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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Nov 04. 2019

쿠데타-주당들의 작당

쿠데타 모의를 하는 식당장소를 가리키는 암호명 - 흐루시쵸프

맛있는 술 이야기 시즌2    

No.1 주당들의 작당     








 세계3대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루브르박물관에는 굉장히 다양한 미술품과 유적이 있다. 초기에는 루브르에 관심이 많던 나폴레옹의 관심을 끌기위해 유럽의 각국이 기부한 미술품과 나폴레옹이 이집트원정에서 약탈한 유적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식민지제국시절에 약탈의 절정에 치달으며 수집한 유적들도 전시되어 있다. 물론 대영박물관보다 약탈한 유적이 적긴 하지만 세계에서 약탈문화재가 많은 곳 중에 하나다. 이곳에 높이 225cm을 자랑하는 돌기둥이 하나있는데 꼭대기부분에 신이 법전을 하사하는 장면이 새겨져 있는 돌기둥이다. 법전을 받는 인물은 함무라비 왕으로 18세에 즉위한 그가 BC1792년부터 BC1750년까지 바빌로니아를 통치하면서 반포한 성문법전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오래된 성문법 중에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을 규정한 법전이다. 더불어 약자를 보호하면서 정의를 실현하고 광범위한 생활영역에 대해 규율을 정하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법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법전 안에서 술과 관련된 조항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108조에 ‘술값을 과도하게 받거나 술값으로 받는 곡식을 담는 용기보다, 술잔의 크기를 작게 하면 그 여주인을 물속에 던지는 벌을 주었다.’고 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조항이 바로 다음 조항인 109조인데 ‘불량배들이 술집에서 모의를 하여도 여주인이 그들을 잡아서 궁전으로 데려가게 하지 않으면 그 여주인을 죽인다.’고 되어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는데 당시 술집의 주인은 거의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힘없는 여성이 불량배들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결국은 힘으로 이긴다기보다는 나쁜 일을 모의하는 것을 알았으면 신고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당시에도 술집에서 모여 신고당할 만한 모의를 했다는 것이다.









 육사 8기생인 김종필은 1949년 6월 육군본부 정보국에 배속되었다. 이때 남로당 조직책혐의가 인정되어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백선엽 등 만주군 출신들의 노력으로 목숨을 건져 소령예편 후 문관신분으로 작전정보실장직으로 업무를 보던 박정희와의 첫 만남이었다. 5.16이후 영원한 2인자이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경계의 대상으로 영욕의 세월을 살았던 김종필은 자신의 삶을 정리한 ‘김종필 증언록’에서 5.16과 관련한 모의과정을 설명한다. 그 기록에 따르면 청계천과 무교동 사이에 있던 조흥은행 본점 옆에 상수라는 이름을 가진 술집이 있었다고 한다.






 박정희와 쿠데타를 일으키기로 마음먹은 김종필은 박정희를 대신해서 주변에 자신과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김종필은 상수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술 한 잔을 걸치며 세상에 대한 불만과 시국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반응하는 모습을 살피며 뜻을 같이할만한 사람들을 물색했다. 상수는 이후에도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만나는 거점으로 활용됐다. 여기에서 거사의 핵심인물들이 모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서로의 의지를 다지며 국가 전복을 모의했던 것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면 상수라고 읽히지만 반대로 읽으면 수상이다. 당시 유엔총회장에서 연단에 올라 구두로 두드리며 연설을 했던 장면으로 유명해진 소련의 수상의 이름을 빌려 그 곳을 ‘흐루시초프’라 불렀다고 한다. 그 당시 전화로 만날 곳을 정할 때마다 흐루시초프에서 만나자고 말하며 헌병대의 감시망을 피했다는 일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 술집에 모인 여러 사람들의 신분은 단순한 불량배가 아닌 국가의 안보를 책임진 군인이었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고 손에 쥐어 준 총을 국민과 국가에게 겨눈 것이다. 불량배들이 모여 단순한 모리배를 모으는 모의를 한 것이 아니라 군인들이 모여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모의를 한 것이다. 주인은 술을 마시며 정부를 비판하고 언성이 높아진 것을 주사로 봤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알다시피 거사도 성공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가 펼쳐지는 대한민국에서 이제와 술집주인을 찾아내어 죄를 물을 수는 없지만 그로인한 역사의 뒤틀림으로 인해 민주화된 사회로의 진입이 많이 더뎌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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