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ainable AI, XAI통하여 신뢰쌓자
우리가 자율주행차를 탈 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사고가 나는 순간? 물론 그것도 무섭지만,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한 순간은 바로 "이 차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기술의 완벽성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때, 탑승자는 차가 어떤 근거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IEEE Transactions on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 최신호에 실린 연구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의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인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ADAS와 자율주행의 결정적 차이: '의도'의 공유
우리가 현재 익숙하게 사용하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는 운전자의 의도를 우선하기 때문에 상황 인식이 가능한 반면,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은 운전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ADAS 환경에서는 운전자가 전방 상황을 보고 "앞차가 급정거했으니 멈춰야지"라고 생각하며 브레이크를 밟거나 경고음을 듣고 반응합니다. 즉, 인간의 인지 과정이 차량의 제어와 연결되어 있어 상황 파악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딥러닝 기반의 자율주행차는 센서 데이터(입력)와 주행 조작(출력) 사이의 연산 과정이 불투명한 '블랙박스'와 같습니다. 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방향을 틀 때, 탑승자는 그것이 안전을 위한 회피 기동인지 시스템 오류인지 직관적으로 알 방법이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설명 가능한 AI'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실시간 피드백이 사고를 막는다
연구진은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합니다. 한 실험에서 35마일(약 56km/h) 속도 제한 표지판에 스티커를 붙여 숫자 '3'을 길게 늘렸더니, 테슬라의 AI 시스템이 이를 85마일(약 137km/h)로 잘못 인식하고 가속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만약 차량이 단순히 가속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 제한을 85마일로 인식하여 가속합니다"라고 판단 근거를 실시간으로 화면이나 음성으로 설명했다면 어땠을까요? 탑승자는 즉시 오류를 인지하고 개입하여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침묵하는 AI보다 소통하는 AI가 훨씬 더 안전할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연구진은 바로 이 실시간 피드백(Real-Time Feedback)이 승객의 개입을 유도하고 사고를 막는 결정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SHAP 분석: AI의 속마음을 읽는 기술
연구진은 자율주행차의 판단 과정을 검증하기 위해 SHAP(SHapley Additive exPlanations) 분석 기법을 제안합니다.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이를 '기여도 계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리가 팀 프로젝트를 할 때 결과물에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점수를 매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SHAP 분석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에게 점수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급정거를 했을 때 SHAP 분석을 돌려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전방 보행자 감지: +80점 (결정에 가장 큰 영향)
* 노면 젖음: +10점 (제동 거리를 고려해 영향 미침)
* 주변 가로수: 0점 (판단에 영향 없음)
만약 분석 결과, 엉뚱하게도 '도로 옆 간판'이나 '그림자'가 높은 점수(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면, 이는 AI 모델이 잘못된 데이터를 근거로 학습했다는 뜻이 됩니다. 개발자들은 이 기여도 점수를 통해 AI가 올바른 근거로 운전하고 있는지, 아니면 우연히 맞춘 것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불필요한 변수들을 제거하여 모델을 경량화하고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신뢰는 소통에서 온다.
이번 연구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방향이 단순히 '성능 고도화'에서 '투명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미래의 자율주행차는 운전을 잘하는 것을 넘어,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규명하거나 탑승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라는 인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AI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신뢰하고 도로를 맡길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입니다.
결국 미래의 안전한 자율주행차는 '운전을 잘하는 차'를 넘어 '대화가 통하는 차'가 될 것입니다.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처럼 말이죠.
여러분이 타게 될 자율주행차, 과묵한 베스트 드라이버가 좋으신가요, 아니면 자신의 판단을 조잘조잘 설명해 주는 친절한 드라이버가 좋으신가요?
참고 문헌:
* Safer Autonomous Vehicles Means Asking Them the Right Questions (IEEE Spectrum, Nov 2025)
https://spectrum.ieee.org/autonomous-vehicles-explainable-ai-decisions (접속일 :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