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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Feb 14. 2020

라임자산운용의 우량자산과 부실자산

부실자산이 우량자산으로 바뀌도록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라임자산운용의 우량자산과 부실자산    




 대한민국의 문화계는 봉준호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축제의 분위기다. 그에 반면 금융계는 연일 튀어나오는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보도들로 시끄럽다. 설마 했던 것들이 조금씩 윤곽을 보이고 있고 설마나 혹시나 했던 것들이 사실이 되거나 혹은 루머로 끝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이와 관련된 많은 영상들이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영상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일부진행자나 게스트로 출연하는 분들 중에 극단적인 용어들을 사용해가며 혼란과 불안을 조장하거나 잘못된 데이터와 명확한 구분도 없이 두리뭉실하게 말을 해서 듣는 사람들이 왜곡된 이해를 하도록 하는 경우도 간혹 있어 보여 안타까움이 남는다. 








 라임자산운용이 했다는 ‘메자닌 투자’가 있다. 메자닌(Mezzanine)은 건축물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형태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복층오피스텔과 복층원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로 로프트(Loft)와 같은 개념이다. 이것을 금융에서 이야기할 때는 아주 큰 위험도 아니고 아주 안전하지도 않으면서 약간의 위험을 안고 은행보다 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품들에 포함되는 자산은 주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채권이지만 상황에 따라 주식의 역할도 하는 자산들이라고 보면 된다. 주식형상품보다 안정성이 좀 더 높은 이유는 채권들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는 한마디로 일반기업에서 발행하는 회사채(會社債)중에 하나로 채권에 두 가지 기능이 있다. 그 첫 번째가 회사채를 주식으로 전환을 하는 권리를 받게 된다. 이때 전환하는 시기이나 기준가격 같은 때의 기준은 발행하는 회사마다 정하는 기준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앞으로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서 채권보다는 주식으로 가질 때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일 때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서 보유할 수 있다. 한마디로 채권자의 지위에서 주주의 지위로 변경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보유했다가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지배권을 확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삼성SDS, 삼성물산 등을 장악하며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전환사채다. 물론 우리들과는 먼 이야기지만 쉬운 예를 들다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주식의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없을 때에는 만기까지 보유해서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전환사채는 만기가 3~5년이거나 그것보다 긴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 1년여 만에 중도상환이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으로는 중간에 현금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기위해서는 보유한 전환사채를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100원 짜리를 90원이나 85원에 파는 것이다. 그 만큼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펀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 BW)다. 신주인수권이 있기 때문에 따로 돈을 내서 정해진 가격으로 정해진 만큼의 주식을 구입할 수 있고 채권도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주주의 지위와 더불어 채권자의 지위도 유지된다. 








 이와 더불어 무역금융펀드는 국가나 회사 간의 무역 거래를 할 때 있어야할 신용장이나 야적장 보관비, 제반서류비용과 대출, 수수료 등 무역과 관련된 것들을 기초 자산으로 해서 만들어진 펀드다. 주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모든 무역이 이루어질 때 무역회사를 대신해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자금결제를 먼저하고 일정시간이 지나서 미리해 준 결제자금과 거기에 수수료를 붙여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보니 전 세계의 무역이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유지되는 시장이었다. 큰 이익을 남기지는 않지만 안정되게 꾸준한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였다. 세계 무역규모의 증감에 따라 투자처의 공급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다.   








 처음에 사모사채는 주로 신용등급이 A등급이하인 회사들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발행에 참여했다. 그러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회사가 속한 산업과 회사의 환경과 더불어 관련이 없는 계열사와 관련된 설명까지 해야하다보니 일반기업들도 증권신고서가 필요 없는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사에 의해 등급평가를 받을 때 등급이 떨어질 거 같은 경우는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 공모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사모사채를 받는 A등급의 회사들도 많아졌다. 또 주요주주의 변동사항을 알리고 싶지 않은 대기업들도 사모사채를 선호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사모사채 시장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공모시장보다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유동성은 좋지 않다. 공모채권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보험사나 은행들이 주로 찾는 상품이었다.








