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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l 14. 2023

남아도는 포도주, 줄 서는 위스키-2

남아도는 포도주, 줄 서는 위스키-2     






 이른 시간 편의점 앞을 지나가던 길에 길게 늘어선 줄을 봤다. 백화점을 지나다 보면 명품관에 들어가 구경하려고 길게 늘어선 것을 본 적은 있었다. 맛집도 아닌 물건을 파는 일반가게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것을 보기는 쉽지 않은 광경이었다. 가게에 사람들이 늘어서서 구매한 것은 명품이 아닌 위스키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외부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집에서 홀로 보내거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때 주목을 받은 것이 포도주와 위스키였다. 둘의 공통점은 외국산 알코올이라는 것이다. 가격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보다 조금은 비싸다. 차이점이라면 발효주인 포도주와 달리 위스키는 증류주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둘의 희비가 조금은 달라지는 듯하다. 포도주는 주로 병에 담긴 원액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을 타거나 다른 물질을 넣게 되면 특유의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포도주를 찾는 애호가들의 특성상 음식에 맞춰 포도주를 마시기 때문에 포도주에 다른 재료를 넣어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시도가 거의 드물다. (상품으로 병에 담기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포도주 원액이 담기는 것은 아니다.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다수의 포도주에는 이런저런 조미료가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여러분에게 알리지 않을 뿐이다.) 병에 담긴 내용물을 마실 뿐 그 술에 다른 시도를 하지않는 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음용하는 방법이다.  






 반면 위스키는 증류주로 높은 알코올의 특성상 물을 타서 마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병에 담긴 위스키 원액 상태에서 물을 조금 넣으면 짙은 향이 조금은 옅어지면서 특유의 향을 좀 더 세밀히 느낄 수 있어서 위스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스키 원액에 물을 약간 넣는 시음법을 사용할 정도다. 이는 우리보다 위스키 분야에서 앞서있는 잉글랜드와 일본에서도 사용되는 시음법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하이볼이라는 명칭으로 유행하면서 여러 과일과 허브를 사용하는 칵테일로도 음용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가지 술로써도 훌륭하지만, 같이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증류주의 특이성이 공존하기 때문에 위스키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스키의 특성은 자신에 대한 표현을 강조하는데 부담이 적은 젊은 세대와 잘 맞아떨어진다. 젊은 세대에 대한 역대 호칭인 X‧Y‧Z세대 중 Y‧Z세대를 묶은 MZ세대가 최근의 이런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흐름에는 X세대도 포함되어있다. 단순하게 소비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침없는 이들 덕분에 위스키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 위스키를 공부하고 돌아온 이들이 생산에 뛰어들어서 이제 서서히 생산품이 나오는 시기가 맞물려 이런 흐름에 훈풍을 불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적인 음주가 줄어들면서 술 소비가 감소하고 있지만 위스키 시장만은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용인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소셜미디어다. 자신이 누리는 모습을 알리는데 거부감이 적다 보니 자신을 드러내기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술보다는 독특한 술을 구해 자신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홈 술‧혼 술 문화와 소셜미디어라는 사회환경이 위스키 선호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렇다고 이런 경향이 계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술은 소비재다 보니 소비의 흐름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크다. 위스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즐기는 방법의 다양성으로 인해 증류주에 대한 전체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기존의 위스키 소비량보다 최근의 소비량이 증가 폭이 역대급이기 때문에 주류업계에서는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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