된 목적은 ADS 및 레벨 2 ADAS 차량과 관련된 실제 사고에 대한 신속하고 투명한 보고를 확보하여 안전 문제를 야기하는 사고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 조치를 취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안전 결함이 발견되면, NHTSA는 해당 차량이 도로에서 운행되지 않도록 하거나 적절히 시정하도록 조치할 수 있습니다.


Standing General Order 의무적 성격 및 벌칙

NHTSA의 "Standing General Order"는 단순 권고 수준이 아닌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조치입니다. 이 명령은 제작사와 운영자에게 특정 유형의 사고에 대해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2024년 기준 일일 최대 약 $27,874, 총 약 $139,356,994까지 Civil Penalty(행정상 의무 불이행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성격이 강하기에 우리나라의 과태료 성격)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중대한 위반이나 고의적인 불이행의 경우, 해당 사안이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로 이첩되어 사법당국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강력한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NHTSA가 이 명령의 준수를 매우 중대하게 여기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ADS와 레벨 2 ADAS의 차이점 및 보고 요건

NHTSA의 명령은 자율화 수준에 따라 ADS와 레벨 2 ADAS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ADS (Automated Driving Systems): SAE 레벨 3~5에 해당하며, 시스템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전체 주행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고 발생 30초 내에 ADS가 작동 중이었고, 재산 피해 또는 부상 등이 있었다면 보고 대상입니다.


레벨 2 ADAS: 속도 및 조향 입력을 지원하지만, 운전자가 항상 주의하며 주행에 참여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사고 발생 30초 내에 ADAS가 작동 중이었고, 취약 도로 이용자 충돌, 사망, 에어백 전개 또는 병원 이송 등이 발생했다면 보고 대상입니다.


보고 내용에는 사고 발생 위치, 날짜, 시간, 차량 식별 정보(VIN), 운전자/운영자 정보, 사고 전/후 시스템 작동 상태, 사고로 인한 피해 및 부상 정도, 기타 상세 설명 등이 포함됩니다. 이는 사고 순간에 대한 정적인 정보(Snapshot)를 모아 기록하는 구조입니다.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보고 기한과 절차

이 명령은 2021년에 처음 발령된 이후 2021년, 2023년, 그리고 2025년에 걸쳐 여러 차례 개정되었습니다. 특히 사고 보고 기한은 규제 효율성과 업계 부담 사이의 균형(a happy medium)을 찾아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원본 (2021년): 특정 사고는 사고 인지 후 1일 이내, 그 외는 월별 보고 등 비교적 엄격한 요건이 있었습니다.


이전 판례 (2023년): 사고 통보를 받은 후 1~5일 이내 보고해야 했으며, 그 외 사고는 월별 보고로 변경되었습니다.


2025년 개정안: 중대한 사고는 5일 이내 보고하도록 하고, 비교적 덜 심각한 사고는 월별 보고로 완화했습니다. 또한, 중복 보고 규제를 완화하여 규제 부담을 줄였습니다. 이는 규제 부담을 줄이면서도 중요한 사고에 대한 대응은 유지하려는 균형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2025년 개정안은 2025년 4월 24일 발령되었고 6월 16일 발효되었습니다.



사고 기록 방식: 타임스탬프 vs. 타임시리즈

NHTSA의 SGO가 요구하는 사고 기록 방식은 사고 원인 규명에 있어 중요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타임스탬프(Time Stamp) 방식: 사고 발생 시점에 단일 기록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2025년 7월 15일 14:35, 캘리포니아 산호세, ADS 활성 상태, 후방 추돌, 부상 없음"과 같은 기록입니다. 데이터가 간단하고 행정 처리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고 전후 맥락이나 원인을 깊이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SGO가 요구하는 데이터는 명확히 타임스탬프 기반(Event Snapshot)으로, 사고 발생 시점과 관련된 "행정 보고용 기록"이 중심입니다.


타임시리즈(Time Series) 방식: 사고 전후 60초 동안 10Hz 주기로 저장된 차량 주행 데이터와 같이, 연속적 데이터 로그(속도, 조향각, 브레이크 압력, 센서 감지 등)를 초 단위 혹은 그 이하 단위로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시스템 성능 분석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터 용량이 크고 개인정보 및 기업 기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SGO 보고에는 타임시리즈 데이터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SGO는 타임스탬프 기반의 보고 시스템이지만, 사고 원인을 더 정밀하게 조사해야 할 경우 NHTSA는 제조사로부터 타임시리즈 데이터(주행 로그)를 별도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데이터가 합쳐져야 비로소 "사고 발생 과정과 원인"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서로 대체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임스탬프 = 행정적 투명성 확보

타임시리즈 = 기술적 원인 규명


기존 자발적 프로그램(예: AV TEST)과의 차이점

NHTSA의 "Standing General Order" 웹페이지에는 보고 양식, 데이터 공개, 그리고 기존 자발적 프로그램(예: AV TEST)과의 차이점 등이 데이터 및 자주 묻는 질문(FAQs)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NHTSA의 "Standing General Order"는 정부 기관이 법적 권한을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특정 사고 보고를 강제하는 의무적인 조치이며, 위반 시 명확한 벌칙이 적용됩니다. 반면, AV TEST와 같은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특정 테스트를 수행하는 형태의 자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 관리가 단순한 자발적 협력 단계를 넘어 강력한 법적 제재를 동반하는 규제 체계로 전환 중임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지점입니다.


핵심 인사이트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제적 안전 조치: 이 명령은 자율주행 기술과 같은 신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어떤 안전 문제를 야기하는지 정부가 선제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입니다.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 이 명령의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사고 전 시스템의 작동 상태, 운전자의 개입 여부 등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데이터 편차 가능성과 정확한 해석의 필요성: 제작사마다 사고 인지 및 데이터 전송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더 많은 사고를 보고한다고 해서 무조건 더 위험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는 서로 다른 데이터 구조와 텔레매틱스 방식에서 비롯된 보고 편향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법적 구속력 확보 및 강력한 벌칙 체계: 이 명령은 단순 권고 수준이 아닌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조치입니다. 보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거액의 과태료(Civil Penalty)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로 이첩되어 사법당국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되는 등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투명성과 공공 안전의 가치: 보고된 사고 데이터는 개인 식별 정보와 기업 기밀을 제외하고 CSV 파일 형태로 공개됩니다. 이는 연구자와 정책 담당자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안전 추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며, 정책 기반 연구의 촉진 및 공공 신뢰 향상에 기여합니다.


결론

NHTSA의 Standing General Order는 ADS 및 Level 2 ADAS의 실제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규제하기 위한 핵심 도구입니다. 사고 보고 요건의 역사적 변화(2021년 → 2023년 → 2025년)는 규제 효율성과 안전 유도 간의 조율이라는 중요한 정책 방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한계와 편향 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타임스탬프와 타임시리즈 기록 방식의 차이점과 상호 보완성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보고 체계가 얼마나 신속성, 정확성 그리고 실질적인 안전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지속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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