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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Feb 20. 2019

백색황금으로 만든 생명수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한 보급이 질병을 치료하고 추위를 달래다.

럼 - 충성심을 찬양한다.

 서인도 제도는 아메리카를 인도라고 착각한 콜럼부스에 의해 붙여진 지명인데 1492년 발견된 이래 사탕수수를 재배하며 설탕의 공급지로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 백색황금이라 불리던 설탕을 만들어낸 뒤에 남는 부산물이 당밀이다. 이것을 물에 풀어 자연 발효해서 술을 만든 뒤 증류한 것이 럼인데 당시에는 교환의 결제수단으로도 사용되면서 도수가 높을수록 비싼 값어치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럼 증류원액과 여러 가지를 섞어 만든 술이 유명했는데 2015년도까지 만들어지며 널리 알려졌던 ‘캡틴 큐’가 바로 럼을 첨가한 술이다. 가짜 양주의 원료가 된다고 해서 2016년부터는 생산이 중단된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처럼 이미 당화가 되어있다 보니 알코올 발효만 진행되는데 라이트 럼은 2~4일, 헤비 럼은 20일까지 걸린다. 증류한 다음에 새 오크통의 안쪽을 그을리거나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보관한다. 최소 숙성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빨리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8개월~2년 정도숙성하고 고급 럼은 3년~10년 이상이다.

 



 영국해군은 물을 대신하기 위해 높은 온도에서 변질되기 쉬운 맥주보다는 안전한 증류주를 보급품에 포함시키는데 비싼 위스키나 브랜디보다 저렴한 럼이 적합했다. 당시 지휘관들은 럼에 물을 섞어마시게 했는데 그 비율은 지휘관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었다. 에드워드 버논 제독도 럼을 물로 희석해서 마시게 했는데 희석된 럼의 맛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라임과 레몬을 넣어 마시게 해서 괴혈병 치료와 다른 병들까지 예방까지 되었다고 한다. 칵테일 중에 럼에 레몬이나 라임을 섞어서 만든 그로그 라는 게 있는데 에드워드 버논 제독이 걸치던 망토인 그로그램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버논 제독은 칵테일 외에도 또 하나의 재미난 사연으로 이름을 남겼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형인 로렌스 워싱턴과의 인연이다. 영국의 식민지인 아메리카 민병대의 지휘관이었던 로렌스 워싱턴이 자신의 상관인 버논 제독의 휘하에서 근무하며 갖었던 존경심을 잊지않기 위해 자신의 저택에 제독의 성(姓)인 버논을 따서 마운트 버논(Mount Vernon)이라고 지었다. 형이 사망하고 나서 그 저택을 워싱턴이 물려받는다. 지금은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는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마운트 버논을 찾고 있다.



넬슨제독



 영국해군의 배에 럼이 항상 실려 있게 된 이후 넬슨이 럼을 상징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이 바로 트라팔가 해전이다. 영국을 침략하려던 나폴레옹은 프랑스의 육군이 영국에 상륙하기 위해서는 제해권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함대로 영국해군을 제압하려고 했다. 1805년 넬슨이 지휘하는 영국해군은 연합함대를 격파하며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 과정에서 빅토리아호에 있던 넬슨이 전투 중에 전사하고 만다. 영국까지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부패를 막기 위해 럼이 가득한 통에 넬슨의 시신을 넣어 운반하게 되었는데 이때 넬슨의 피와 섞인 럼이 붉은 빛을 띄어 붉은 색의 럼을 ‘넬슨의 피’라는 별칭으로 부르거나 ‘블러디 럼’으로 부른다. 이와 관련된 오싹한 이야기가 있는데 영국으로 오는 도중에 목이 마른 병사들이 통에 있던 럼주를 몰래 조금씩 훔쳐 마셔서 도착해서 통을 열었을 때 럼이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사령관실로 시신이 있는 통을  옮겨 무장경비병에 의해 지켜졌기 때문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한다. 영국을 지킨 넬슨의 노력덕분에 영국에 대한 공격을 포기한 나폴레옹은 대륙봉쇄령을 선언하는데, 러시아가 이를 어기고 영국과의 교역을 하게 된다. 이에 러시아의 버릇을 고쳐주기로 마음먹은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길에 나서게 된다. 우리가 알다시피 러시아 원정의 실패로 나폴레옹은 몰락의 길을 가게 되는데 결국 트라팔가해전이 나폴레옹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영국은 나라를 위해 싸우는 해군과 육군의 군인들에게 럼을 지급해서 목마름이나 추위를 달래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겁먹은 병사에게는 무서움을 잊고 용감하게 전투에 임하게 하는 역할도 하였다. 물론 급할 때에는 소독약 대용으로도 사용되었다.  


 시간이 지나 마실 수 있는 물에 대한 정수방법이나 보관방법들이 발달하면서 럼을 제공하는 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해군은 1962년 8월까지 유지되었고 영국해군은 1970년 7월 31일까지 유지되었다. 이후에 캐나다가 1972년, 뉴질랜드가 1990년에 각각 럼 보급을 중단한다.




이 글은  문화일보의 문화면에 있는 맛있는 술 이야기와 연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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