 초기에는 이렇게 위험(Risk)이 적은 자산들에 주로 투자하며 수익을 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검증된 투자처의 추가적인 확보가 어렵고 운용자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펀드운용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래서 펀드의 운용자금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펀드 수익률에 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라임자산운용은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성장을 위해 운용자금의 규모를 늘렸다. 








 문제가 되고 있는 무역펀드의 경우에 이미 2018년 11월경에 IIG수탁사가 보낸 이메일 내용 확인을 위해 2019년 1월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IIG를 방문했다. 당시 IIG운용하던 담당자가 사망하고 IIG의 책임자가 펀드에 대한 확인을 해주지 않아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9년 11월경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가 IIG펀드에 대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고나서야 '폰지 사기'에 대한 내용을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집된 펀드자금을 어느 곳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잠적한 부사장을 비롯한 특정 운용역이 독단적으로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상장사의 전환사채에 투자하면서 내부의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진다. 투자받은 업체에서 800억 원 정도의 횡령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이 부당이득을 취했을 것으로 보고 검찰은 투자를 주도한 부사장에게 수사의 날을 겨누었다. 결국 이 사안 때문에 검찰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을 심사하기 위한 자리에 부사장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수익률 악화를 피하기 위한 단순한 펀드환매연기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사이 계속해서 환매 연기 펀드의 숫자와 금액은 불어났다.   








 이번 주말동안 펀드의 기준가를 산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겠지만 결국 모집액의 45~60%만이 기준가로 인정될 가능성이 많다. 그 상태에서 금융회사들이 빌려준 자금을 회수할 경우 손실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손실이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전환사채의 경우 제대로 된 회사에 투자한 것이라면 리픽싱한 가격에서 주식으로 전환을 하고 주가가 올라간 상태에서 매매를 할 경우에 손실의 폭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부실자산이 우량자산으로 전환되는 시점까지 시간이주어진다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투자된 회사들이 건전한 회사들일 경우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횡령을 했던 회사와 같은 경우가 생긴다면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실자산과 우량자산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고 부실자산이 우량자산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도 봐야한다. 그렇기에 투자자나 TRS를 제공한 회사들은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투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라임자산운용도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투자자의 손실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의 관리감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렇게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신뢰회복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2020년 02월14일까지 라임자산운용에서 문제가 된 4개의 모펀드는 문어발처럼 각각의 자금모집을 담당하는 자펀드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환매가 연기된 자펀드의 숫자가 173개고 그 규모도 1조 6,679억 원이다. 이 중에 개인 계좌에서 들어온 금액은 4,035개의 계좌에서 9,943억 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는 법인 계좌로 581개에서 6,736억 원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 자금들은 19개의 판매사로부터 유입되었다. 그중에서 대표이사가 근무했던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금액이 3,577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신한금융투자로 3,248억 원이며 뒤늦게 시작한 신한은행이 2,769억원을 판매해서 세 곳이 전체 판매액의 57%를 넘는다. 

그 173개의 자펀드들이 19개의 판매사로부터 돈을 모아서 모펀드에 보내고 모펀드에서 메자닌, 헤지펀드, 사모사채와 부동산을 비롯한 여러 자산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삼일회계법인의 감사와 언론의 취재를 통해 불법적인 투자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의 펀드는 운용에 대한 자금집행이나 업무영역의 구분이 명확해야 함에도 그중에 부실이 발생한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상적인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한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결정적인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펀드의 수익률돌리기는 처음이 어려웠지 그 이후부터는 모럴헤저드로 인해 돌리기는 진짜 ‘수익률 돌리기’가 되어 펀드이름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부실의 바이러스는 펀드들을 오염시켰다. 이렇게 오염된 펀드의 부실을 수사해야한다. 그런데 그 키를 쥐고 있는 해임된 부사장이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살을 당하기 전에 찾아야만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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