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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Feb 16. 2019

녹색요정이 녹색악마가 된 사연

예술가들의 탐닉과 열정을 불러일으킨 환희의 그린 에너지 압생트

요정과 악마로 보는 두 가지 녹색 시선

고갱, 고흐. 드가, 마네, 모파상, 랭보, 르누아르, 베를레느, 피카소, 고흐와 헤밍웨이 이들이 태어나고 죽은 시기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낭만을 논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곡가, 화가이자 문학가들이다.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부르는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녹색 요정’, ‘녹색 띤 악마의 술’ 로 불린 압생트를 즐기던 사람들이라는 거다. 압생트(Absinthe)는 재료 중 하나인 쓴 쑥(Artemisia absinthium)의 압신티움(Absinthium)에서 유래됐다.

 술은 제조법이 여러 사람을 거쳐 메이저 듀비드에게 넘어가는데 사위인 앙리 루이 페르노가 1797년 스위스에 공장을 차리고 압생트 제조 사업을 하게 된다. 특히 70도의 압생트를 대량생산하면서 사업적인 성공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술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명충나방과 오이디움균에 이어 필룩세라로 인한 포도흉년으로 공급이 부족해진 와인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던 예술가들에게는 와인을 대신해 자신들을 예술의 세계로 안내해 줄 요정이 필요했는데 가격이 저렴했던 압생트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가격이 주는 매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높은 알코올 도수로 인해 물을 타서 마시다보니 술의 양을 2~3배까지 늘릴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을 받던 압생트는 예술가들 사이에서 급격히 퍼져나가는데 여기에 1830년부터 알제리에 근무하던 군인들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프랑스와 기후가 달랐던 알제리는 풍토병과 말라리아가 최대의 적이었다. 이와 같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정식보급품으로 압생트가 지급되었다. 이들에게는 질병뿐만 아니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원래 입맛을 돋우기 위한 식전주나 숙면을 위한 약으로 음용되었으나 전쟁터에서 길들여진 입맛을 갖고 돌아온 군인들에게는 무용담을 추억하기에 딱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처럼 압생트는 녹색요정의 안내를 받기위한 수요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압생트를 만드는 회사들이 증가했고 전 유럽에서 구할 수 있었다.


압생트



 문학가는 압생트를 이야기했고 화가는 압생트를 그렸으며 음악가는 압생트를 노래했다.

 그러나 여론은 요정을 서서히 악마로 몰아갔다. 압생트를 즐겨 마시던 고흐는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자르는 사건이후 결국 자살까지 하게 된다. 1905년에는 스위스에서 쟝 랑프레라는 31세의 농부가 취한 상태에서 말다툼을 하던 자신의 부인과 두 딸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술이 깬 뒤에 자신의 범죄를 기억하지 못했고 이 사건은 결국 압생트의 환각증세가 원인으로 결론이 난다. 1860년대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신경정신계통의 부작용과 중독으로 인한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녹색악마를 제거하기 위해 1906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1915년 프랑스까지 압생트를 더 이상 만들 수 없고 판매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 후에 독성의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로 메탄올과 에탄올, 알데히드의 양을 측정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신경정신계통의 부작용이나 약물중독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기존의 주장과 실제 사실이 다르다는 게 증명되었고 성분결과 역시 비교적 깨끗하며 불순물의 양이 거의 없었다. 압생트를 사랑했던 예술가들이 간질이나 간 경변 등의 병으로 고생했던 것은 압생트의 독성보다는 알코올에 대한 중독 때문이었다.1981년 WHO에서는 재료들의 기준치를 조정하여 재판매를 허가했다. 미국에서도 2007년부터 재수입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되다가 2010년에 식약청으로부터 잠정판매금지처분을 받아 중단된 상태다. 뜬금없지만 어떠한 술이든 과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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