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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Sep 24. 2019

돈 앞에 무너진 프랑스

브랜디-브레디에운 술(불에 데운 술)

50회분-맛있는 술 이야기     

와인을 불태워서 만든 술     

 신석기 시대로 들어오면서 시작된 농경사회와 정착생활이전에 있었던 구석기는 채집과 수렵의 시대였었다. 인간의 수는 많지 않았고 드넓은 숲에는 많은 먹거리가 있었다. 채집을 통해서 얻었던 꿀과 과일과 혼자서도 잡을 수 있는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먹거리를 해결했다. 삼삼오오 모이면서 시작된 무리생활은 협동을 통해 큰 동물을 사냥하는 수렵활동으로 이어졌다. 필요한 만큼만 채집하던 과일도 무리생활로 변화되면서 채집 량이 많아지다 보니 가끔씩 과일이 남기도 했고 부족하기도 했다. 당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알코올발효는 포도당이 많았던 과일에서 일어나기 쉬웠다. 남아있던 과일을 먹다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미량의 알코올을 같이 먹게 되었고 원리는 모르지만 오래 보관하면서 다른 맛이나 형태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반복하면서 ‘방식’이라는 것으로 발전시켰을 것이다. 







 자연에 노출되어 세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인 일반적인 물보다는 알코올의 독성으로 인해 세균이 자라지 못하는 발효액은 당시의 인간들에게 안전한 마실 거리였을 것이다. 이렇게 퍼지기 시작한 와인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방식으로 그 달콤한 맛과 향 덕분에 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생긴 뒤에도 많은 이들이 찾게 되었다. 그러나 와인은 온도가 상승하면서 맛이 변하기 쉬웠다. 특히 지중해성 기후인 남부 유럽에서는 포도재배가 잘 되어 와인을 만들기에도 좋았지만 와인의 보관도 쉽지 않았다. 이후에 십자군전쟁을 통해 술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증류라는 방법을 알게 된다. 증류방식은 이후에 유럽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맥주와 와인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자연환경이 좋아 와인을 주로 생산하던 프랑스에서는 이를 증류해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 술에 ‘오드비(Eau De Vie)’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곤 했는데 ‘생명의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유럽 내에서도 스페인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이슬람세력에 의해 증류기술이 퍼지게 되었다. 그래서 14세기 초에 포도주를 증류하던 스페인의 연금술사에 의해서 와인증류주가 처음 시도되어졌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불태운 와인(프브론드벵,  verbrandewijn)’이라는 뜻을 가진‘brandewijn(브론드벵)’에서 어원을 찾고 있는 ‘Brandy(브랜디)’는 이렇게 증류기술의 도입으로 시작되었다. 나폴레옹이 전선에 나가면서 추위를 느낄 때에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커피와 브랜디를 섞은 ‘로열커피’를 마시며 전선을 지휘했다고 한다. 과거에 주변의 다른 나라들보다도 문화적 자존심이 강했던 프랑스인들은 외국에서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 영어로 물어보면 프랑스어로 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테니스경기에서 점수를 표현할 때에도 프랑스어로 표현했다. 그런데 브랜디의 등급을 나타내는 용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단어로 구성된 표현으로 등급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유는 당시에 브랜디의 주요소비자가 프랑스에 있지 않고 잉글랜드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소비자가 잉글랜드 사람들이다보니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로 된 단어를 사용해서 등급을 나누게 되었다. 한껏 어깨와 목에 힘을 주며 문화적으로 자부심이 강하던 프랑스도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미묘한 감정으로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음에도 잉글랜드 사람들은 프랑스산 와인과 브랜디에 대한 애정이 깊어 많은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브랜디 최고등급에는 프랑스의 영웅인 나폴레옹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그 이유는 나폴레옹이 아들을 얻었는데 그 해에는 알맞은 기후덕분에 포도농사가 풍년이 들어 와인의 맛도 좋고 품질이 뛰어나 좋은 브랜디를 생산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모두가 나폴레옹의 덕분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나폴레옹의 이름을 따라 브랜디의 최고 등급에 나폴레옹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다. 포도로 증류한 브랜디 말고도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사과밭에서는 사과를 수확해서 만든 발효주인 시드르(cidre)를 만들어 마신다. 이것을 증류한 사과브랜디가 칼바도스라고 부르는데 사과의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포도로 만든 와인을 증류해서 브랜디를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과일을 발효해서 만든 와인을 증류한 술도 브랜디라는 큰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각 과일들의 향을 강조한 브랜디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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