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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Oct 07. 2020

약탈로 이룬 부

2020.09.28




약탈로 이룬 부      




 ‘친구들이 가진 것을 

아무것도 빼앗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보다 

빼앗았다가 돌려주는 것을 더 감사하게 여길 것이다’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던 사람이 있다. 

‘역사’를 쓴 헤로도토스에게 해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는 사모스 섬의 통치자였다. 

동생들과 힘을 합쳐 섬을 점령한 폴리크라테스(Polycrates)는 

BC535~BC515까지 폴리스를 다스리던 참주다. 

처음에는 형제들과 같이 권한을 나누어 사모스를 다스리지만 권력을 공고히 한 뒤에 

둘째인 판타그노투스(Pantagnotus)를 죽이고 막내인 실로손(Syloson)를 추방하면서 권력을 독차지한다.







 폴리크라테스는 앞서 말 한대로 

친구의 소유물을 빼앗았다가 돌려주면 더 고마워 할 것이라고 말하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오십노선 100여척과 궁수 1,000여명을 이용해 사모스 섬 일대의 바다에서 노략질은 물론이고 

레스보스 같은 섬과 육지의 여러 도시들을 공략해 점령과 약탈을 일삼은 것으로 유명했다. 

침략과 함께 해적과 별반차이가 없는 약탈로 인해 해적으로도 불렸지만 

폭군이나 독재자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단, 약탈로 빼앗은 재물을 

자신만의 소유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치적을 알리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지만 

사치를 위한 도구보다는 사모스 섬을 발전시키는데 사용했다. 

섬 주민들의 삶을 위해서 지하수로를 만들기도 했는데 길이가 1km정도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가 만든 수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수로로 알려져 있다. 

피타고리온(Pythagorion)항구의 수심을 깊게 확장해서 더 많은 배가 정박할 수 있도록 해 

교역의 양을 늘리고 해군력도 증강했다. 

사모스 섬은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를 섬기는 섬이었다. 

그래서 약탈한 재물로 아테네의 아테나신전보다 큰 헤라신전을 지었는데 

규모가 아크로폴리스와 5배나 차이 났다고 한다. 

오늘날의 헤라신전은 보기 힘든 이오니아식 건축물로 인정받아 

1992년에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되어 보존되고 있다. 

이런 치적들도 기리기 위해 사모스의 영웅으로 보려는 치켜세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노략질과 약탈로 얻은 재물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어 노동력을 착취했기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이미지로 자리잡혀 있다. 







 이집트의 파라오 아마시스(Amasis)는 페르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에게해와 동부지중해 일대에서 약탈을 일삼던 폴리크라테스와 동맹을 맺고 

동부지중해의 해상권을 한때나마 장악할 수 있었다. 

약탈로 쌓은 그의 부를 이용해 

당대의 유명한 아나크레온 같은 시인을 불러 사모스 섬의 문화부흥에 힘을 쏟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피타고라스도 이곳에서 태어난 학자였지만 

폴리크라테스의 독재에 치를 떨며 이집트를 떠난 뒤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탈리아남부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독재를 피해 스파르타와 아테네로 피신한 사람들도 많았다. 

스파르타는 이들에게 정보를 얻어 사모스 섬을 정복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해상에서의 노략질에 익숙했던 폴리크라테스의 막강한 군대에 의해 실패하게 된다. 







 거칠 것 없이 성공가도를 달려가던 

독재자 폴리크라테스도 자신을 해치려는 페르시아 왕으로 부터 

보호해주면 금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안한 마그네시아의 통치자에게 속아 

나무에 매달려 죽임을 당하게 된다.







 폴리크라테스는 

사모스 섬을 발전시킨 치적으로 

섬의 주민들에게는 영웅적인 참주였겠지만 

주변에 있던 다른 폴리스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혀 얻어진 악명과 악행들이 전해진 덕분에 

100여년 뒤의 역사가인 헤르도토스에게 

해적이라고 기록된 그의 일생은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폴리크라테스 콤플렉스’나 ‘폴리크라테스의 반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당한 부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원한으로 쌓은 부는 

언젠가 부를 쌓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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