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립일세 Feb 13. 2019

물이 귀해서 술로..
약이 필요해서 술로...

마시게 된 이유는 달랐지만 식사와 함께했다.

마시는 것은 같지만 이유는 달랐다.

 우리가 단식투쟁이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한 매일하는 행동들 중에 하나가 바로 식사다. 이는 삶을 영위하면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식사를 할 때 밥만 먹는 경우도 있지만 저녁식사의 경우에는 가볍게(?)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를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반주라고 부르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서양의 문화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각 문명마다 역사와 문화의 차이가 존재하듯이 현재의 모습은 같지만 시작은 서로 달랐다. 유럽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지형이 석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는 카르스트지형이다. 애석하게도 석회는 물에 잘 녹아들다 보니 유럽 사람들은 석회수를 마시게 됐다. 석회수는 위장을 자극해서 배탈이나 구토를 일으키기가 쉽고 장기간 마시게 되면 석회성분이 혈관을 타고 다니다가 신장에 침착될 수 있는데 심할 경우에 결석을 유발하기도 한다. 겪어 본 사람들은 요로결석의 고통을 알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체내에서 배출이 잘 안되기 때문에 물을 마시기보다는 과일을 발효한 과실주나 곡식을 발효해서 만드는 술을 마셨던 것이다. 그래서 발효하기가 쉬운 포도나 꿀을 발효해서 마셨는데 그중에서 선택된 것이 포도였다. 옛날에는 벌꿀을 자연에서 채취해야 했기 때문에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지중해성 기후의 도움을 받은 포도는 재배하기 쉬웠고 발효도 어렵지 않았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 깨끗하지도 않았지만 유럽에서 있었던 몇 번의 전염병 사태가 보여주듯이 질병의 위험에서 안전하게 마실 물이 부족했던 시대에 술은 식사와 함께 마실 물을 대신해서 수분을 섭취하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우물을 파서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물이 좋았다. 그렇다보니 술을 마시는 것이 유럽의 경우처럼 수분을 섭취하기 위함보다는 음식을 먹을 때 소화를 돕는 약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술에 알코올이 있다는 개념이 없던 예전에는 술을 약의 일부로 생각했다. 우리가 술을 마셨을 때 일어나는 몸의 여러 가지 반응 중에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반응이 위에 있는 혈관들에 작용을 하게 되면 위의 움직임을 좀 더 활동적으로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위에 들어있는 음식물의 소화가 잘 되는 것이다. 특히 노인들은 노화현상으로 인해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다. 그런데 식사 때 술을 조금 곁들임으로 인해 위에서 언급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보니 식사와 함께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졌고 점차 일반화 되었다. 또 입맛이 없을 때 음식에 대한 입맛이 돌아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여유만 있으면 집에 항상 술을 조금씩 준비해 두었다. 또 동의보감에 나오듯이 약의 효과를 빨리 보기 위해서 술을 같이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술을 마실 때에 서양에서는 항상 잔을 따로 사용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잔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밥그릇의 뚜껑이 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밥그릇의 구성은 밥을 담는 용기와 밥에 이 물질이 들어가지 않고 온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뚜껑을 항상 같이 사용하였다. 그렇게 한 세트로 구성해서 아랫목에 놓고 이불을 덮어서 따뜻한 온도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밥그릇의 위를 덮는 뚜껑도 밥의 온도와 같이 따뜻하게 데워지게 되는데 밥을 먹을 때 이 따뜻한 뚜껑에 술을 따라 놓으면 술도 따뜻해지게 된다. 밥과 반찬을 먹으며 밥그릇 뚜겅의 온도로 데워진 따뜻한 술 한 잔을 같이 마시게 되는데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반주(飯酒)‘라고 불리는 문화다. 술을 따뜻하게 마시면 차게 마실 때보다도 술의 향이 더 그윽해지고 단맛이 올라와 밥맛이 더욱 좋았다.

 이렇듯 서로가 시작은 달랐지만 저녁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한 잔의 술을 권하는 지금의 문화는 동서양의 차이가 없다. 문제는 마시는 양(?)일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과음과 폭음을 하지 않고 한 두 잔의 술을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누구와의 식사자리든 행복한 식사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문화일보의 문화면에 있는 맛있는 술 이야기와 연동됩니다.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회   녹색요정이 녹색악마가 된 사연

https://brunch.co.kr/@maestoso449/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0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1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0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1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1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1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0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1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2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2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3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0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2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1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0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4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8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49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6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0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1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2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3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3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0회   국영술집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4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2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5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3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7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4회   비어와 맥주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5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6

문화일보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6회   라부아지에


호외

https://brunch.co.kr/@maestoso449/58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7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59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8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60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49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61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50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62

주간필립 칼럼 '맛있는 술 이야기' - 51회

https://brunch.co.kr/@maestoso449/67


작가의 이전글 Sool을 품은 Coffe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