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과 '신뢰'의 심리학
우리는 종종 자율주행의 미래를 이렇게 상상합니다. 운전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차가 알아서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평화로운 모습이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레벨 4, 레벨 5 자율주행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아주 서늘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당신이 탄 자율주행차가 단 한 번이라도 해킹을 당한다면, 당신은 다시 그 차에 탈 수 있습니까?"
영국 카디프 대학의 Phil Morga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답은 "아니요(Never again)"였습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의 문제입니다.
연구자들은 방화벽을 세우고 암호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코드의 복잡성이 아니라 '심리적 통제권'입니다.
연구팀은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위협이 기술적 결함 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겪게 될 '심리적 무방비 상태(Psychological Unpreparedness)'라고 경고합니다.
비행기를 탈 때 우리는 승무원에게 비상 탈출 안내를 받습니다. 사고 확률은 극히 낮지만, 그 '대비' 과정이 승객에게 "만약의 사태에도 시스템이 나를 보호할 매뉴얼이 있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반면, 현재의 자율주행차는 어떤가요? "그냥 타세요, 알아서 갑니다"라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킹으로 차가 멈추거나 오작동한다면, 그 공포는 기술에 대한 영구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내 것'을 아끼고 지킬까요?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심리적 소유감(Psychological Ownershi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잠시 여러분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개인 스마트폰 vs 회사 지급 업무용 노트북
여러분의 스마트폰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사진, 소중한 추억, 좋아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잃어버리면 단순히 스마트폰이 아까운 게 아니라,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상실감을 느끼죠. 그래서 더 조심하고 보안에 신경 씁니다.
하지만 회사 노트북은 어떤가요? 고장 나거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아, 귀찮게 됐네. IT팀에 맡겨야지"라고 생각하는 등 상실감을 덜 느끼지 않나요?
자율주행차, 특히 미래의 로보택시는 '공유된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 차"가 아니라 "잠시 타는 회사 차"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보안에 소홀해집니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자율주행 생태계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보안'을 넘어 '안심'으로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은 단순히 해커를 막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용자가 자동차와 맺는 신뢰의 계약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완벽해도 인간이 신뢰하지 않으면 시장은 열리지 않습니다.
호주 UNSW 연구소의 발표처럼, 자율주행차 1만 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어도 단 한 번의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다면 대중은 그 기술 전체를 거부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해킹을 100% 막을까?"를 넘어, "어떻게 해야 탑승객이 시스템을 신뢰하고, 비상 상황에서도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자율주행 산업의 성패는 "해킹을 100% 막을 수 있는가"보다 "해킹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심리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안이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한 엔진이라면, 신뢰는 그 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게 하는 연료입니다. 아우토크립트와 같은 기업,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기술'과 '사람' 사이의 이 보이지 않는 다리를 튼튼하게 건설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자율주행차가 해킹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오늘 바로 그 차에 가족을 태울 수 있으신가요? 우리의 '안심'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https://www.unsw.edu.au/news/2025/11/one-cyberattack-could-kill-potential-user-trust-in-autonomous-vehicles (접속일 : 202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