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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Feb 20. 2019

태종이 선택한 신의 한 수 세종

나랏싸리 듕귁에 서르닳라 수블마시조타-우리 쌀이 중국과 달라 술맛이 좋다

술을 품은 역사-한글(나랏리듕귁에서르라수블시조타-쌀이중국과서로달라술맛이좋다)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기록유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태종실록에는 태종에 이어 다음 임금이 될 왕세자인 양녕대군의 방탕한 생활이 언급되어 있다. 태종 18년 3월 6일 태종은 신하인 조말생에게 세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세자가 어렸을 때 크면 종묘사직을 맡길만하다고 여겨서 가르치고 깨우치도록 했는데 자식이 있는데도 학문을 좋아하지 않고 방탕하기가 날로 심하다.”며 하소연을 한다. 

 태종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말썽과 신하들의 상소를 받아들여 그 해 6월 3일 결국 세자였던 양녕대군 대신 새로운 세자를 세우게 된다. 처음에는 양녕대군의 두 아들 중에 왕세손을 정하려고 했지만 신하들의 반대로 효령대군과 충녕대군 중에서 왕세자를 정하기로 한다. 세자를 바꾸는 것에 왕후의 반대도 있었지만 태종은 자질이 미약하고 일처리에 세심하지 못한 효령대군보다는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해서 글 읽는 것을 좋아하던 충녕대군을 새로운 세자로 정하게 된다. 태종은 아버지인 태조와 두 번의 왕자의 난을 일으킨 자신의 거친 이미지보다는 글과 학문을 익히기 좋아하는 충녕대군의 장점을 통해 안정된 왕조의 이미지를 갖고자 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효령대군을 일처리의 세심하지 못함을 지적했다는 것은 반대로 충녕대군은 일처리가 깔끔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종대왕



 실록에 기록된 추가 이유가 재미있는데 “술을 마시는 게 좋은 건 없지만 중국의 사신을 대할 때 주인으로서 술을 한 모금도 능히 마실 수 없다면 어찌 손님에게 권하고 그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겠느냐? 충녕은 비록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적당히 마시고 그칠 줄 안다. 효령 대군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니 이것도 역시 불가한 이유다. 여러모로 충녕 대군이 임금을 맡을 만하니 충녕으로 세자를 정한다.”고 했다. 실록의 내용에서 술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러 이유 중에서 적당히 마실 줄 아는 게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사신을 사례로 언급했지만 신하들과의 문제에 있어서도 대립보다는 소통을 통해 나라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음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왕세자가 된 충녕대군은 두 달 뒤인 8월에 갑자기 임금에 오르게 되니 이분이 바로 우리나라 역사에 큰 획을 그으신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이시다. 

 우리가 알다시피 세종대왕은 1418년 8월에 즉위 후 1450년 2월까지 우리나라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이다. 즐기지 않는 술이지만 여러 사안으로 명나라의 사신이 올 때마다 연회를 베풀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앞선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의 문화를 꽃피우고 과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상왕이었던 태종에 의해 진행된 대마도 정벌로 남부지방을 안정시켰고 최윤덕과 김종서를 통해 4군 6진의 영토를 개척하며 북방을 문제를 해결했다. 인재등용에 있어서도 귀천을 따지지 않아 천민출신이었던 장영실이 각종 발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고 집현전 학자들을 독려하여 학문을 발전시키고 각종제도를 정비하여 조선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특히 백성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는데 왕명으로 농사직설과 같은 서적을 비롯해서 천문학과 측우기를 개발을 했고 각종 농기구를 제작 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기와 같은 기름진 음식을 즐겼던 세종대왕은 운동부족과 과로까지 겹치면서 건강이 쇠약해져 갔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훈민정음 창제를 통해 백성들이 쉽게 글을 읽고 쓰게 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세종대왕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한글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이 술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술에서 비롯된 왕위와 그 자리에 있던 임금의 백성에 대한 마음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이 글은  문화일보의 문화면에 있는 맛있는 술 이야기와 연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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