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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Feb 11. 2020

저는 이번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나하는 '불출마 선언' 나도 해보자

저는 이번 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불출마선언은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바야흐로 선거철이 되었다. 2019년 연말에 여러 가지쟁점사안으로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이 격돌하면서 상당히 시끄러운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선거제도인데 그게 확정되자 선거는 시작되었다. 오히려 그전에 당선가능성이 높았던 의원들의 불출마소식이 뉴스로 전달되면서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선거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내가 사는 지역구의 지역구의원과 그 대항마가 누구인지에 눈이 갔다. 








 필자의 지역구는 더불어 민주당의 최재성 의원과 자유 한국당의 배현진 위원장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지역이다. 아마도 이 둘은 큰 이변이 없지 않는 한 다시 붙을 것이다. 두 분 다 후보등록을 할 것이고 당선을 위해 열심히 선거 유세를 할 것이다. 누가 당선될지는 지역민들의 표심에 달려있기에 누가 민심을 잡는 유세를 하냐에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엉뚱하게-갑자기-뜬금없이-어처구니없게도 지역구민이었던 필립일세(필자)가 유튜브를 통해서 “저는 이번 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불출마 선언'을 외쳤다면 여러분의 반응은 어떨까? 누구나 나름의 정치참여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나라지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이런 행동에 주변사람은 물론이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피식’ 웃을 것이다.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동영상을 무심코 지나칠 게 분명하다. 불출마선언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불출마선언을 했을 때 정치적으로 그 파급효과가 있는 경우와 경우가 있다. 그 영향력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불출마선언을 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모을 수 없고 들으려하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읊어봤자 '불출마 선언'의 그 의미만 퇴색될 뿐이다. 








 반대로 ‘불출마’라는 의지의 표현이 부각을 받기 위해서는 당선가능성이 있음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에 보수정당의 위성정당이 창당되면서 위성정당에 대한 ‘의원 꿔주기’를 하고 있다. 지금의 진보정당에서도 예전에 고인이 된 김종필 총리가 있던 정당에 의원들을 일시적으로 이적 시켜서 교섭단체를 만들어주었던 전례가 있다. 정치공학이라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단어에 맞는 행위이기에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의 선택일 뿐이다. 이번에 위성정당으로 가는 국회의원들 중에 낯익은 이름을 하나 발견하고 놀랬다. 








 ‘조훈현’ 








 1980년~90년대까지 대한민국 바둑사에 굵은 선을 그은 인물이다. 어쩌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되어 활동하게 되었지만 흔적이 보이지 않던 그다. 의정활동을 했겠지만 그 요란한 정치판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유튜브에서 가끔 국정감사 때 다른 의원의 질의 때 옆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가끔 출연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 ‘아 맞다. 저분도 국회의원이었지?’라는 생각이 날정도로 잊힌 인물이다. 20대국회에 입성한 것도 비례대표로 들어온 것이다 보니 그의 평소에 보이는 모습대로라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로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용히 임기를 마치고 은퇴할 인물로 보였다. 정치적인 입장에서만큼은 다가오는 5월부터는 그와 필립일세는 거의 동급일 것이다. 일반 참정권자 말이다. 그가 아무리 많은 기자들을 불러놓고 ‘불출마선언’을 해도 그것이 기사화되기 힘들 정도로 정치계에서는 영향력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조연들을 뒤로 세우고  메인으로 담긴 단독사진과 굵은 제목으로 그에 대한 기사가 떴다. 








 그래서 클릭해서 봤다. 내용은 불출마를 선언한 조훈현의원이 자유한국당에서 제명을 당해 의원직을 유지한 채로 미래한국당에 입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례대표는 정당의 지지율로 국회의원이 되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고 당에서 제명을 해야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발로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퇴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지만 회사에서 내보내서 퇴직하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훈현이라는 인물은 한때 대한민국 바둑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며 그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고 광고도 찍는 등 그의 이름값은 바둑인들을 넘어 일반에게까지 소개되어 나름 유명세가 있던 인물이다. 바둑의 아이콘이던 그는 제자인 ‘이창호’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바둑강호의 최고수였다. 물론 짜인 각본이지만 그랬던 그가 정치공학에 의한  제단에 의해 이용당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조훈현의원은 정치인이 아니다. 평생 바둑만 해오던 사람이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그가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연설을 하며 ‘파이팅’이 넘치는 선거운동을 할 것도 아니다. 그의 불출마는 당연했다. 굳이 ‘선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서도 말이다. 그래서 아름답게 은퇴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바둑인들의 영웅이었던 그에게 제명이라는 꼬리표를 굳이 붙였어야 할까? 








 이렇게까지 해가며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집합정당으로 만들어지는 ‘미래한국당’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앞으로 다가올 그들의 미래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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