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정치로 얼룩지다.
한강의 수상(水上)버스가 수상(殊常)하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맞으며 진행된 행사가 있었다. 바로 한강 수상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다. 서울시민의 돈으로 만들어진 ‘한강 수상버스’ 출퇴근 시간에 막히는 도심의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아이디어는 좋다. 방향도 좋았으나 꼭 해야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속도 문제다. 교통이라는 게 속도의 문제다. 속력을 이용해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는 게 속도다. 한강 수상버스의 사용 목적이 교통체증으로 인한 정체와 지체를 해소해서 출/퇴근을 원활하게 하려는 거다. 마곡과 잠실까지 이어주면서 중간에 5곳의 선착장을 거친다. 이와 비슷한 취지와 목적으로 진행되었던 수상택시가 있었다. 물론 한강 수상버스보다 적은 경유지와 비싼 가격으로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안전을 위해 당분간 퇴근 시간에 주로 운영되는 점은 이해할만하다. 과연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출/퇴근자를 위한 수단일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한강 수상버스가 오가는 선착장과 실제 이용자들의 출퇴근 경로 사이의 연계성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불편과 시간 소요로 인해 이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수요도 불명확하다. 또 악천후가 발생하면 운행이 불가하다. 수요예측이 불명확하다 보니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적자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크다.
교통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제안된 내용이 선착장에 따릉이를 추가로 배치한다는 거다. 이외의 선착장에는 버스 노선을 조정하거나 신설해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다른 이동 수단보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과연 출/퇴근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가 의문을 가진다. 이용요금이 비싸다 보니 출/퇴근 수요보다는 관광 수요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관광객이 더 몰려와 운영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시민에 대한 교통편의 제공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질 수 있다. 이는 출/퇴근 시간대의 이용 제한 등을 통해 풀어갈 수 있기에 상황을 보며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동시간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이 마곡에서 잠실까지 75분이 소요된다고 했으나 실제 운행하여 나온 소요 시간은 127분이다. 지하철로 마곡역에서 잠실역까지 이동할 경우 68분이 걸리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된다. 한강에 있는 여러 교량의 안전과 습지인 밤섬을 보호하기 위해 저속 운행을 하는 구간이 있어 결국은 127분이 소요되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결국 빠른 출/퇴근보다는 시간은 오래 걸려도 경치를 즐기는 출퇴근을 하려는 이용자가 대상이라는 거다. 버스보다도 상대적으로 지하철이 교통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정체가 적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 소요가 적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한강 수상버스는 그렇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물길을 이용해서 교통에 사용해보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도 단 한 번의 성공사례가 없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객기가 일상화되기 전에 배는 유용한 이동 수단이었으나 항공편이 일상화 된 이후 물길은 사람보다는 물자가 오가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물자이동에는 수량을 중요시하나 사람의 이동에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요 시간이 길어지면 사용은 감소할 거다. 시간의 이익이 없는데 제한된 급여조건에서 더 많은 돈을 사용하면서 한강수상버스를 이용할 직장인은 극히 적을 것이다. 이번 한강 수상버스를 위해 사용된 예산이 900억 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서울시민의 돈이다. 외국인의 관광에 보여주기에는 좋을 수도 있으나 서울의 교통을 이어주는 교량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운행할 이유가 있을까?
한 정치인의 영달을 위해 잘못 사용되는 예산의 표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의 조사로 사업효과를 부풀렸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던 ‘새빛둥둥섬’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2011년 당시 감사원은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한 특혜로 인해 400억 원이 낭비되었다고 지적했었다. 시민의 돈이 소요된 이상 공공성이 부각되어야 함에도 소수의 부유층을 위해 공간이 사용된다면 누가 서울시에 세금을 내겠는가? 한강 수상버스는 한강이 정치로 얼룩진 또 다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1급수 물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자를 선출하여 그의 고집과 사고의 경직성으로 인해 가뭄을 겪고 있는 시민이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렌지를 짜면 오렌지 주스가 나오고 사과를 짜면 사과주스가 나온다. 호화롭거나 거창하게 겉모습을 꾸며 우리의 눈을 가리는 경우가 세상에는 많기에 세세하게 다져야 한다. 어떤 분야든 세금이 잘못 사용되는 경우를 막으려면 시민도 국민도 생각을 많이 하고 거짓 뉴스 검증도 제대로 해야 한다. 세상에 ‘사(詐)’자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