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립일세 Oct 01. 2019

와인으로 만든 사랑의 묘약

엘릭서는 사람을 싣고

51회분 

맛있는 술 이야기     

오페라에서 사랑의 묘약은 와인이었다.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모스크바의 볼쇼이(Bolshoi), 밀라노의 스칼라(La Scala)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오페라극장이다. 그 외에도 많은 오페라 극장에서는 해마다 여러 편의 오페라를 공연하고 있다. 보통 Op로 표기되며 작품을 의미하는 오퍼스(Opus)의 복수형인 오페라(Opera)는 말 그대로 서곡을 비롯한 여러 기악곡과 반주 위에 독창과 합창으로 빛을 발하는 성악곡, 그 외에도 무용과 무대미술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형태의 예술 극이다.







 여러 작품들이 모여서 하나가 된 것처럼 잘 짜여서 움직이는 공연이다 보니 관객의 눈도 즐거워지는 공연이다. 그 중에서도 리릭테너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서정적인 아리아인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rutiva lagrima)’은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에 나오는 테너 독창곡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태리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인 도메니코 가에타노 마리아 도니체티(Domenico Gaetano Maria Donizetti, 1797년 11월 29일~1848년 4월 8일)가 작곡한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오페라다. 단 2주 만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는 지주의 딸인 아디나를 짝사랑하며 그녀의 사랑을 얻는 방법을 고민하는 주인공인 청년농부 네모리노의 순진한 마음을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소재는 켈트족의 전설인 아일랜드인 이졸데와 잉글랜드인 트리스탄의 사랑에서 시작된다. 네모리노는 아디나가 사람들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언급한 ‘엘릭서’라는 사랑의 묘약을 마시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는 엘릭서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마주친 돌팔이 약장수 둘까마라에게 속아 ‘사랑의 묘약’을 구입한 네모리노는 그 약을 모든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약으로 알고 마시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둘까마라에게 샀던 묘약은 엉터리로 만들어진 값싼 와인이었다. 가짜 엘릭서를 마시는 네모리노를 보고 둘카마라는 약이 하루를 지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며 들통 나기 전에 도망가려고 한다. 가짜 엘릭서를 마시고 돌아오던 네모리노는 자신이 쫓아다니는 아디나를 보고도 내일이면 약효로 인해 자기를 사랑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보란 듯이 무관심하게 지나친다. 이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자존심이 상한 아디나는 군인을 모집하기 위해 마을에 왔다가 자신에게 반해서 청혼한 벨꼬레에게 오늘 바로 결혼하자고 말하며 마을사람들을 결혼식에 초청한다. 이에 다급해진 네모리노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더 센 약을 먹기 위해 둘까마라를 찾았지만 더 센 거는 돈이 더 있어야 한다고 하자 네모리노는 돈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없이 군에 입대하기로 하고 지원서를 작성한 후 돈을 받아 묘약을 사서 마신다. 잠시 뒤에 알코올이 몸에 퍼지면서 자신감이 생긴 네모리노는 힘차고 멋있게 걸으며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마침 네모리노의 친척이 사망하면서 그가 많은 유산을 받을 거라는 소문이 동네에 퍼지게 되고 아가씨들은 네모리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다. 네모리노는 기분이 좋아졌고 약의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것은 와인의 알코올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네모리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결혼식을 잠시 멈추고 밖에 나와서 이 광경을 보던 아디나가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을 때를 둘까마라는 자신이 준 사랑의 묘약 때문에 사람이 저렇게 매력적으로 바뀐 거라면서 자랑스러워했고 아디나라는 아가씨를 좋아해서 잘 보이기 위해 군입대서를 쓰고 돈을 받아 묘약을 구해서 마셨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 말을 듣자 아디나는 자신을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네모리노의 마음에 자신의 잘못과 자신도 네모리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모습을 본 네모리노는 그녀가 눈물을 보이자 이 작품의 대표적 아리아인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른다. 트리스탄과 이졸테는 ‘엘릭서’라는 사랑의 묘약을 같이 마셨음에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슬픈 마무리를 했지만 네모리노와 아디나는 사랑의 묘약으로 둔갑한 싸구려 와인을 마시면서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한 미래를 예견하는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얼굴만 잘 생긴 줄 알았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