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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May 19. 2023

술 한잔에 기시감 느꼈을 기시다

윤서결(석열)이 기시다에게 따라준 술 한잔

기시다에게 따라준 술 한잔   


  

 일본 내각총리대신(100‧101대)을 맡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이하 기시다 씨) 씨가 대한민국을 방문해 대한민국 대통령을 맡은 윤석열 씨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가 불과 10여 일 남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회담의 배경에는 한‧일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길 원하는 USA의 의도가 밑바탕에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피해보다 USA의 이익을 위해 한‧일이 중국에 맞서는 구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방문의 성격답게 둘의 회담은 만찬으로 이어졌다. 일본방문 때 ‘사다리 만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둘의 만남은 한남동의 관저에서 이어졌다. 구절판을 비롯해 한우와 민어 등 우리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제공되었다. 거기에 반주로 참여한 술은 국내 한 기업에서 만든 청주였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청주는 일본 스타일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주세법의 틀을 잘 보존‧유지하고 있다 보니 청주의 기준이 일본의 청주와 기준이 매우 유사하다. 반면 우리의 고문헌의 기록에서 말하는 청주는 법적으로 현재 ‘약주’라고 불린다. 






 국가 간의 이익을 놓고 첨예한 대립과 대결이 계속되는 현장인 외교에서 식사는 굉장히 중요하게 취급된다. 메디치가문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절대왕정의 음식문화는 파티의 신기원을 낳았고 프랑스를 미식과 포도주의 나라로 알려지게 만들었다. 프랑스를 방문한 각국의 정상을 맞이한 역대 대통령들은 프랑스적인 것으로 그들을 맞이하며 외교적인 성과를 만들어왔다. 미테랑이 그랬고 시라크가 그렇다. 가장 막내인 마크롱은 그 중에서도 프랑스 포도주를 프랑스의 외교관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술은 단순한 마시는 음료를 넘어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프랑스의 탈레랑은 메테르니히가 개최한 빈회의에 프랑스의 포도주 오 브리옹과 음식을 만들 요리사를 데려갔다. 그리고 회의가 지루해지거나 마치면 마친 각국의 대표들에게 프랑스의 상징을 제공했다. 프랑스가 담겨있는 프랑스 포도주를 포함한 음식을 먹고 마시며 탈레랑에게 구워 삶아진 각국의 대표들은 패전국 프랑스마저도 나폴레옹에게 피해입은 나라로 인정했고 프랑스는 왕정복고와 함께 국토를 보전할 수 있었다. 






 외교에서 음식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먹거리가 아니라 문화와 역사 더 나아가 국가 구성원들의 생활까지 담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반면 우리가 외교가에서 사용하는 술은 어떠한가? 있던 전통마저 없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언론에서 언급한 대로 USA의 외교관에게 망신을 당한 뒤에야 개발하라고 지시해서 만든 술이 경주법주다. 그런데 그게 우리의 청주가 아닌 일본식 청주다. 그런 회사에서 만든 일본보다 일본스러운 술을 이번에도 일본 총리로 방문한 기시다씨에게 권했다. 당시 술을 만든 회사와 공무원의 인문학적인 소양이 부족했다고 해도 이제는 공부도 좀 해서 인문학적인 식견을 쌓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외교의 무대에 내세울 술이 없어 일본 술을 개발한 회사와 공무원의 무식과 무능을 아직까지 이어가서야 되겠는가? 중요한 자리에 함께하는 술은 선정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져야한다. 이제는 대한민국다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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