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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Aug 27. 2019

배주석병권

술을 마시면서 가져온 병권

힘보다는 말-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

 당나라는 ‘안사의 난’ 이후 쇠락의 길을 걷다가 결정타를 날린 ‘황소의 난’이후 각 지역을 다스리던 절도사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907년에 망하게 된다. 이후 송나라가 통일하는 979년까지 혼란이 이어진다. 황하를 기준으로 화북에 세워졌던 5개의 왕조를 5대라하고 나머지 지역에 흩어져있던 지방정권을 10국으로 불러 5대 10국이라고 한다. 짧은 시간동안 나라들이 세워지고 망해서 혼란스러웠다. 후주를 세운 곽위의 양아들인 시영이 제위를 이어받아 영토를 확장할 때 군을 탁월하게 지휘하여 군벌들을 제압하고 큰 공을 세운이가 있으니 조광윤이다.







 하북성 탁주 고안현에서 태어난 조광윤은 혼란한 시기에 대를 이어 군인이 되었다. 전투에서 펼친 활약과 충성심을 인정받아 후주의 세종인 시영의 신임을 얻어 총사령관직에 올랐다. 959년 세종이 승하하고 7살 어린 시종훈이 뒤를 이어 즉위하자 주변에 있던 군벌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으나 조광윤이 있어 쉽지 않았다. 신하들과 조광윤의 부하들은 나라의 불안함을 타개하려고 군공과 명성을 떨치던 조광윤을 황제로 옹립하고자했으나 본인이 응하지 않았다.




 960년 정초에 북쪽의 국경에서 요나라와 북한(漢) 연합군이 침략한다는 전갈을 받은 조정은 곧바로 조광윤에게 출병을 명했다. 금군은 개봉의 동북쪽 진교역(陳橋驛)에 야영하며 술자리를 가졌다. 만취를 즐기는 조광윤의 술버릇을 알던 동생 조광의와 부하장수들은 조광윤에게 술을 권하며 취하게 했다. 잠시 후 잠이 든 조광윤의 침소에 들어가 큰일이 난 것처럼 꾸며 밖으로 데리고 나와 미리 준비한 황포를 입히며 만세를 외쳤고 황제가 되지 않으면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협박(?)했다. 난감한 상황에 빠진 조광윤은 시씨황실과 신하들을 비롯해 백성들을 약탈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절대 복종을 맹세 받고 부하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회군한 조광윤은 개봉에 입성해 시종훈의 선양을 받아 제위에 오르고 송나라를 건국하는데 바로 송(宋)태조다. 

 태조는 단서철권을 내려 시종훈과 후주 황족들을 보호했다. 이는 금나라에 밀려가는 남송시대에도 이어져 지켜졌고 시종훈이 어린나이에 사망했을 때도 황제에 준하는 장례를 지내줬다.

 송 태조는 자신의 수하였던 장수들이 가진 병권을 위험한 요소로 인식했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서고금의 여러 권력자들은 자신을 도왔던 공신들과의 끝이 안 좋았다. 태조는 전장에서 함께 지낸 전우애를 이용해 병권을 넘겨받으려고 생각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했다. 그래서 부하 장수들을 모두 불러 연회를 열고 모두 취하자 시종들을 물러가게 하고 남은 이들에게 황제가 된 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던 장수들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태조는 자신처럼 너희들도 부하들이 부추기면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자 장수들은 황제가 원하는 바를 물었다. 태조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돈이고 마음의 평화인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라는 말만 남긴다. 이에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사직서는 받지 않고 병권이 없는 자리로 관직을 옮겨주었다. 5대 10국의 혼란을 가져온 원인이 병권이었기 때문에 연회를 열어 자신의 고충을 토로함으로써 단번에 장수들의 병권을 넘겨받아 중앙에 복속시킨다. 이 일로인해 군웅할거는 종식된다. 태조는 똑같은 방법으로 여러 지방 절도사들의 병권도 자발적으로 받아내 지방의 행정과 재정을 모두 중앙으로 복속시켰다. 피 흘리는 숙청 없이 상황은 정리됐다.

 






 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이라는 말을 낳은 이러한 결과는 정치에 있어 힘으로 겨루기보다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이후에도 태조는 일이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술자리를 통해 인간적인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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