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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Nov 23. 2022

대책없는 주조(양조)창업에 대하여2

주조장(양조장) 창업은 반댈세

창업을 시킬게 아니라 소비처를 만들어줘야 한다.





 술을 너무나도 잘 만들어 ‘천하의 명주(名酒)’를 만들었다고 치자.

주변에서 술을 맛보고 이렇게 맛있는 술을 만드는 기술을 썩히지 말고 돈을 벌어보라고 권한다.

주변의 말을 듣고 창업을 해서 술을 생산했다면 그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생산한 술을 주위는 물론 많은 이들에게 홍보를 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소비자가 찾아오거나 주문을 할 테니 말이다.


홍보만 했다고 해서 일반소비자가 찾아와 구입하거나 온라인/전화로 주문하는 것은 한 두 번이 고작이다. 소비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이다. 물론 맛 집에 단골 생기듯 맛있는 술을 찾는 단골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주조장을 운영하는 이상 매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주류유통업체를 통한 유통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는 식당이나 주점은 주류유통업체(이하 유통업체)를 통해 술을 구매하여 우리 같은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유통업체는 지역에서 술을 생산하는 기존의 주조업체와 이미 오랜 시간 거래를 해온 이력이 있다 보니 나름의 유대관계가 형성되어있고 경제적 공생관계다. 그런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란 신생업체에게 쉬운 상황은 아니다. 물론 불가능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신생주조업체에서 생산한 술을 공짜로 준다면 모르지만 돈을 주고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수요자는 없다. 창업과 동시에 생산자는 생산한 술을 소비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시간과 공을 들인다면 언젠가는 본인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걸리는 걸 버텨야한다. 술을 소비하도록 만들어야하는데 자칫 자신이 가진 자본만 소비할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주조 창업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이렇듯 술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창업을 하는 것은 굉장히 무모하다. 더욱이 그것을 해야 하는 것처럼 권하는 것도 무책임한 행동이다. 창업은 굉장히 신중해야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기술이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가끔씩 혼자 소비할 정도의 술만 만들지만 필자도 한때 지금보다 열심히 술을 만들 때가 있었다. 여러분도 생각해보시라.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있겠지만 몇 가지 재료를 섞어서 자신의 손으로 전혀 없던 알코올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을까? 또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방식이나 온도만을 바꿔도 술의 맛이나 알코올 도수를 만드는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술이다.  






 경험이 늘어날수록 기술은 누적되었고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술맛으로 가히 천하를 휘어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창업에 대한 의지에 펌프질을 가열하게 했었다. 그러나 필자는 주조관련 창업을 하지 않았다. 필자가 창업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당 창출하는 생산성이 맞지 않았다. 술은 그만큼 어려운 시장이다. 일시적 의지와 감정으로 창업을 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시장은 유명인도 아닌 여러분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시라. 술에 중점을 두고 글을 썼지만 다른 분야의 창업도 마찬가지다. 초보가 선택하는 창업인 프랜차이즈도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마지막으로 이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술을 만들어보는 것을 한번쯤은 꼭 경험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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