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0만 마일의 데이터가 불안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

Waymo 사례로 본 자율주행과 규제의 간극

by 조성우

자율주행 기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숫자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누적 주행 거리, 사고 감소율, 인간 운전자 대비 통계적 안전성 등입니다.


레벨4 수준의 Waymo는 이러한 지표에서 분명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LA에서 24시간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누적 9,600만 마일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선뜻 타고 싶다”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습니다.

기술적 성취에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통계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한 짧은 주행 영상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도로변에서 본선으로 합류하는 순간 승객의 비명과 뒤따르던 차량의 경적 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그 승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는 Waymo를 타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이 한 문장은 9,600만 마일이라는 숫자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께서는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 떠올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행 중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아찔한 순간, 그리고 가까스로 밟은 브레이크.


그 상황은 분명 위험했지만, 우리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습니다. 내가 직접 대응했고, 통제하고 있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의 뒷좌석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핸들도 없고, 페달도 없으며, 개입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됩니다.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무력감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위험 그 자체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에서 더 큰 공포를 느낍니다.


이 지점에서 기술의 논리와 대중의 감정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아흔아홉 번의 성공보다 한 번의 불안이 더 오래 남습니다


비행기 사고가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율주행도 같은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꽤 안전하다”는 설명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단 한 번도 자신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다시 말해 무관용의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순간부터 자율주행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대상이 됩니다.





규제기관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


Waymo의 주행 영상은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규제기관의 시선에서 보면 전혀 가볍지 않은 장면입니다.


왜 그 시점에 합류를 결정했는지, 위험 인식은 충분했는지, 인간 운전자라면 같은 판단을 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판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이 질문들은 기술적인 성능 평가를 넘어, 형식승인과 사후 책임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UN R157은 이러한 규제의 속내를 잘 보여줍니다.

R157은 레벨 3 자동화를 허용하면서도, 언제 자동화를 허용하지 않을 것인지를 매우 엄격하게 규정합니다.


작동 조건을 제한하고, 시스템 한계에 도달하면 명확한 전환 요구를 하도록 하며, 사고 발생 시에는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사후에 입증할 수 있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기술을 불신해서가 아니라, 책임을 흐리지 않기 위한 규제 설계입니다.



DCAS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유럽은 아무리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주행하더라도,

운전자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태로 착각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그래서 운전자의 개입 가능 상태, 시스템의 주도 정도, 판단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요구합니다.


완전 무인 주행을 전제로 한 모델이 유럽에서 특히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규제기관 역시 결국 사람입니다


규제기관은 종종 변화에 소극적인 존재로 비칩니다.

그러나 그 판단의 출발점은 매우 인간적입니다.


만약 내 가족이 그 차량을 탄다면 어떨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을지, AI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설명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이 질문 앞에서 규제는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무능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대신 짊어진 위치에서의 신중함입니다.



자율주행의 진짜 과제는 설명 가능성입니다


Waymo 사례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순합니다. 왜 바로 그 순간에 그런 판단이 내려졌는가 하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인증과 규제는 사고 확률보다, 판단 과정이 설명 가능한지, 책임 주체가 명확히 귀속되는지, 사후에 검증 가능한 기록이 남아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될 것입니다.


이는 기술 문제를 넘어 법과 윤리, 사회적 합의의 영역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질문


9,600만 마일의 데이터는 분명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규제는 묻습니다. 그 한 번의 불안한 순간을 제도와 책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를 말입니다.


자율주행이 일상으로 들어오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일까요, 아니면 책임을 설계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자율주행의 다음 단계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https://www.thestreet.com/technology/waymo-customer-swears-off-autonomous-driving-after-close-call (접속일 : 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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