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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Feb 26. 2019

맥주가 과학에 기여한 사연

멍때리는 휴식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맥주가 기여한 입자 물리학과 노벨상

 세상에는 접근하기 쉽고 편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있기도 하지만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복잡한 연산이 떠오르거나 가슴에서 답답함이 느껴지게 하는 단어들이 있다. 예를 들면 ‘beer’나 ‘맥주’같은 단어를 보면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과목들 중에 ‘물리’라는 과목이 있다. 이 단어를 보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은 한 두 사람만의 반응은 아닐 듯하다. 특히 ‘입자 물리학’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하나의 조합으로 만들기에 어려워 보이는 이 두 가지를 이용해서 새로움을 만들어낸 젊은 과학자가 있었는데 거품상자를 발명해 낸 ‘도널드 글레이저’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연구중인 도널드 글레이저 교수



 1926년에 태어난 그는 물리학과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3살이던 1949년에는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물리학박사가 되었고 미시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52년 도널드 글레이저는 맥주를 이용한 거품상자(Bubble Chamber)를 발명하게 된다. 처음에는 맥주를 마시면서 멍하니 맥주를 바라보다가 올라오는 기포에 영감을 얻어 거품상자를 만들었다고 알려졌으나 2006년에 이러한 설을 스스로 반박하며 초기 실험에 맥주를 사용해 실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자탐지를 위한 도구가 거품상자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 사용되던 도구는 스코틀랜드의 찰스 톰슨 리스 윌슨이 만든 안개상자(cloud chamber)였다. 취미로 등산을 하던 윌슨은 벤네비스근처에 있는 산에 올랐다가 안개가 끼어있는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안개상자를 발명하게 되었다. 밀봉된 상자에 과포화상태인 기체를 담아 놓는 것인데 입자가 이 기체 속을 통과하면서 그 궤적에 따라 기체의 응축을 일으켜 액화된 방울이 생기도록 설계한 장치다. 너무 작은 입자여서 볼 수 없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물방울들로 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증기나 질소기체 같은 기체들로 채워지다 보니 밀도가 낮아 에너지가 큰 입자로 실험을 할 때에는 아무런 저항 없이 지나가게 되어 제대로 된 반응을 관찰할 수 없었다. 상자내부를 기체상태로 만들어야 해서 실험할 때마다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러한 단점과 사용에 민감한 부분이 많았던 안개상자를 보완해서 도널드 글레이저는 맥주로 가득 채워진 거품상자(bubble chamber)를 만들게 된 것이다. 거품상자는 기체들이 액체로 변화되는 궤적을 보는 안개상자와 반대로 액체상태의 내용물들을 과열시킨 상태에서 입자가 통과하면서 만들어 내는 기체들의 궤적을 관찰하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액체 상태에서 실험이 진행되니까 반복하는 데에도 시간이 적게 걸려 실험의 집중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지금은 맥주를 대신해서 액체수소나 더 무거운 액체 중수소와 액체프레온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밀도가 높은 물질들을 사용하면서 어떠한 입자가 통과하더라도 움직임에 대해 자세한 관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시원한 맥주 한 잔 


 당시에 만들어진 거품상자는 오늘날의 입자 물리학이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게 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글래이저가 만든 거품상자는 본인은 물론 많은 물리학자들이  다양한 입자들의 운동을 탐지하고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입자들의 경로와 수명을 관찰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거품상자 안에서 입자를 쏘면 움직이는 궤적을 통하여 입자의 성분을 알 수 있었다. 거품상자 속의 입자궤적으로 이상하고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고 전이되며 사라지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었다. 즉 원자핵이 어떻게 분열하고 어떻게 분리된 핵으로부터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며 어떠한 전이 과정을 통해 소멸되는지를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입자들의 존재를 밝혀낸 거품상자를 발명해 낸 공로로 인해 글레이저 교수는 1960년 34세의 나이로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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