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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l 29. 2019

절영지회 - 화를 누르면 복이 온다.

초 장왕도 화가 났으나 인재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모두 갓 끈을 끊으라


 중국의 역사에 있던 주나라는 봉건제를 실시하면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제후들에게는 식읍을 나눠주고 그 지역을 다스릴 권한을 주었다. 독자적인 세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이다. 이 중에서 나중에 세력이 커진 제후들은 주변의 작은 제후들을 흡수하여 세력을 좀 더 키워 독립적인 국가형태로까지 성장하게 된다.

 그 중에 노나라는 군사력이 약했지만 공자와 같은 많은 사상가와 학자를 배출하며 시대의 사상적 기반확립에 기여했다. 그런 노나라의 기록사관이 지은 역사책에 공자가 일부 사건을 추려 설명글을 붙이고 엮은 책을 춘추라 했다. 여러 지역에 걸쳐 군소제후들이 난무하여 발생한 혼란을 몇몇 제후국이 안정시키는데 그때를 책의 이름을 따서 춘추시대라 하고 천하를 제패한 다섯 국가를 일컬어 오패라 한다. 대표적으로 제(齊)나라 환공, 진(晉)나라 문공, 초(楚)나라 장왕, 오(吳)나라 왕 합려(혹은 부차), 월(越)나라 왕 구천 등이 있어 학자들에 따라 분류한다.







 이중에 남부를 차지하고 있던 초나라의 장왕은 오패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반란이 일어나 이를 진압한 장군과 신하들을 불러 연회를 열었는데 반란이 진압된 것이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자신의 후궁들에게 신하들의 시중을 들게 했다. 일반인들의 잔치가 아니라 왕이 주최하는 연회다 보니 향기로운 술과 맛있는 음식들이 나오며 모두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대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소리와 함께 무희들의 춤사위가 어우러져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연회는 밤이 깊어지도록 이어졌는데 어두운 밤을 밝히던 촛불이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으로 모두 꺼져버려 주변은 칠흑 같이 어두워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악공들의 음악과 무희들의 춤이 멈췄다. 정적에 숨죽이던 순간 갑자기 송곳과 같은 날카로운 여성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장왕이 무슨 일인지를 묻자 후궁 중에 한 명이 누군가 어두워진 틈을 타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며 다행히 그자의 갓끈을 뜯어 손에 쥐고 있으니 어서 불을 켜서 끈 떨어진 갓을 쓴 자에게 벌을 달라고 외쳤다. 순간 장왕은 자신의 후궁을 함부로 대한 노여움 대신 사뭇 침착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충성한 신하들을 위한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이 짧아 후궁들로 하여금 시중을 들게 해서 발생한 일이니 더 이상 죄를 묻지 않겠다며 촛불을 켜기 전에 참석한 모두에게 갓 끈을 뜯게 했다. 촛불이 켜진 뒤에도 누가 후궁의 가슴을 만졌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진(秦)나라의 침략이 있었다. 장왕은 친히 군대를 이끌고 출병해서 적과 싸우다가 위기에 빠지는데 이때 한 장군이 나서서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며 장왕을 끝까지 지켜냈다. 결국 침공을 막아내고 승리를 거둬 장왕은 물론 초나라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겼다. 이에 감동한 장왕은 장군의 노고를 치하하며 자신을 돌보지 않는 그러한 용맹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물었다. 이에 장군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연회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술에 취해 죽을죄를 지었던 것과 자신을 벌하지 않고 살려준 것에 감복해서 왕을 위해 살기로 작정하고 죽음을 각오하며 전투에 임하였다고 답했다. 왕의 지위가 막강하던 시대를 봤을 때 후궁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왕의 권위에 대항하는 것으로 보여 본인을 떠나 집안과 가문에까지 화가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장왕은 배포에 맞게 술자리에서 있었던 해프닝으로 만들며 지도자로서의 자질뿐만 아니라 권위를 침해당했다고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자신의 체신을 살리며 신하들의 충성심이 우러나도록 하는 상황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훗날 이러한 이야기가 담겨 만들어진 사자성어가 모임에서 갓끈을 자른다는 뜻을 담은 절영지회(絶纓之會)다. 실수를 무조건 벌하기보다는 관용의 미덕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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