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우븐시티를 살펴보다.

by 조성우

도요타가 현재 붐을 일으키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업계 리더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물량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라는 점에는 특전이 따릅니다. 바로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와 자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입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이제는 '도시'를 만듭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 후지산 기슭, 도요타가 건설 중인 미래 도시 '우븐 시티(Woven City)'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일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CES 2020에서 처음 발표된 지 거의 6년 만에, 도요타의 우븐 시티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레거시 기업이든 아니든, 자동차 제조사가 시도한 실험 중 가장 대담하고 흥미로운 것 중 하나입니다. 후지산 기슭에 위치한 이 도시는 매우 현실적인 환경에서 모빌리티 테스트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등에 전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마을입니다.


단순한 테스트 트랙이 아닙니다. 사람이 실제로 살고, 로봇이 배달을 오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곳. 오늘은 도요타의 가장 대담한 실험, 우븐 시티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실험실 (The Ultimate Sandbox)

우븐 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이곳이 도요타의 사유지(Private Property)라는 점입니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할까요?

* 규제가 없습니다: 공공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정부의 허가를 기다릴 필요 없이 레벨 4, 레벨 5 자율주행차를 마음껏 띄울 수 있습니다.

* 살아있는 테스트베드: 일반 주행 시험장(Proving Ground)에는 '주민'이 없지만, 여기에는 실제 거주자가 있습니다. 기술이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도로가 '직조(Woven)'되다: 3개의 길, 그리고 지하

도시 이름이 왜 'Woven(직조된)' 시티일까요? 바로 도로망이 그물처럼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지상 도로는 속도와 목적에 따라 철저히 분리됩니다.


* 자율주행 전용 도로: 자율주행 다목적차량'e-Palette'와 같은 완전 자율주행 셔틀과 고속 차량이 다닙니다.

* 보행자 & 퍼스널 모빌리티 공존 도로: 속도가 느린 개인용 이동 수단과 보행자가 함께 다닙니다.

* 보행자 전용 산책로: 오직 사람만을 위한 길입니다.


그리고 지하(Underground)가 핵심입니다.

지상에 택배 트럭이 다니지 않도록, 지하에는 물류 전용 터널이 뚫려 있습니다. 자율주행 로봇이 지하를 통해 각 가정의 우편함으로 택배와 물품을 직접 배송합니다. 지상은 오직 사람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죠.




인간 중심의 AI (Human-Centric AI)

최근 공개된 우븐 시티의 운영 방식은 꽤 충격적입니다.

* "신호등은 항상 초록불": 보행자 신호는 기본적으로 항상 녹색입니다. 도시 곳곳의 센서와 카메라가 차량의 접근을 감지할 때만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뀝니다. 차가 아닌 사람이 주인이라는 철학을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 커피와 뇌파 실험: 최근 일본 커피 기업 UCC와 협업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이 커피를 마실 때의 표정, 행동, 뇌파 등을 AI 카메라로 분석해 "어떤 커피가 인간의 업무 집중도와 휴식에 최적의 영향을 주는가?"를 데이터화하고 있습니다.

즉, 도요타는 단순한 이동 데이터를 넘어, 인간의 생체 리듬과 감정 데이터까지 모빌리티 기술에 결합하려 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빅 픽처'는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도요타가 전기차(BEV) 전환이나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에서 테슬라나 중국 기업에 뒤처졌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우븐 시티를 보면 도요타의 저력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차'가 아니라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

자율주행차가 완벽해지려면 차만 똑똑해서는 안 됩니다. 도로와 신호등, 도시 전체와 통신(V2X) 해야 합니다. 도요타는 미래 도시의 표준 OS(운영체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검증된 인프라 시스템을 전 세계 스마트시티에 수출하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표일 수 있습니다.


HRI (Human-Robot Interaction) 데이터 독점

자율주행차가 보행자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양보해야 사람이 안심할까요? 로봇이 배달을 왔을 때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이 사회학적 데이터는 시뮬레이션으로 얻을 수 없습니다. 우븐 시티는 이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축적하여, 향후 서비스 로봇과 로보택시 시장에서 압도적인 디테일의 차이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븐 시티를 착공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미완성의 도시이며,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는 도시, 우븐 시티. 과연 이곳에서 탄생할 킬러 서비스는 무엇일까요?

Waymo나 테슬라가 공공 도로의 불확실성 속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안, 도요타는 "통제된 변수" 속의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Waymo나 테슬라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면, 도요타는 데이터를 '사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https://insideevs.com/news/779686/toyota-woven-nvidia-mobility-charging/ ​ (접속일 :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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