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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Nov 21. 2022

대책없는 주조(양조)창업에 대하여

무조건 창업을 시킬게 아니라 소비처를 만들어줘야 한다.

창업을 시킬게 아니라 소비처를 만들어줘야 한다.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예전보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발효음식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은 만들어진 것을 사먹기도 하지만 만들어먹는 사람들도 생겼다. 필자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술을 좋아해서 술에 대한 교육에 빠져 살았었다. 술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가봤었다. 물론 그런 행동을 멈춘 뒤에 세워진 교육기관에는 가보지 않았기에 최근의 동향은 당시에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서 전해 듣는 정도다. 확실한 것은 예전보다 늘어난 교육기관의 수만큼 발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늘었다는 것이다.






 관심의 크기는 작을 수도 있지만 거기에 꿈이 섞인다면 관심의 크기는 좀 더 커질 수도 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술과 장 발효에 대해 배우던 일부 교육생들 니즈가 커지면서 창업을 하고자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교육기관에서도 창업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 관련된 내용과 자료를 콘텐츠로 만들어 홍보하는 경우도 늘었다.   






 코로나로 인해 줄기는 했지만 지역의 홍보를 위해 축제를 개최하는 도시가 많다. 지방정부별로 지역축제를 알차게 채워주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로 전통주 만드는 대회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기에 심사를 하러 갔던 한 지인이 말하길 지역의 시장이 1등 시상자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수상자에게 주조장을 세운다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필자에게 전해준 지인은 주조를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주조를 잘 배워 본인이 열심히만 하면 이런 도움을 통해 주조업계에 진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로 열변을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역이기는 해도 나름 군수, 시장이 하는 말이니 행정적인 지원을 허투루 말하지 않을 것이니까. 다만 모두가 간과하는 게 있다. 바로 판매다.






 주조라는 것은 술을 만드는 것인데 무턱대고 술은 만들 수 있겠지만 그들이 만든 술의 소비가 잘되겠느냐는 것을 생각해봐야한다. 술이든 장이든 판매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창업에 대한 현실을 알려주는 교육까지는 몰라도 창업을 하여 생산을 하라고 권하는 교육기관들의 모습은 그들의 말을 듣는 이들에게 폭탄을 쥐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종의 범죄다. 분야가 주류와 장류라고해서 일상에서 먹는 것이다 보니 약간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자본이 투여되어야하는 경제적인 행위로 누구에게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위험을 교육생에게 전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은퇴 후 일거리를 알아보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주류를 포함한 발효관련 생산품을 만드는 창업을 위해서는 발효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만 있어서는 안 된다. 판매를 위한 세일즈는 물론 마케팅/홍보/기획 같은 여러 단계의 행동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 인력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창업은 단순한 의지와 욕구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것에 치중해 판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창업의 근처에 함부로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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